[김오환칼럼]미허가 축(돈)사의 농가는 죄인인가(2/22)
[김오환칼럼]미허가 축(돈)사의 농가는 죄인인가(2/22)
  • by 양돈타임스
[김오환칼럼]미허가 축(돈)사의 농가는 죄인인가

〈양돈타임스 대표〉

많은 사람들의 위반은 죄 아냐
정부와 국회 현명한 판단 기대

한돈협회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서울 남부터미널이 있다. 하루에도 수천명이 이용하는 이곳이 서울에서 흡연자를 단속하는 유일한 지역이 아닌가 싶다. 전국 곳곳에서 흡연자를 적발하고 있겠지만 이곳처럼 거의 연중무휴로 단속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이곳은 전철역 입구에서 10m 이내 단속 전부터 단속, 흡연자에게 ‘악명’ 높은 곳이다.
터미널은 흡연자에게 목적지 도착하기 전과 도착한 후에 담배 한 대가 생각나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흡연하다 적발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부모한테 용돈 받은 젊은이와 촌부(村夫)들이 많아 안쓰럽다. 카드 계산기로 흡연 과태료를 납부, 그들은 ‘쌩돈’ 뜯긴 기분일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흡연으로 ‘걸린(릴)’ 장소에서의 흡연은 용납돼야 하지, 과태료를 부과하지 안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취하면 그것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불벌중책(不罰衆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의 위반은 죄가 아니라고.
그런 관점에서 ‘미허가 축사(돈사)’도 일맥상통한다. 미허가 돈사가 이슈화된 때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미허가 돈사 양성화’는 1987년 대통령선거가 직선으로 전환한 이후 양축농가들이 선거 때마다 건의했던 농가들의 숙원이었고 축산업 최고 현안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도 수차 긍정적 검토를 약속했지만 해결치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미허가 축(돈)사를 전면 양성화하려면 얽히고설킨 관련 법령 모두를 개정해야 한다. 그것을 정부와 국회에서 한꺼번에 할 수 없다. 농장 장소에 따라 관계되는 법령이 달라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정부는 1단계로 3월 23일까지 1만8천여호를, 2024년까지 2만6천여호 등 총 4만5천여 농가에 대해 미허가 축사 적법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전체 축산농가의 반에 해당하는 숫자다. 그렇지만 작년말 기준 미허가 축사를 적법화한 농가는 전체 양축농가의 13.4%에 그치고 있다. 이런 추세로 볼 때 2024년까지 완전하게 적법화를 이룬 농가가 과반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단계인 3월 23일까지 적법화를 받지 못한 농가는 80%가 넘을는지 모른다. 이렇게 많은 양축가들이 미허가 축사로 죄 값을 치러야할 처지다.
양축농가 과반 가량이 법규 준수 미비로 죄를 짓는다면 누구 책임일까? 이들이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법을 만든 정부가 잘못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양축가들이 나쁜 짓 안하고 밥 먹고 살겠다는 것인데. 해답은 나와 있다. 정부가 법을 고치는 게 우선이다. 아니면 양축가들이 요구한 것처럼 미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든지 또 다시 기간을 연장, 농장 하나하나씩 적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법학도(자)는 아니지만 백성이 법 위에 있지, 법이 백성 위에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또한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축산 현장, 현실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정책은 명분도 실효성도 얻기 어렵다. 정부와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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