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미국의 한국 양돈 점령기(3/7)
[화요칼럼]미국의 한국 양돈 점령기(3/7)
  • by 양돈타임스
[화요칼럼]미국의 한국 양돈 점령기

김오환<편집국장>

어렸을 때 동화 가운데 이런 내용이 기억난다. 할머니로 변신한 호랑이는 누나에게 맨 처음 떡을 주면 살려준다고 한다. 떡을 다 먹은 호랑이는 다른 걸 요구한다. 누나는 또 준다. 이런 걸 몇 차례 반복하다 끝내 호랑이는 누나 목숨을 달라한다. 하느님께 기도한 누나는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고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타다 떨어져 죽는다.
301조에서 자유무역 협정까지
한국과 미국이 FTA(자유무역협정)까지 이르는 과정을 보면 이 이야기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1980년대 중반 시장개방을 강력히 요구한 미국은 ‘301조’로 들먹이며 한국 시장을 강제로 열어 제켰다. 한국은 쇠고기를 개방했다. 몇 년 흘렀다. 미국은 강화된 법을 내놓았다. 소위 ‘슈퍼 301조’라는 것으로 교역상대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치 않으면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해서 무역보복도 불사한다고 으름장 놨다.
이것도 미흡했다. 미국은 우루과이라운드(UR)이란 미명(美名) 아래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고 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에 앞장선다. 미국은 이것도 부족해 ‘관세’라는 걸림돌 제거에 나선다. FTA다. 앞으로 미국은 더 강화된 조약을 만들 것이다. 상하고 질병이 걸린 고기 수입도 자유화하자고 생떼 쓸지 모른다.
지금부터 철저한 방안 준비를
2월말 정기총회를 마친 농협중앙회 양돈협회 등 생산자단체들은 일제히 ‘한-미 FTA 협상 반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취임 3주년을 맞아 남은 2년 동안 한-미 FTA 협상 체결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양극화 해소책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말하자면 FTA로 빈민층으로 전락한 양돈농가를 위한 방안을 찾는다는 것이다. 앞뒤가 안 맞지만, 한-미 FTA는 참여정부 임기 내 시행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제 한국 양돈업은 풍전등화(風前燈火) 위기에 다가가고 있다. 관변연구기관은 양돈농가 수익이 9.7% 감소한다고 주장하지만 피해액은 이 보다 클 것이다. 어쩌면 돼지 값은 쌀처럼 폭락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여, 양돈농가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한다. 바로 그것은 ‘폐사’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폐사를 줄이지 못하면 농가의 수익은커녕 농장마저 뺏길지 몰라서다.
owkim@pig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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