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양돈업과 윷놀이(2/10)
[화요칼럼]양돈업과 윷놀이(2/10)
  • by 양돈타임스
[화요칼럼]

양돈업과 윷놀이

김오환 편집국장

이번 설날 처가에서 부부끼리 편을 짜 윷놀이를 했다. 5전 5패였다. 판당 5천원씩 건 놀이였더라도 붙는 쪽쪽 지니 은근히 화가 났다. 윷으로 새해 신수를 본다는 얘기도 들어선 지 찜찜하기도 했지만 ‘첫도유복(有福)’이란 말도 있어 그냥 넘겼다.
그러면서 이어령 교수의 저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중의 윷놀이 글이 떠올랐다. 그는 윷놀이와 주사위를 가지고 우리 문화와 서양문화를 비교했다. 주사위는 ‘홀로 있는 운명’인 반면 윷놀이는 ‘서로 있는 운명’이라고 했다. 네쪽의 윷의 형태에 따라 도 개 걸 숫 모가 되듯이 상대방의 모양에 의해 내 운명이 정해진다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네쪽 윷)이 같은 방향(숫이나 모)을 취할 때 빨리 이긴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윷놀이뿐만 아니라 세상사 모든 것도 힘을 함께 모은다면 이뤄지지 않을 일이 없다.
좀 억지가 있지만 양돈업도 윷놀이와 비슷하다. 윷놀이 말을 처음 놓을 때 수시로 잡히는 것처럼 포유 때 죽는 자돈이 생겨난다. 또한 한 고비를 넘기고 죽지 않을 것 같은 말이 뒤따라온 상대방 말에 떨어진 것처럼 사육과정 중 질병에 의해 도태된다. 더욱이 네 말을 얹어 끝 지점까지 잘 왔다하더라도 쫓아온 ‘하나’의 말에 의해 잡혀 수포로 돌아가는 것처럼 자돈에서 출하 직전까지 잘 키웠다하더라도 돈열 맞으면 끝난다.
혹자는 윷놀이가 운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운도 무시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놀이에 임한 집중력, 전략이다. 기자는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윷을 잘하는 사람이 상대방 세말을 얹어 나기 쉬운 지점에 갔다 놓고도 이긴 것을 봤다. 그 사람이 이긴 것은 운보다는 문외한이 보더라도 말을 기막히게 잘 써서 돈을 딴 것이다. 어쩌면 양돈업도 변화무쌍한 윷판이다. 때문에 출하까지 긴장을 풀지 말고 상황에 맞는 경영전략을 수립, 수지 제고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윷판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 마지막 말이다. 제 아무리 세말이 먼저 나도 나머지 한 말이 늦게 나면 게임을 지는 것처럼 뒤처진 말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좁게 생각하면 그 말은 각 농장의 생산성 낮은 돼지다. 하지만 양돈업이란 윷판에서 볼 때 그 말은 농장 관리에 게을리 하는 농가다. 한 농가가 방역활동에 소홀, 구제역 같은 역병이 재발할 경우 양돈업은 또 수렁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다 함께 경쟁력 있는 양돈업 환경 조성에 노력했으면 한다. 생산성 높은 농가는 낮은 농가를 끌고 떨어진 농가는 높은 농가에서 배우면서 목적지에 도달하도록 말이다. 또한 돈가나 자조금 질병 예방 등 양돈업 현안에 같이 고민, 발전방향을 모색하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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