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그래도 양돈인은 축복받은 부류다(12/02)
[화요칼럼]그래도 양돈인은 축복받은 부류다(12/02)
  • by 양돈타임스
그래도 양돈인은 축복받은 부류다

김오환/편집국장

기자의 나이는 소위 ‘사오정’(45세에 조기퇴직 당하는 것을 빗댄 은어)이다. 그런데 쉬기는커녕 이렇게 현장을 누비고 있으니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을 하려 하는데 몸은 뜻대로 안되고, 성과도 많지 않아 아쉬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다.
되돌아보면 사는 것이 문방구 앞에 놓여 있는 ‘두더지 잡기’ 게임 같기도 하다. 500원 짜리 주화를 이 기계에 넣으면 1분 동안 두더지가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는데 이 때 망치로 이를 때려잡는 게임이다. 이 두더지를 때리면 저 두더지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인생도 한 가지 일을 마무리하면 또 다른 일이 터져 분주한 생활만 반복된다.
양돈농가도 그럴 것이다. 돈열·돼지 단독 등 각종 질병 예방을 위해 일령에 따라 백신 접종하느라 정신없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어야 함에도 한 질병 막으면 또 다른 질병이 발생, 이를 치료하느라 눈코 뜰 새 없다. 거기다 돈사 청소하랴, 밀린 분뇨 처리하랴, 불청객들 서운치 않게 대접해서 보내랴, 양돈전문지 보랴, 결혼식 가랴, 회의 가랴, 출하 전화하랴…정말로 하루해가 짧을 것이다.
돼지 값이나 좋으면 돈 버는 재미로 버티겠으나 요즘 같아선 짜증나고 신경만 날카롭다. 오를 것 같은 돈가는 뒷심이 부족, 하루가 멀다하고 주저앉으니 경영 계획수립하기조차 겁날 것이다. 그러다가 밀린 자재 값 갚을 생각하면 이불만 뒤척이다 아침을 맞는다. 휑한 눈으로 돈사를 다시 찾고 자식 등을 두드리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도 일을 할 수 있고 일어나면 나갈 장소가 있는 양돈농가는 축복받은 부류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금년의 경우 작년보다는 이익이 낮아졌지만 2월과 9∼10월만 빼고 생산비를 웃돌았다. 양돈업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도 마련, 밝은 미래를 준비해놨다. 자조금 시행 준비를 마친 것이다. 자조금 법이 양돈업의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양돈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타 업종에 종사한 이보다 희망있는 직업이다.
더욱이 양돈농가들은 구제역과 돈열 등 역병만 근절되면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높은 산업의 주인공이다. 여기다 한·일 자유무역협정이 예정대로 내후년 체결되면 왕후장상이 부러울 것 없는 직업을 갖고 있는 게 당신들이다.
엊그제 즈믄 해를 맞이한 것 같은데 두더지를 잡다가 놓치기를 반복만 하면서 2003년 12월을 시작한다. 세밑이다. 어떤 시인이 말했듯이 망망대해 벌판을 조용히 산책하며 앞만 보고 달려온 지난날을 차분하게 돌아볼 소중한 시간을 갖기를 권유한다. 마음의 여유가 물질의 부족함을 채워주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