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양심 양돈업’을 기대하며(11/18)
[화요칼럼]‘양심 양돈업’을 기대하며(11/18)
  • by 양돈타임스
[화요칼럼]

‘양심 양돈업’을 기대하며

<김오환/편집국장>

컴퓨터 전자오락실 등 문명의 이기를 모르고, 피아노 등 각종 학원에 매달리지 않고 성장한 기자의 어릴 적 추억은 농축산물 서리다. 봄이면 보리나 밀, 여름엔 오이 무, 가을엔 콩을 서리해 쇠죽솥에 삶아 먹곤 했다. 겨울에는 닭을 서리, 긴 밤을 지새운 적도 한두번 아닌 것으로 기억된다.
그 땐 이런 걸 당연하게 생각했고 주인도 크게 나무라지 않았다. 하기야 옛날엔 사람 서리인 보쌈까지 있었다 하니 이런 건 애교로 봐줬을 것이다. 동네 꼬마들이 벌에 쏘여 부은 얼굴로 나다니면 어른들이 “저 녀석, 서릿벌에 쏘였구나”하고 혀를 찰 정도였으니까. 그 만큼 서리는 큰 피해를 주지 않은 용서받고 눈감아주는 사랑의 도둑질이었다. 또한 ‘도(盜)’에 지나지 않았다. 도(盜)자가 차〔(次)=침연(涎)〕+그릇명(皿)의 합자로 침을 삼키는 의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해전부터 추억이었고 낭만인 서리는 적(賊)으로 변했다. 창(戈)을 들고 재물(貝)을 몰래 훔쳐가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확기인 지금 농촌에서는 도둑들이 차량을 이용해 돈이 될만한 벼 고추 인삼은 물론 소 개 염소 등 가축을 야밤에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년에는 잦은 장마와 태풍 매미로 농작물 수확량이 크게 감소, 가격이 오르자 이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한다. 이 때문에 수확한 농작물마저 논밭이나 마당에 마음놓고 널어놓거나 쌓아둘 수 없고, 소나 염소 등을 축사나 들녘에 편안한 마음으로 놓아두지 못할 것이다. 수개월 기른 농축산물을 도둑맞을 때 농민들의 허탈감과 영농의욕 상실이 더욱 무섭고 두렵다.
양돈업은 돼지 울음 때문에 몰래 가져갈 수 없고, 출하 시기를 모르기 때문에 다른 농축산물보다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하다고 느낄는지 모른다. 하지만 도둑은 맞고 있고 도둑을 하고 있다. 적당한 이윤을 남기고 거래하면 될 것을 질병에 감염된 것이나 뭔가 문제가 있는 사실을 알고도(모를 수 있지만) 돼지를 처분하고 있는 일이 터지고 있어서다. 돈열 등 질병에 걸린 돼지를 넘겼을 때 구매자는 그 돼지만 도둑 맞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었던 것까지 빼앗겨야 하기 때문에 피해는 이들보다 더욱 더 크다.
그렇기에 양돈업에 있어서 어진 마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양심(兩心)이 아닌 양심(良心)으로 양돈업에 임할 때 생산성은 더욱 높아질 뿐만 아니라 경쟁력 역시 향상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양심(兩心)의 갈등에서 벗어난다면 우리의 꿈(돈육 일본 수출 재개)은 더 빨리 실현 될 것이다. 양심(養心)을 통해 양심(良心)이 숨쉬는 양돈업을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