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돼지고기 시식회에 대한 소회(10/21)
[화요칼럼]돼지고기 시식회에 대한 소회(10/21)
  • by 양돈타임스
[화요 칼럼/김오환 편집국장]

돼지고기 시식회에 대한 소회

어쩌다 한번씩 백화점이나 대형유통업체에 가면 식품매장을 둘러본다. 찬거리를 구매하는 마누라의 짐꾼 노릇을 하면서도 피곤함을 덜어주는 것이 갖은 젓갈과 고들빼기, 김치, 삼겹살, 돈가스 등 다양한 먹거리를 공짜로 맛보는 즐거움이다.
그러다가 우리 양돈인들이 돼지고기를 조금이라도 더 소비토록 하기 위해 무료시식회를 실시하는 모습이 떠오르면 즐거움은커녕 숙연해진다. 기자의 마음은 더 깊게 빠진다. 5일마다 찾아오는 읍내 장날, 고추며 쌀 콩 팥 등 농산물을 팔기 위해 해질녘까지 구매자를 기다리던 어머니, 동네 아주머니들의 주름진 이마와 여름 햇살에 그을린 얼굴이 스치면 나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더욱이 피땀 흘려 생산한 자식을 제값 받지 못해 허탈해하면서 늘어진 어깨는 기자의 심장을 짓누른다.
기자는 새마을 운동이 한창 진행될 때 동네 한복판에 게시된 홍보물처럼 농촌이 잘 살 줄 알았다. 더 이상 달구지 끌고 장에 안나가도 우리 어머니 ‘분신’을 사갈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수입 농축산물 때문이다. 우리 어머니가 서있던 그 자리엔 아파트가 들어서고 어머니 ‘후배’들은 남부여대(男負女戴)하면서 하나 둘 고향을 등지었다. 이런 과정에서 시장에 나왔던 참깨나 팥 등은 자취를 감추었고 그 자리엔 잡초만 무성하다.
그래서 기자는 5일장을 전설의 고향이란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형식만 달라졌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시골 아낙네 대신 예쁜 아가씨 선발대회로 포장된 것이다. 이들을 해당 농산물 홍보대사로 임명,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설 땅을 잃어버린 촌부들은 아파트 언저리로 나앉았다. 하지만 이들 대다수는 중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어머니와는 엄연히 다르다. 그래도 젊은 색시가 가격을 깎으려 하거나 하나라도 더 가져가려고 실랑이 벌이는 장면을 보면 말도 못하고 집에 돌아와 애꿎은 처자식에게 눈을 흘긴다. 잠자리에 들기 전 베란다에서 담배를 문다. 언제쯤이나 안나가도 우리 농산물이 대접받을 수 있을지.
그러기는커녕 돼지고기가 나온다. 그것도 연례행사가 아니라 월례행사가 돼 버린 것이다. 무료시식회란 이름으로 말이다. 오죽했으면 돈도 안 받고 공짜로 맛보라며 익숙하지 않은 미소를 짓는다. 그 상냥한 웃음 뒤엔 회한이 서려있고 피눈물이 가려져 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맛도 보고 돼지고기도 구매하면 좋으련만 그냥 지나친다. 그러나 확신한다.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뚫듯이 우리 양돈인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정화수 떠놓고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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