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미시기장(靡恃己長)(9/9)
[화요칼럼]미시기장(靡恃己長)(9/9)
  • by 양돈타임스
미시기장(靡恃己長)

미시기장(靡恃己長)이란 말이 있다. 이것은 자신의 장점을 지나치게 믿지 말라는 의미다. 이를 너무 과신하다간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매사 신중을 기하고 긴장감을 늦추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고 종종 실수를 범한다. 더욱이 굳게 믿었던 자신의 능력이 타력에 꺾일 때 심기일전, 회복은커녕 주저앉은 경우도 없지 않다.
지금 한국 양돈업 상황에서 이 같은 징후가 보이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양돈업의 장점은 육류 가운데 소비량이 가장 많다는 것이다. 농축산업 가운데 그래도 경쟁력이 있고 잘만하면 수출이 재개돼 먹고 살 수 있는 직업이다. 무엇보다 한국 대표 고기인 ‘삼겹살’을 공급하는 유일무이한 산업이다.
하지만 그 영화도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수입 삼겹살 때문이 아니다. 삼겹과 유사한 돈육은 더더욱 아니다. 수입 쇠고기가 노리고 있는 것이다. 알다시피 쇠고기 시장은 국내 소값 안정과 미국 등 축산선진국의 압력으로 빗장이 열렸다. 그런 것이 한국 우육 시장을 잡고(작년 점유율 63.4%)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2001년부터 금년 6월까지 수입 쇠고기(등심)와 삼겹살 가격을 비교한 것을 보면 그렇다. 지난해는 그렇지 않았지만 2001년과 올해는 삼겹살 성수기(5∼7월) 때 삼겹 가격은 오른 반면 수입 쇠고기는 하락했다. 물론 당시 환율과 수입 가격 등 요인도 있겠으나 하필이면 연중 돈육 최대 성수기 때 수입 우육 가격이 내려갔느냐는 것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말이다.
<본보 9월 2일자 1면, 7면 참조>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 그냥 넘어가기엔 왠지 꺼림직하고 찜찜하다. 아마도 수입 쇠고기를 취급하는 곳에서 삼겹살 연중 최대 수요 때 수입 우육 가격을 인하, 삼겹살 소비자를 유인하려고 했을 것이란 심증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에도 이러한 전략이 이들에게서 나오지 않으리란 법을 배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양돈업계는 수입쇠고기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소위 삼겹과 목심, 갈비 등 인기부위는 정육 49㎏(생체 110㎏ 기준) 가운데 17∼18㎏으로 36%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돈육 유통업체들은 이들 부위에 대해 가격을 높게 책정, 경영수지를 맞추고 있다 한다. 더욱이 돼지 값이 강세일수록 인기 부위의 상승 폭도 커져 수입 우육과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돈육 수출이 중단된 현재의 여건에서 삼겹 시장과 양돈업이 살아남으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돼지고기의 부위별 소비가 골고루 이뤄져야 한다. 다시 말해 등심 후지 등 수출부위 소비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홍보도 중요하지만 가장 빠른 시일에 최고의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것은 국내산 돈육의 학교급식과 군납을 마리에서 부위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돈육 소비가 현재 체계로 지속된다면 수입쇠고기에 돈육 시장을 내준다해도 틀린 말은 아닐성싶다. 이런 맥락에서 ‘미시기장(靡恃己長)’이란 의미를 새겼으면 한다.
owkim@pig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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