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양돈농가와 가공업계는 친구?(8/26)
[화요칼럼]양돈농가와 가공업계는 친구?(8/26)
  • by 양돈타임스
양돈농가와 가공업계는 친구?

친구(親舊)의 사전적 의미는 친하게 사귀는 벗이다. 하지만 친구를 보는 관점은 다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사람의 신체에 사는 하나의 영혼”이라고 우호적으로 표현한 반면 셰익스피어는 “불성실한 친구를 가질 바에는 차라리 적을 가진 게 낫다”며 냉소했다.
기자는 재작년 5월 본란을 통해 양돈농가와 육가공업계는 친구 사이라 했다. 셰익스피어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쪽에 비중을 두고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양돈산업 발전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올 상반기 육가공품 매출액을 보고 반갑기는커녕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작년 8월 하순부터 생산비 이하를 형성한 돼지 값이 금년 3월 중반쯤 회복하기 시작, 2분기 강세를 보이자 업계는 경영수지가 크게 악화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심지어는 적자를 면치 못해 기업주에게 보고할 면목이 없다 했다. 철떡 같이 믿고 돈가가 너무 올랐다고 맞장구를 쳤다. 육가공업체가 어려우면 그 불똥이 양돈농가에게 갈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오판이었고 오진이었다. 상반기 돈가는 작년보다 하락(두당 3만1천원)했지만 14개 업체의 육가공품 판매량은 7만3천722톤으로 작년 동기간 대비 불과 0.8% 늘었지만 매출액은 3천427억원으로 7.2% 증가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판매량 비율에 비해 매출액이 높은 점이다. 물론 최고급 돈육을 이용한 제품 개발로 판매량은 많지 않았지만 매출액은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속빈 강정이란 속담이 있듯이 매출액이 많다해서 이익이 꼭 창출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함께 고민할 부분이 있다. 양돈업계는 돈열 발생으로 돈육 수출이 중단되면서 상반기 재고량은 1만1천500톤(26개 업체)으로 작년동기 6천300톤보다 무려 83%가 크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제품 개발로 매출액을 늘리는 것과 판매량을 늘려 재고를 줄이는 것과 어느 것이 옳고 바람직한지 판단이 쉽게 서지 않는다. 그러나 업계는 매출액 증가로 유동성이 확보됐는지 모르지만 판매량 정체(=재고 증가)로 양돈농가의 심적 부담은 더 커졌을 것이다. 또한 돼지 지육산정기준을 서울에서 전국 평균가격으로 적용하자는 양돈농가의 주장을 일부 육가공업체가 이리저리 핑계 대면서 비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것에 대해 서운함과 배신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양돈농가와 육가공업계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친구일까, 셰익스피어가 말한 친구일까. 지금 이를 선택하는 것보다는 전자가 갈파한 친구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고 바로 그 시점이 지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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