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진실게임(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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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y 양돈타임스
진실게임

감(感)이란 한자는 함(咸)과 심(心)으로 이뤄져 있다. 마음을 같이 한다는 의미다. 이런 감이 모여 여론으로 발전한다. 이것을 바로 수용하면 큰 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확대 재생산되면서 점점 나쁘게 전달돼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것을 우리는 봐 왔다.
최근 양돈업계에서도 이러한 징후를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꺼진 불로 알았던 초산돈 유사산 문제가 또 다시 제기된 것이다. 이 문제는 양돈타임스가 6월 3일자 1면 머릿기사, ‘돈열 백신 접종 후 스트레스 심각’이란 제목으로 가장 먼저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곧 바로 양돈협회가 농림부에 진상 조사 및 원인 규명을 요청하자 수의과학검역원은 23일 뇌심근염과 파보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이것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부 기관이 공식 발표한데다 양돈농가들도 정확한 ‘물증’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피해 농가가 속출하면서 초산돈 유사산 불씨가 사그라들기는커녕 조금씩 잉걸거렸다. 잉걸 불은 불꽃으로 이어졌다.
양돈협회는 지난 7일 회장단과 학계, 업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방역대책위원회를 열어 초산돈 유사산 원인을 돈열 백신 후유증에 비중을 높게 뒀다. 이날 참석자들은 모돈의 유사산에 대해 뇌심근염이나 파보바이러스, 호흡기증후군도 원인이지만 올해의 경우 유독 산차가 낮은 모돈의 유사산 급증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의견(心)을 함께(咸) 했다(感). 그러면서 당국에 간접적인 지원과 해명을 요구키로 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들의 주장을 참고는 할지언정 수용하진 않을 것이다. 우선 ‘백신 스트레스’로 발병한 사례가 없는데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사실을 꼽고 있다. 만에 하나, 양돈업계의 ‘심증’을 받아들일 경우 보상요구 등 ‘고을이 시끄러운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또한 정부의 공신력이 걸려 있어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양돈농가들의 여론은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말(言)이 말(馬)을 타고 방역당국에 대한 불신만 심화시킬는지 모른다. 때문에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다시 논의하는 성숙된 모습을 주문한다. 이 때 건성건성 조사하지 말고 취모멱자(吹毛覓疵;털을 헤쳐가며 흠집을 찾는 것) 자세로 잘잘못을 가려냈으면 한다. 어쩌면 이것이 풍파만 일으킬 수 있지만 양돈농가들의 방역의욕을 한층 고취시킬 것이다. 또한 방역정책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져 그 효율성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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