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한겨레신문 안종주 기자에게(7/22)
[화요칼럼]한겨레신문 안종주 기자에게(7/22)
  • by 김오환
한겨레신문 안종주 기자에게

먼저 이런 공개적인 자리를 빌려 서신을 띄우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제가 쓰려는 글이 사사로운 감정에 바탕하고 있지 않음을 먼저 밝혀둡니다. 이 글이 아마도 당신에게는 불쾌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형식을 취하는 것은 여기에 축산 업계관계자와 양축농가들과 함께 생각해 볼만한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안 기자는 귀지 8일자 1면 “‘식중독균 육류’ 그대로 시판”이란 기사를 통해 축산물을 먹으면 식중독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조리하거나 충분히 익혀 먹도록 당부했습니다. 10일자 18면 ‘항생제 범벅 소·돼지고기 유통’이란 기사에서도 “이 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고기를 오랫동안 먹을 경우 내성이 생겨 감염증 치료가 잘되지 않는 등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우선 소비자에게 축산물을 안전하게 요리, 건강에 유의하라는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축산물의 안전성 제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충고도 귀담아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안 기자의 기사 ‘방향’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하고 싶진 않습니다. 만약 안 기자가 보건복지전문기자답게 여름철 식중독 원인과 예방법을 취재하려 했다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상한)을 소개한 다음 예방법을 알리는 것이 올바른 취재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귀하의 기사는 마치 축산물이 식중독균의 온상인 것처럼 보도됐습니다. 더욱이 최근 축산물을 먹고 식중독에 감염됐다는 정부 발표도 없었는데 이런 기사가 왜 나왔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물론 예방 차원에서 그랬다면 이해하겠습니다.
둘째, 항생물질이 ‘많이’ 들어 있는 축산물이 유통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매달 20곳 안팎의 축산농가들이 항생물질을 법정 기준치 이상 초과, 적발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6월말 현재 전국 축산농가는 36만9천호 입니다. 이 가운데 20 농가는 전체 0.005%에 지나지 않습니다. 0.005% 농가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까. 더욱이 3개월간 축산물 56건이 잔류물질이 검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석달간(3∼5월) 전국에서 도축된 소·돼지두수는 417만 마리입니다. 따라서 이 물질이 검출된 소 돼지는 0.001%에 불과합니다. 그런데도 ‘많다’고 주장할 수 있고 ‘범벅’이란 표현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십니까. 참고로 말씀드리면 한국보다 가축 및 도축두수가 많은 미국과 호주를 비교하면 한국이 검사 두수는 많은 반면 위반율은 낮다는 사실입니다.
셋째, 항생물질 과다 검출로 국내에서 한 차례도 회수조처를 실시하지 않았다는 부문입니다. 농림부에 따르면 잔류물질 규제검사결과 허용기준치를 초과. 폐기 처분된 가축은 2000년 이후 총 184마리임에도 없다고 한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안 기자의 취재 이유를 조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일자 18면 ‘항생제…유통’ 기사 가운데 “신속한 잔류물질 검사와 함께 항생제가 과다하게 들어 있는 소·돼지고기가 어디에 있는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는 선진 축산유통시스템을 이른 시일 안에 구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는 부문입니다.
안 기자도 알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귀하가 이 같은 내용을 기사화 한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보건복지부가 강력히 추진하고(오는 11월 국무회의를 거쳐 정부안 확정할 계획)있는, ‘축산물 가공업무’ 복지부로의 재이관 주장과 관련이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안 기자는 농림부가 관장하던 축산물가공업무가 1985년 보건사회부로 넘어간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며 또한 이것이 1998년 7월 농림부로 다시 이관된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97년 5월 23일자 박스기사(축산물위생처리법안 놓고 복지부·농림부 정면 대립)를 보면 당신은 복지부의 축산물 가공업무 농림부 이관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 기자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2001년 7월 3일 한겨레신문 ‘기자는 누구이며 무엇인가’란 내용 중 일부입니다. “기자는 항상 자기검열을 하며 글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하여 위축되거나 주눅들 이유가 없다.…(중략) 내 주장이 사회의 정의와 민족의 이익, 또는 인류보편의 가치관과 부합하는지를 점검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언론인의 본분이다. 권력이나 외부 압력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공기인 언론에 글을 쓰는 특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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