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치타의 승부사 기질을 배운다(7/8)
[화요칼럼]치타의 승부사 기질을 배운다(7/8)
  • by 김오환
먹이 잡기 위해 혼신 기울여
比 시장 다시 열도록 총력을

작년 12월에 방영하고 한달전쯤 또 내보냈던 MBC TV의 '야생의 초원 세링게티'란 프로그램을 2번 다 봤다. 소위 '동물의 왕국'은 외국서 제작한 것이고 이것은 한국서 최초로 찍었다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시속 112km를 자랑하는 치타 가족의 생생한 삶을 담은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또 한번 마음속에 새긴 것은 가제비를 잡기 위해 혼신을 기울이는 치타의 치밀한 행동이었다. 사정권에 들어왔을 때 전력 질주하는 치타에서 '최선'이라는 단어를 또 한번 떠올린다. 그럼에도 치타는 500m밖에 전력 질주할 수 없어 성공률이 30% 미만이란다. 치타의 생활이 우리네 삶과 비슷하다. 홀어머니는 삯바느질하고 자식은 입신양명했다는 기사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우리가 많다.
한국 양돈업이 그런 것 같다. 구제역과 돈열이 잇달아 발생, 돼지고기 일본 수출이 중단된 상황에서 농림부와 협회가 천신만고 끝에 육지부 돈육의 필리핀 수출 길을 열어놨는데 필리핀이 구두로 보류를 요청한 것을 보면 그렇다. 다잡은 가제비를 놓쳐 가쁜 숨을 쉬고 있는 치타의 허탈함이나 허망함이 양돈업에도 스며든 것이다. 그럼에도 치타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가리비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반면 우리는 필리핀의 처분만 기다리는 눈치다.
필리핀이 수출중단을 요청했을 때 양돈업계는 즉시 대책위를 구성, 필리핀으로 가 협상을 벌어야 했다. 조령모개(朝令暮改)식 정책을 입안한 필리핀 당국에 강력 항의하는 한편 돈열이 문제였다면 돈열 방역상황을 설명하고 육지부 돈육의 안전성을 강조, 다시 수출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동시에 필리핀 정부 관계자와 수입업자들을 초청, 현장 방문을 통해 이상 없음을 강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도 늦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지 후지와 등심이 필리핀에 나갈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국내 수요가 적은 수출부위를 국외로 반출, 재고량 감소→가공업체 구매량 증가→돼지 값 안정이라는 사이클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는 하반기 돈가 안정을 위해 절실하므로 민관이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우리도 미국이나 호주 축산물 판매자들처럼 바이어를 초청, 휘황찬란한 호텔에서 뻑적지근하게 판촉 행사를 실시하는 호들갑을 배워야 할 것이다.
사실 필리핀이 연간 수입할 물량은 후지와 등심 1만8천톤, 부산물 2만톤 정도로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보다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홍콩에 들어가는 방법, 일본 수출 시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법 등 적지 않다. 때문에 한국 양돈업계는 토끼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붓는 치타의 집중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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