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게 속성서 본 양돈자조준비위(6/25)
[화요칼럼]게 속성서 본 양돈자조준비위(6/25)
  • by 김오환
게 속성서 본 양돈자조준비위
살아가는 인간의 선과 악 빗대
게 눈 감추듯 조기 매듭 기대

지금이야 그러치 않지만 불과 몇 년전 만하더라도 음식을 가려먹었다. 특히 해산물은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내륙지방에서 성장한 원인도 있지만 젓가락이 쉽게 다가가지 않은 것이다. 헌데 바다 게를 이용한 찬에는 자주 들락거렸다.
그 가운데 간장에 끓인 참게 맛은 구미를 한층 당긴다. 다리에 붙은 살을 갉아먹고 게 껍질에 밥을 비벼먹은 것은 별미 중의 별미다. 게딱지에 마신 술맛도 일품이다. 또한 푹 삶은 꽃게, 갖은 양념을 넣고 끓인 꽃게탕 역시 입맛을 돋구는데는 최고다.

이런 게에게 선(善)과 악(惡)이 있다 한다. 가을철 이삭 두 개를 물어다 저희 어른에게 바치는 충성심과 저보다 크게 작건 어떤 동물에게도 발을 쳐들고 대드는 용기가 선이란다. 악은 게걸음 친다는 속담처럼 언행이 빗나가고 진보가 없는 것과 남 잘되는 걸 못보고 헐뜯고 끌어내리는 것이다. 게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꼭 그렇다. 한 놈이 옆을 기어올라가 넘어갈 것 같으면 다른 놈이 밑에서 물고 늘어져 못 가게 한다.

기자가 보기엔, 게 속성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게와 관련된 속담을 보면 악담이 몇 개 있다. 소득을 얻기는커녕 가진 것마저 잃어버렸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를 비롯하여 천성이나 본능은 어쩔 수 없음을 가리키는 '게 새끼는 집고, 고양이 새끼는 할퀸다'는 것, 소득도 없이 헛수고를 이르는 '게 잡아 물에 넣는다'는 등이 있다.
근자에 '양돈자조활동자금설치를 위한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 위원장 선출을 놓고 생산자단체간 의견이 상충, 답보상태를 보일 때 게의 속성이 스쳤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양돈농가의 권익보호와 증진, 소득향상에 앞장서고 있는 전국양돈조합장과 협회 임원이 대포지교(大匏至交 ; 큰 술잔을 친구와 함께 나눠 마심으로써 우의를 돈독히 하는 것)를 통해 물꼬를 틈으로써 게와 관련된 악담은 잊혀졌다. 양측이 또 준비위 공동위원장을 선출하는 한편 향후 일정에 대해 합의하는 등 양돈자조금제도 조기 시행에 노력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양측이 준비위 과정에서도 갈등 양상을 보였는데 앞으로 진행될 사무국 설치를 놓고 보일 '심한' 이견이 예상돼서다. 양측은 양돈자조금 추진과정에서 동상이몽(同床異夢)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양돈농가를 대표하는 조합장과 30년 된 양돈생산자단체인 협회 임원이 준비위 핵심 사안에 대해 합의, 논의한 사실이다. 때문에 만에 하나 이견이 있다면 양측 대표들이 푸는 것이 순리고 바람직하다고 사료된다.
게와 관련된 속담 가운데 음식을 빨리 먹을 때 회자되는 '게 눈 감추듯 한다'는 것이 있다. 준비위가 이처럼 진행돼 양돈업 경쟁력 제고를 기대하는 사람은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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