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사슴' 살리는 게 급선무다
[화요칼럼]'사슴' 살리는 게 급선무다
  • by 김오환
'사슴' 살리는 게 급선무다
자랑스럽던 '뿔'이 실망시켜
실타래처럼 얽힌 '숲' 풀어야

이솝우화의 한 토막. 갈증이 난 수사슴이 샘터로 다가와서 목을 축이고 난 뒤에 물 속에 비친 제 모습을 응시했다. 그 녀석은 자기의 거대하고 진기하게 생긴 뿔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지만 가느다랗고 빈약해 보이는 다리에 몹시 불만이었다.

사슴이 한참 생각에 잠겨있을 때 사자가 나타나 그에게 덤벼들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쳤으며 사자보다 훨씬 앞서게 됐다. 사슴의 긴 다리 때문이었다. 앞이 확 터진 대지 위에선 수사슴이 안전하게 달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지역에 이르자 수사슴의 뿔이 나무에 뒤엉킴으로써 그는 더 이상 도망가지 못하고 사자에게 잡혔다.

막 잡아먹히려는 순간 사슴은 이렇게 말했다. "아, 슬프다.! 나의 기대를 저버릴까 걱정했던 다리는 나를 보호했으나 자신감으로 뿌듯하게 채워줬던 뿔이 나의 목숨을 앗아가도록 만들다니." 이 우화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못 의심스럽고 믿기 어려운 친구의 신의야말로 우리의 구원인 반면 우리가 맹목적으로 신뢰했던 친구가 우리를 저버렸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양돈조합과 협회는 '양돈자조활동자금 설치 공동준비위원회' 1차 회의 전만 하더라도 흉금을 털어놓고 한국 양돈산업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한 동지였고, 서로를 사슴의 '뿔'처럼 인식했다. 전에는 어쨌든지 모르지만, 김건태 회장 당선 이후로는 협회에 대한 양돈조합과 양돈업계 오피니언리더의 인식은 우호적이었고 적극적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조합과 협회가 힘을 모아 양돈조합연합회를 발족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진길부 조합장이 협회의 분뇨처리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거나 황금영 조합장이 협회 부회장으로 참여하는 것을 보면 이를 가늠케 한다. 다수의 양돈업 리더들이 협회가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 동참한 사실을 볼 때도 그렇다.

이런 미풍양속(美風良俗)을 지녔던 양돈업계는 요즘 들어 서로 멀어진 느낌이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개최된 '양돈자조준비위' 회의에서 보여준 농협과 협회의 대응자세는 그랬다. 이날 양측은 자랑스럽던 '뿔'을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인식했다해도 틀린 말은 아닐 성싶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양돈농가 및 업계관계자는 그 '뿔'을 장식용이 아니라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인정하고 있고 기대하고 있다. 말하자면 고양이 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쥐(양돈업 발전 저해요인)'를 잡아주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서로 풀 것은 풀고 매듭지을 것은 하루 빨리 지어야 한다. 지체되면 될수록 사슴(국내 양돈업)은 뿔이 나무(자조금)에 실타래처럼 얽혀 더 많은 시장을 확보하는데 실패하고 사자(외국산 돈육)에게 잠식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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