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농협중앙회 개혁을 주시한다(5/28)
[화요칼럼]농협중앙회 개혁을 주시한다(5/28)
  • by 김오환
농협중앙회 개혁을 주시한다
중앙회 제외 의도 주장 제기
미흡하면 외부 간섭 불가피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작년 12월 20일 중앙 일간지 1면 광고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축하합니다'라는 농협중앙회(이하 중앙회)가 장식했다. 물론 일반적인 관행이라 할 수 있지만 국내 기라성 같은 기업을 제치고 중앙회가 가장 먼저 축하해야할 만큼 사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회는 3월 중앙회장을 비상근으로 전환하고 시군지부 폐지 및 조합장선거제도 개선을 골자로 한 농협개혁(안)을 발표했다. 4월에는 개혁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2006년까지 398개 지역조합을 합병, 968개로 끌어갈 계획이라고 잇달아 밝혀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그 속내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충심(衷心)으로 '자기(己)를 가죽띠(革)로 때려( )' 잘못된 점을 바로잡겠다는 충정은 환영해야겠지만 축하 광고처럼 앞선 게 궁금해서다. 더욱이 노무현 정부가 첫 일성으로 내놓은 것이 개혁도 아니고 국민의 정부가 개혁 대상으로 추진했던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합병도 '없었던 일'로 의견이 모아지고, 한국전력 분할도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회의 개혁 주창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연구원의 중앙회의 3단계 분리방안이 나온 지 불과 9개월밖에 안 된 지금, 또 개혁한다하니 더욱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일선 농축협의 노동조합인 전국농협노조는 지난 13일 중앙회의 개혁안은 일선조합만 개혁대상이고 중앙회를 제외시키려는 의도라며 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주장했다. 전국농민연대 역시 19일 출범기념 토론회에서 이를 강조했다. 결국 중앙회의 개혁 계획은 조합원의 참여와 논의가 기본원칙임에도 여기에는 진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모르면 몰라도, 중앙회 개혁안에 대해 노조와 같이 인식하는 조합원과 농업, 특히 축산업 관계자들은 적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 때 협동조합개혁위원회를 농림부 기구로 발족, 큰 관심을 모았으나 농축협중앙회만 통합했지 개혁(안)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하기가 그래서다. 더욱이 새 정부 출범 초기 때마다 중앙회 개혁이 발표됐음에도 용두사미로 끝나버린 것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 회초리를 든다하니 쉽게 동조하기가 그럴 것이다.
중앙회를 농축산업의 '로마제국'이라 해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자연환경이나 경제적 여건이 보잘 것 없던 하나의 도시국가, 로마가 제국으로 발전했지만 역사 속으로 묻혔다. 신영복교수(성공회대)는 이렇게 해석했다. "로마가 로마인의 노력으로 지탱할 수 있는 크기를 넘어섰을 때부터 넘어지기 시작했다"고. 따라서 중앙회를 가장 잘 아는 노조의 중앙회 '군살 제거' 주장은 설득력이 높고 타당성이 있다. 이래도 안될 경우 '외부'의 간섭은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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