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3/26)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3/26)
  • by 김오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수출해도 가격 안 맞아 걱정
차액 보전 빠를수록 효과 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죽고 민주화 열기가 한참 달아올랐던 80년 봄, 문자 쓰기를 즐기는 원로정객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봄은 봄이되 봄 같지 않다)'이란 말을 던졌다. 이 글귀가 돼지고기 수출업체 현재의 분위기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 같다.

돈육 수출업체의 '봄'은 왔다. 작년 5월 구제역 발생으로 묶였던 돈육 수출 길이 몽고, 필리핀, 러시아로 열린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기운을 느끼기보다는 아픔으로 맞이하고 있다. 수출단가가 너무 낮아 출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등심이나 후지를 수출할 때 kg당 150원 안팎 정도 손해를 입어 10톤만 수출해도 150만원이 날아간다. 게다가 수수료까지 합하면 적자는 눈덩어리로 불어난다.
특히 저가 수출은 국내 유통업체와의 거래를 힘들게 할뿐만 아니라 이들에게 공급가격 인하 요구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질서를 흐리게 할 수 있다. 또한 수입국들의 주문이 까다롭고, 결재가 미뤄지고,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없지 않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출업체들의 희망사항은 낮은 돼지 값 형성일 것이다. 하지만 작년 8월 중순 이후 7개월째 생산비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돈가가 더 떨어지면 양돈농가의 도산은 불가피하다. 때문에 생산농가와 수출업체 둘 다 살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생산농가들이 출하할 때 자조금을 모금할 예정인 것처럼 수출업체들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수출업체에 차액(국내가-수출가)을 보전(補塡)해주는 것이다. 미국도 양돈불황 때 러시아 수출물량에 대해 지원한 사실을 보면 설득력과 타당성을 더해주고 있다.

물론 수출 전량에 대한 결손분을 메워주면 좋겠지만 여건상 불가능하므로 일정량에 한해 이를 실시했으면 한다. 주지하다시피 금년도 돈육 수급상황은 공급량 93만2천여톤 가운데 93.1%인 86만7천톤만 소비하고 나머지 6만4천여톤이 내년으로 이월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월물량은 작년보다 12.3%(7천톤)나 늘어난 양이므로 이것만이라도 보전했으면 한다. 또한 올 평균 돼지 값도 16만8천원선으로 전년대비 5% 정도 떨어진다 하니 돈가 안정을 위해 이를 실시하길 주문한다.

무엇보다 수출업체에 대한 손실 차액분을 채워줌으로써 양질의 돼지고기 수출기반을 조성, 한국산 이미지 제고는 물론 항구적으로 고객 확보가 가능해 '도랑 치고 가재 잡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욱이 명실상부한 돈육 수출다변화를 구축, 양돈강국 입국(立國)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이들의 경영을 안정케 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출하가 가능, 생산농가들의 경영계획 수립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것은 사료 등 양돈관련산업의 안정적 성장도 뒷받침할 것이다. 이러한 효능이 예상됨으로 '보전' 결정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비로소 이럴 때 돈육 수출업체와 양돈농가들은 '상춘(賞春) 맛'을 만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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