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돼지는 '하로동선'이 아니다(제88호 3월 12일)
이제 돼지는 '하로동선'이 아니다(제88호 3월 12일)
  • by 양돈타임스
이제 돼지는 '하로동선'이 아니다

한국산 돈육 일본 수출 길 열려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 다해야

하로동선(夏爐冬扇)이란 여름의 화로나 겨울의 부채처럼 지금은 격에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나 잘 간수하면 머지 않아 필요한 물건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한마디가 오늘날 양돈업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다.
2000년 3월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고기 일본 수출이 전면 중단됐을 때, 양돈농가에 있어서 돼지는 여름철 화로였고 겨울의 부채였다. 그럼에도 양돈농가들은 양돈업이 한국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위상을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잘 키워왔다. 그 확신은 적중했다. 작년 9월 국제수역사무국(OIE)은 한국을 8개월 앞서 구제역 청정국가로 재 지정했고 특히 일본이 2월 27일 한국을 우제류 동물의 고기·장기류 등의 수입금지지역으로부터 제외함으로써 이제 돼지는 여름철 부채로 겨울철 화로 마냥 필요한 물건이 된 것이다.
때문에 양돈인은 물론 정부, 업계 관계자들은 돼지가 계속 필요로 하는 물건이 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그것은 구제역과 돼지콜레라 재발을 방지하는 일이다. 만에 하나 이것이 발병하면 한국 양돈업은 시쳇말로 종친다. 따라서 관계 당국은 국경 검역을 대폭 강화, 부정 축산물 유입을 근절하고 농가들은 축사와 주변, 축산기자재 소독을 정기적으로 실시해 병원체 차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역설해도 부족함이 없는 또 하나가 고품질 돈육 생산이다. 국내산 돈육이 일본에 수출됐을 때 일본산으로 둔갑, 판매된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일본이 수입 돈육에 대해 원산지표시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 낮은 돈육이 수출되면 시장 개척하는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또 올해 일본 돈육 자급률이 작년보다 높아질(56.1%→57%) 것으로 전망돼 수출국간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에 농가는 수출 규격돈 생산에 주력하고 수출업체는 업체간 과당 경쟁을 지양하는 동시에 엄선(嚴選)된 돈육만을 내보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돈육 수출량보다 품질 제고를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 한국산 돈육 이미지 개선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 일환으로 이를 크게 향상시킨 업체에 대해 세제를 지원하고 반대인 경우 자금 지원 유보 등 불이익 부과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00년 3월 이후 한국 양돈업 화두는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산 돈육을 선택해달라는 것이었으나 까다롭기 유명한 그가 우리를 인정함으로써 이제 우리의 몫만 남았다. 앞서 역설했듯이 농가는 농가대로, 수출업자는 업자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각자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럴 때만이 양돈업에 있어서 더 이상 하로동선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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