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은 소문내야 치료가 빠르다(제84호 2월 5일)
질병은 소문내야 치료가 빠르다(제84호 2월 5일)
  • by 양돈타임스
질병은 소문내야 치료가 빠르다

발병 사실 감추는데 급급
정보공개가 공존의 첩경

작년 추석 전전날 실로 오랜만에 선배와 회포를 풀었다. 당뇨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근황을 묻기 위해서였다. 소주 한잔 할 수 있느냐라는 물음에 『병으로 마셔도 괜찮다』며 『병은 소문을 내야 하는 말이 있듯이 내가 고생한다는 소문에 별의별 치료법과 약재를 주위 분들이 구해 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밝은 모습이어서 안도됐다.
그 선배가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운동과 약물 복용, 그리고 소문으로 들은 민간치료법도 한 요인이 됐을 것이다. 기자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선배의 치료방법이다. 선배가 소문낸 것은 아니지만 병(病)이란 것은 주위에 알려질수록 많은 치료법을 듣는다는 사실이다. 축산에서도 이는 적용될 것이다.
그런데 가축을 키우는 양축농가들은 가축이 질병 걸리면 이웃 농가가 알지 못하는 한, 말은커녕 밖으로 샐까 걱정만 하고 있다. 혼자 가축병원에 가서 약을 구해 투여하거나 주사를 놓을 뿐 동료와 상의하지 않고 수의사가 방문하면 오히려 소문내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는 게 가축 질병에 관한 양축농가의 현주소라도 지나친 과언은 아니다. 특히 질병을 끝까지 숨기고 있다가 기관에서 조사 나와야 비로소 실토하는 양축농가도 없지 않다. 따라서 가축도 질병 걸리면 「소문」내 치료방법을 강구했으면 하는데 행동으로 옮기길 주저하고 있다. 지금 양돈농가가 그런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양돈업계 전문가들은 자돈 사료생산량을 기초로 할 때 현재 출하두수가 많아야함에도 그러치 못한 이유에 대해 통계가 잘못됐거나 질병으로 폐사 또는 성장이 지체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통계보다 질병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당국의 발표는 없었지만 이유자돈전신성소모성증후군(PMWS) 등 질병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PMWS가 아니라 이 질병이 발생했음에도 쉬쉬했느냐(하고 있냐)는 점이다. 용기있는 양돈가가 부족한 것이다. 발생농가의 경제적 손실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오늘날 양돈업이 1+1=2라는 합(合)이란 개념을 떠나 각각 요소가 곱해지는 승(乘)의 개념으로 도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도 좌시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만 안겨줄 것이다. 관계 당국도 책임을 면키 어렵다. 소문이 났으면 최소한 확인절차를 걸쳐야함에도 지금까지 무소식인 것은 직무유기라 지적치 않을 수 없다.
돼지고기 일본 수출재개를 앞둔 한국 양돈업에서 가장 요구되고 있는 것은 「너냐 나냐」라는 독존형보다 「너도 나도」라는 공존형이다. 그 공존의 지름길이 정보를 공개하는 일이다. 그 중의 하나가 질병을 「소문」내는 것이다. 이럴 때만이 더 큰 재난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보다 향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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