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운명을 바꾼다(74호 11월 20일)
이름이 운명을 바꾼다(74호 11월 20일)
  • by 양돈타임스
이름이 운명을 바꾼다

돈육 부위를 '살'자로 돌림화
명칭변경으로 새 돌파구 모색

기자가 사는 동네 아파트 이름은 각 단지마다 달빛·은빛·햇빛·별빛·옥빛 마을로 구분된다. 그래서 그런지 시멘트 숲에 갇힌 아파트 기분보다는 동화 속에 나오는 아름다운 마을에서 사는 것처럼 그려지곤 한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회사명이나 상품명을 발음하기 쉽고 소비자에게 친근감을 주는 이름으로 개명하거나 단모음화 하는 사례를 우리는 종종 보고 있다. 일례로 선경그룹은 영어로 선경을 SUNKYUNG으로 사용하다 발음이 가라앉은 이란 의미를 지닌 SUNKEN과 비슷하다며 SK로, 지금까지 이용하고 있다. 또 개명 이유가 다르지만 럭키금성의 경우 LG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으며 회사명보다 제품명을 강조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그러나 부위별 돼지고기 이름은 아직도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 명칭이 양돈인 조차 생소하고 어원이 부정확함에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안주하려는 경향이 없지 않다. 더욱이 앞·뒷다리를 전·후지로 같이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를 혼동케 하고 있다. 때문에 돈육 부위별 용어를 소비자들이 알기 쉽고 편안함을 주는 이름으로 바꿨으면 한다. 특히 TV돈육홍보 등 소비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는 이 때, 돼지고기를 용도에 맞게 또는 부담없는 명칭으로 전환한다면 돈육소비운동에 금상첨화일 것 같다.
가령, 돼지의 갈비뼈 횡경막에 붙어있는 고기를 갈매기살로 부르는 것을 연하고 맛있으므로 「연살」로, 갖은 양념으로 맛을 돋구는 볶음용 부위인 전·후지를 「복살」로, 돈가스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등심을 「돈살」로 개명해 삼겹살과 목살로 익숙한 돼지고기를 「살」자로 돌림화할 것을 주장한다. 이와 함께 돼지고기요리 명칭도 바꿨으면 한다. 돈육에다 양념을 첨가해 볶아낸 제육( 肉)볶음이 모든 고기(諸肉)를 볶은 게 아닌 것처럼 「돼지볶음」으로 변경하는 것도 검토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농림부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가운데 식육의 부위별과 구별표시방법을 개정, 고시함으로써 양돈인과 식육판매업자들이 돈육 부위에 대한 인식을 변화토록 해야 할 것이다. 양돈인들은 법개정이 늦어질 것에 대비, 돼지고기 부위별 개칭에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름 바꾼다고 비선호 부위 소비가 늘어난다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이름이 운명을 바꾼 사례가 숱하기 때문에 실시해도 실(失)보다 득(得)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국내 양돈업은 소비가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안정보합세를 보이는, 궁합이 맞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것이 태어나지 않고 기존의 것이 죽어가는 상황과 마찬가지이다. 때문에 양돈인들은 전환점을 찾아야 한다. 그 방안 중의 하나로 돈육부위 명칭 변경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자고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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