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미래 양돈, 생산성보다 냄새 여부가 좌우”(8/17)
[농장탐방]“미래 양돈, 생산성보다 냄새 여부가 좌우”(8/17)
  • by 양돈타임스
[농장탐방]“미래 양돈, 생산성보다 냄새 여부가 좌우”

전남 장성 성산종돈장

‘순환형 돈사 시스템’설치로 냄새 제로
‘냄새 0’전파 공로로 신지식 농업인 선정
‘양자 보내기’ 활성화로 생산성 높여
돼지 보고 자란 남매 양돈 2세로 성장

전남 장성군 성산면은 편백나무 군락지 축령산이 병풍처럼 뒤를 받치고 그 주위를 사각진 논들이 옹기종기 둘러싸고 있다. 마을입구에서 논 사이 길을 굽이굽이 따라 올라가니 얕은 산 중턱에 마을 이름을 딴 ‘성산종돈장’이 위엄을 뽐내고 있었다.
성산종돈장은 올해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된 오재곤<사진> 대표가 25년째 삶의 터전을 일구고 있다. 오 대표 인터뷰를 위해 최근 농장을 찾았을 때, 그는 변함없이 돈사에서 돼지를 돌보고 있었다. 기자가 도착 연락을 하자 급히 나와 반갑게 맞이해 줬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오 대표가 작업복을 갈아입고 잠시 샤워를 하는 동안 농장 사무실 입구에서 농장 전경을 감상했다. 25년 전 사과밭을 개간한 이곳은 돈사가 산 중턱마다 계단식으로 배치돼 있고, 숲이 돈사를 감싸고 있었다. 전남 장성의 편백나무 숲이 있다면, 이곳은 양돈의 숲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샤워를 말끔히 하고 다시 만난 오 대표가 제일 먼저 가리킨 것은 액자 속 6자의 성어였다. 유지자사경성(有志者事竟成). “사람이 하고자 하는 뜻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말로 그는 이 성어를 항상 가슴에 품고, 사무실 액자에도 걸어 놓으며 항상 뜻을 되새겼다고 한다. 이 같은 다짐이 25년 전 모돈 52두에서 현재 모돈 3천500두의 농장으로 변모시킨 원동력이자 올해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된 배경이 아닌가 생각됐다.
그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재밌는 일화를 기자에게 말해줬다. 다름 아닌 법을 집행하는 법원의 판사가 성산종돈장을 냄새 없는 농장으로 인증시켜줬다는 것.
일화는 이렇다. 오 대표의 지인은 전남 나주에 양돈장을 하기 위해 시(市)에 허가를 요청했으나, 반려됐다 한다. 양돈장 위치가 관광지와 근접했기 때문. 그는 단지 그 이유가 반려 원인에 부당하다고 소송하며, 재판을 통해 ‘판사’에게 신축되는 양돈장은 냄새가 나지 않으므로 시의 허가 반려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판사는 냄새 안 나는 농장이 어디 있냐며 반문, 지인은 바로 ‘성산종돈장’이라고 답했다 한다. 결국 판사 등 법원 관계자들은 공정한 판결을 위해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는 성산종돈장을 직접 시찰했다 한다. 판사는 실제로 지인이 주장한 것처럼 양돈장 냄새가 나지 않자 성산종돈장 같이 냄새 저감 시설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주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즉 냄새 없는 성산종돈장이 최근 ‘하늘의 별따기’가 된 양돈장 허가에 큰 공을 세운 셈이다.
성산종돈장이 냄새 없는 농장으로 인정받고, 이로 인해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순환형돈사시스템’ 설치로 친환경양돈장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분뇨 처리 기술을 타 양돈장에게까지 전파, 벤치마킹을 이룬 공(功)을 인정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오 대표를 올해의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했다.
‘순환형돈사시스템’의 원리는 돼지 분뇨가 돈사 슬러리 피트에서 미생물을 통해 속성 분해 발효, 이후 분뇨는 주 처리장으로 이송된다. 주 처리장에서 반복적인 호기성 폭기 발효 처리 과정을 거치고 처리 과정을 거친 처리수의 일부는 다시 돈사 피트로 재순환되고 최종 처리수는 경종농가의 액비 및 세척수로 재활용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돈사 슬러리 피트에서 분뇨 혐기 발효 및 슬러지 침전이 없어 돈사 내 유해가스, 냄새 발생이 감소하게 돼 외부에도 냄새가 퍼지지 않는 원리다.
오 대표는 “최근 냄새 문제가 사회적으로 커지면서 양돈농가들은 ‘냄새와의 전쟁’을 벌이게 됐다. 이에 앞서 오래전부터 냄새 문제가 지속 가능한 양돈업에서 향후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끝에 냄새를 저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분뇨순환시스템’을 접하고, 2009년 설치하게 됐다”며 “다른 농가들 역시 냄새 저감을 위한 시설 투자를 통해 냄새에 민감한 국민들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산종돈장에는 ‘순환형돈사시스템’과 더불어 ‘지열을 이용한 돈사 냉난방 기술’이 눈에 띈다.
지열에너지는 지하수 및 지하의 열을 이용한 에너지로서 냉난방 등에 활용이 가능한 미래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오 대표는 바로 이 지열에너지를 이용, 지하에 수직 밀폐형 맨홀을 연결해 지하에서 발생하는 지열을 돈사 내부와 복도에 덕트와 보일러 호스로 개별 송풍해 돈사 내 냉·난방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이 양돈 시작 이래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냄새가 걱정인 세상에서 이미 냄새를 극복했고 최악의 폭염으로 인한 더위가 걱정인 현재, 지열에너지 시설을 통해 더위도 극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25년간 변함없는 우수한 후보돈을 생산해 내고 있는 장인(匠人)의 반열에도 올랐다.
성산종돈장의 우수한 후보돈 생산 및 공급은 전국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오 대표는 “지금까지 거래하고 있는 농가의 50%가 25년전 농장 시작했을 때 농가다. 우수한 종돈 생산은 종돈장의 사명으로 앞으로 더 우수한 후보돈만을 판매하자는 목표는 현재까지 변함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다산성 모돈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산자수가 장점이지만 자돈이 강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료 및 초유 먹이기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분만사에서 양자 보내기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자보내기를 통해 갓 태어난 자돈들이 고루고루 어미의 모유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를 통해 다산성 모돈의 장점을 극대화해 생산성 제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산종돈장은 현재 2세들도 농장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25년을 오 대표 부부〈사진 아래〉가 주축으로 운영했다면, 앞으로 25년은 그의 자녀(1남1녀)들이 운영하는 농장으로 탈바꿈될 것이다. 오 대표의 2세들은 어릴 때부터 돈사의 돼지들과 동고동락하며 지낸 결과 둘 다 학교도 농수산대학교를 선택, 졸업하자마자 현장 일선에 뛰어들었다.
오 대표는 “젊은 피가 농장에 수혈되니 농장에 생기가 돌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컴퓨터 활용법이 높아 농장 전산기록이 좀 더 세밀해 졌으며, ICT 기술 활용도가 높아져 농장에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늘의 신지식 농업인으로 선정되기까지 개인만의 노력은 물론, 가족과 농장을 돕는 조력자들의 역할이 컸다.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2세들에게 지금까지 터득한 노하우를 전수해 성산종돈장이 대대손손 이어나갈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양돈장 완성을 위해 가족들과 함께 지속 노력 하겠다”고 역설, 성산종돈장의 제2막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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