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수입육·각종 규제 극복이 향후 과제(5/11)
[창간특집]수입육·각종 규제 극복이 향후 과제(5/11)
  • by 양돈타임스
10년 전과 10년 후의 한국 양돈산업
[창간특집]수입육·각종 규제 극복이 향후 과제

김근필 양돈PM / (주)우성사료

한돈에 대한 높은 선호도 유지될 것
사양관리·방역 강화로 MSY 24두 예상
소유·경영분리 전문경영인 시대 올 것
최근 호황 수익, 경쟁력 위해 투자를

지난 대한민국 축산, 특히 양돈산업은 한두 마디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변화를 겪었고, 겪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번 기고의 주제와 맞게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세 가지 관점에서 양돈산업의 변화를 분석하고 경쟁력의 확보를 위한 몇 가지 의견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 양돈의 과거 모습은 개인적인 경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79년 시골의 작지도 크지도 않은 초등학교를 입학했다. 당시 학교에는 고모부가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었는데 굳이 사택에 살지 않고 동네에 축사(돈사)가 딸린 집에 살면서 출퇴근 전후로 돼지를 키웠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돼지가 한 50두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또 참외가 유명한 한 지역의 양돈장 사장님은 1980년대 참외농사를 지을 때 옆집에서 돼지 몇 마리를 키우면서 분변을 거름으로 쓰니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돼지 10마리를 키우면서 축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부터 약 30~40년 전의 이야기이다. 모두 아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시절 양돈은 전업 보다는 부업 개념이었고 자신의 여유자본으로 시작해 ‘몇 마리’ 키우는 양돈장들이 많았다. 그래서 돼지 파동이나 다른 문제들로 수익에 문제가 생긴 시기에 많은 사양가들이 양돈을 쉽게 포기했다.
이후 대학 재학 시절과 업계 근무 초기인 1990년대 중·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당시 양돈은 정책 자금을 기반으로 한 농장 확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였다. 이전의 부업 개념이 아닌 전업으로 전환되는 시기였지만 부채 비율이 높아져 예전에 비해 경영 위험성도 증가했다. 결국 1997년 한국의 IMF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이후 많은 농장들이 문을 닫게 되었는데 부업 규모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소위 말하는 부도 상황이 양돈사업에서도 발생하게 된 것이다. 생산성 문제로 인한 수익의 감소와 규모화로 인한 사양가의 자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금 회전 문제가 주 원인이었다. 이는 부업 수준에서 전업으로 넘어가는 경영의 과도기에서 생긴 문제들이다.
IMF 이후 양돈산업 역시 만만치 않게 흘러갔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당시 지금보다는 상당히 낮게 평가된 양돈장의 자산과 규모화 과정에서 발생한 높은 부채 비율, 써코, PRRS 등의 질병, 곡물 가격 폭등으로 사료비 부담 증가, 돈가 등락으로 수익 감소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어려움과 위기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구제역 이후 엄청난 불황과 호황을 지나면서 현재의 양돈산업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1991년도에는 13만 농가가 500여만두의 돼지를 키웠다고 한다. 10년 뒤인 2001년도에는 2만 농가가 870만두를, 2016년 현재는 약 4천500농가가 1천만두가 넘는 돼지를 사육하고 있다. 농가당 규모를 봐도 1991년에는 6두, 2001년에는 450두, 2016년에는 2천300두 수준으로 엄청난 성장이 있었다.
이처럼 과거 양돈산업의 성장을 보면 몇 가지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부업 규모 시기의 양돈산업은 사업이라기보다는 부수입을 위해 그냥 돼지를 키우는 수준이었다. 1980년대 3천달러 남짓 되는 1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큰돈을 벌기 보다는 시골에서 다른 일을 하면서 남는 내 노동력을 활용해 부수입을 얻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불황이나 파동이 일어나면 쉽게 그만두거나 포기하던 시기였기에 많은 수의 농가들이 사라졌다.
1990년대 규모화 시작 이후 IMF 시기를 거쳐 약 20년 동안은 ‘생존’이 목표였다. 대부분의 농장주들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것을 올인(All-In)해 사업체를 끌고 나갔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농장들이 경영 능력이나 자금 관리의 문제로 실패했다. 또 부실한 재무 상황으로 항상 위기에 놓여있는 농가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금융업계에서 양돈을 위험 산업으로 분류했다는 이야기도 당연하게 여기저기서 들리던 시기일 정도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경영의 위기 상황이 계속됐다.
2010년대에는 구제역 상황을 겪고 난 이후의 키워드는 ‘농장 경쟁력 강화’다. 구제역 이후 격변의 시기를 버티고 살아남은 농가들이 국내산 돼지고기의 소비 증가에 기인한 고돈가로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얻은 수익을 재투자해 농장의 인수와 증축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양돈장의 자산도 재평가 되어 양돈사업 자체가 이전과는 달리 상당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세대교체가 된 양돈 사양가들이 지금까지의 학습 효과로 사업적인 역량이 높아짐은 물론 규모를 통한 건전한 사업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농장주 및 관계자들의 삶의 질 역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되었고 그 결과 이전에는 양돈장 가업 승계를 꺼려하던 2세들 역시 부모의 양돈사업을 잇기 위해 자연스럽게 축산을 전공하고 하나의 직장으로 양돈장에서 일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예전의 ‘부업’에서 ‘규모화와 생존’의 단계를 거쳐 ‘농장 경쟁력 강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우리 양돈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먼저,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예전에 비해 돼지사육 환경과 기술이 많이 개선되었고 HACCP, 친환경인증, 동물복지 인증, ICT 등 차별화된 경쟁력의 홍보를 통해 소비자의 인식 전환을 이끌어 한돈 선호도는 꾸준히 상승할 것이다.
시설 및 사양관리와 지역적인 방역 강화를 통한 생산성과 상품성 향상이 기대된다. 현재 산자수 중심의 육종에서 한국의 기후와 환경에 맞는 높은 산자수와 강건성을 갖춘 한국형 종돈을 정착시켜 모돈 약 96만두에 현재 연간 1천650만두의 출하 수준이지만 향후 동물 복지 정책 등의 영향으로 모돈 두수는 감소하더라도 18두 수준의 MSY가 30% 이상 증가한 24두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다. 이는 원가 경쟁력에도 도움을 준다.
또 ICT와 자동화 시설의 발전으로 적절한 인력 활용 및 안정적인 양돈장 운영이 가능하게 된다. 국가와 지역 단위 방역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질병으로 인한 양돈장의 피해가 감소하여 안정된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고품질 한국산 돈육의 해외 수출 역시 가속화될 것이다.
또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전문 경영인 시대가 열릴 것이다. CEO라는 직함을 가진 규모화와 전문화된 양돈산업에 걸 맞는 경영 능력을 갖춘 많은 인력들이 사업체를 소유하고 대외적으로 대표 역할을 하는 농장주를 대신해서 사업을 성장시키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하지만 수입육 시장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큰 돼지고기 수입시장인 한국 공략을 위해서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육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국내산 돼지고기의 대체 품목 중 하나인 수입 쇠고기 역시 소비 증가가 예상되어 국내산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것이다.
각종 규제와 민원 역시 미래에도 상당한 사업의 장애물이 될 것이다. 특히 시설 증개축 규제 강화, 동물 복지, 돈분 처리 및 냄새 등에 대한 규제 강화와 민원 증가는 비용 증가는 물론 사업의 존속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간략하지만 과거, 현재, 미래의 양돈을 예측해 보았다. 비육돈 출하 두당 5만~10만원을 남기고 사업하는 시기가 곧 지나갈 것이다. 여태까지의 고돈가와 안정적인 시장 상황을 통해 얻은 수익과 자금으로 두당 5천원을 남겨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숙제와 각종 규제 해결을 위한 각종 비용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 사업 규모와 영역의 확장도 중요하지만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생산성 향상으로 상대적인 수익을 높이기 위한 자금, 인력, 노력에 대한 투자는 더욱 강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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