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프롤로그]2027년 양돈업 화두도 ‘생산성’(5/4)
[창간-프롤로그]2027년 양돈업 화두도 ‘생산성’(5/4)
  • by 양돈타임스
10년 전과 10년 후의 한국 양돈산업
[창간특집-프롤로그]2027년 양돈업 화두도 ‘생산성’

10년 지나도 MSY 선진국과 차이커
1천두 이상 전업화 더욱 빨라질 듯
신규 진입 어려워 고령화가 현안 부상
소비 시장, ‘건강’·1인 가구 등 주목을
양돈정책 지원 없고 규제만 강화해 우려

지금 한국 양돈산업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쌀에 이어 농업 가운데 2위에 머물던 생산액이 지난해 1위로 오르면서 한국 농업의 대표 자리에 서게 됐다. 또한 한돈 시장은 3년 이상 고돈가를 형성하며 탄탄한 한돈 시장의 존재를 입증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동시에 무허가 돈사 적법화, 농가 고령화, 시장 개방의 고도화 등 한국 양돈산업의 기반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도 하다. 미래의 한국 양돈이 어떤 모습일지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렇기에 바로 지금, 한국 양돈산업의 미래에 대해 더욱 활발히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생산 주체의 변화=지난 10년 양돈산업에 나타난 가장 뚜렷한 궤적 중 하나는 규모화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농가의 규모화다. 전체 사육두수 증가(8%) 속에서도 양돈농가는 지난 10년간 9천800여호에서 4천600여호로 절반 가량(53%) 줄었다. 그 결과 1천두에도 못 미치던 농가당 사육두수는 2천200여두로 두 배 이상 늘면서 규모화가 크게 진전됐다. 특히 전체 농가가 단순히 감소한 것이 아니라 1천두 미만 규모의 농가는 1/4로(6천684호→1천725호) 준 반면 5천두 이상은 69% 급증(243→411호)했다. 전체 농가 중 2.6% 에 불과한 이들 대규모 농가가 사육하는 돼지가 200만두 즉 20%를 넘는다. 누가 돼지를 기르는가는 향후 양돈산업의 흐름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라는 점에서 농가수 감소보다 더 중요한 변화일 수 있다.
농가의 고령화도 빠르게 진전됐다. 한돈농가 경영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양돈농가 경영주 연령이 50대 이상인 비율이 01년 36%에서 04년은 50%로, 그리고 14년 70%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기존의 농가들이 고령화되는 속도만큼 신규 인력의 유입과 후계 인력으로의 교체 등이 그만큼 따라줘야 산업은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14년 조사 결과 최근 10년간 양돈에 진입한 인력은 11.8%에 불과했으며 후계 인력을 확보한 양돈농가는 29.9%에 그쳤다. 이 같은 농가의 규모화와 고령화는 향후 10년 산업 내부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한돈시장의 위기 혹은 기회=지난 07년 19.2㎏이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지난해 23.3㎏으로 4.1㎏, 21%가 늘었다. 식습관의 서구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최근 돼지고기는 한우와 닭고기의 대체 소비까지 더해져 어느 때보다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14년 이후 고돈가도 이 같은 소비의 덕이다.
그런데 동시에 눈여겨봐야 할 흐름이 있다. 전체 육류 소비량 중 돼지고기의 비율은 오히려 줄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07년 1인당 육류 소비량 가운데 54% 가량이 돼지고기였다면 2010년 이후로는 50% 이하로 떨어졌으며 지난해 48%에도 못 미쳤다. 대신 백색육인 닭고기의 소비 비중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는 이미 돼지고기 소비량 정체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당장 돈육 소비 감소를 걱정해야 할 때는 아니지만 육류 소비 패턴의 변화를 짐작케 한다.
이와 함께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돼지고기 소비에서 저지방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육류 가운데 돼지고기 비중의 감소와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의 부상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은 육류 소비에서도 건강 지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하나의 흐름으로 묶을 수 있어서다. 아울러 앞으로 대세가 될 1인 가구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장기적인 경기 침체의 가능성 등 사회 인구학적 변화 역시 대비해야 할 미래다.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서 수입육이 주요 변수가 됐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06년 처음 20만톤대에 진입한 돼지고기 수입량은 15~16년 2년 연속 30만톤 이상을 기록하며 10년 사이 수입량 30만톤 시대에 진입했다. 특히 FTA 이전 수입육은 국내 삼겹살 등 인기 부위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용도였다면 FTA 이후 삼겹살은 물론 저지방 가공용 부위도 국내 시장 상황에 따라 한돈을 대체하게 됐다. 향후 수입육이 한돈 가격의 상승을 저지할 수 있는 변수로서의 영향력을 더 키워갈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체된 생산성&강화되는 규제=지난 10년 양돈산업의 그 많은 변화의 바람 속에서 크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바로 생산성이 그렇다. 다만 10여년 전 돼지 소모성 질병 피해로 13두대에 머물던 국내 MSY(모돈두당연간출하두수)는 그동안 두 번의 도약의 시기가 있었다. 써코 바이러스(PCV2) 백신 보급과 역설적이게도 2010년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그렇다. 많은 양돈장들이 농장을 비우고 재입식 하면서 몇 년간 15두대 머물던 MSY가 17.5두로 올라섰다. 그럼에도 국내 양돈 생산성은 여전히 국제적인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EU 국가들과는 10두 이상 차이를 보이며 20두 이상을 기록하는 미국과도 여전히 차이가 크다. 문제는 FTA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이들 국가 돼지고기와의 경쟁, 특히 가격 경쟁은 점차 한돈에 불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이나 10년 이후나 시장 개방의 흐름 속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무엇보다 한돈 경쟁력을 결정짓는 생산성 제고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생산성 제고와 함께 농가들에게는 넘어야 할 또 다른 과제인 각종 규제들이 생겨났다. 시설 현대화 사업 등 농가에 대한 지원 대책들은 지난 04년 제정된 FTA 특별법에서 마련된 것들이 대부분이며 이후 이렇다 할 신규 지원책들은 찾기 힘들다. 대신 환경과 질병에 관련된 규제와 책임은 크게 강화됐는데 환경관련해서는 축사거리 제한이나 퇴·액비 관리 강화, 분뇨 및 악취로 인한 환경부담 최소화 등의 내용을 담은 ‘가축분뇨 관리 선진화 종합 대책’(12년 5월), ‘무허가 축사 개선대책’(13년 2월), ‘중장기 가축분뇨 자원화 대책’(13년 4월),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 종합대책’(14년 1월) 등이 모두 최근 5년 사이 만들어진 것이다. 또 지난 2010~11년 최악의 구제역을 계기로 방역 정책도 농가 책임 강화로 방향을 잡았다. 축산업 허가제와 축산관계자 책임분담 원칙이 확립된 ‘가축질병 방역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11년)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농가의 책임을 더한 방역 대책들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내년 무허가 축사 적법화 시한을 앞두게 됐으며 양돈 허가 취소까지 가능토록 한 방역대책이 최근 발표됐다. 이 같은 규제 위주의 정책들이 양돈 생산기반을 위협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들인 셈이다.
양돈산업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래는 예측의 영역인 동시에 의지와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변화에 수동적으로 이끌리기보다 양돈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어떤 미래를 추구해야 할지, 또 그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대비하고 실행에 옮길 때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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