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低가격·高품질은 생존 대책이자 책임(1/5)
[경쟁력]低가격·高품질은 생존 대책이자 책임(1/5)
  • by 양돈타임스
신년특집-농업 1위 한돈산업, 어떻게 가야하나
[경쟁력]低가격·高품질은 생존 대책이자 책임

5년이면 무관세…생산성이 곧 경쟁력
국민 33% 품질 수입산과 같거나 못 해
질병 발생 줄여 신선·안전 의식 높여줘야
차별화 위해 농가 노력·제도 뒷받침돼야

어디서건 1위라는 자리는 그에 따르는 책임이 있기 마련이다. 한돈 역시 그렇다. 특히 한돈이 1위 산업으로 오르기까지 국민들의 한돈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이었던 만큼 소비자들에 대한 책임이 우선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다 질 좋은 한돈을 공급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특히 이는 한돈이 앞으로 1위 산업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한돈의 경쟁력을 이루는 핵심이기도 하다.
■가격 경쟁력 확보=국내 양돈성적은 농업 가운데 1위라는 타이틀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다. 한돈팜스 사용농가의 MSY(모돈두당출하두수)는 15년 기준 17.9두 이며 16년 역시 17.8~18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주요 돼지고기 수출국들은 △미국=22.4두 △덴마크=28.5두 △네덜란드=27.8두 △독일=26.1두 등으로 월등히 높다. 이 같은 성적 차이는 가격 경쟁력으로 나타나는데 수입산 돼지고기의 국내 도매 원가는 지난 15년 기준 3천900원대로 한돈(15년 탕박 4천939원)과는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더구나 앞으로 FTA가 이행되면서 오는 21년이면 EU와 미국산 돼지고기는 전면 무관세이며 뒤 늦게 발효된 캐나다산 돼지고기의 가격도 매년 낮아진다.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이 느끼는 한돈과 수입돈육의 가격차는 크다. 지난 15년 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9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입 축산물에 비해 국내산 축산물이 비싸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85.5%에 달했다. 특히 삼겹살의 경우 수입 삼겹살 대비 한돈 삼겹살에 얼마나 더 추가로 지불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지불 의향이 없다는 의견도 26.8%에 달했으며 10% 더 지불할 수 있다는 비중이 35.6%로 가장 컸다. 즉 절반 이상의 소비자가 한돈 가격이 수입산에 비해 10% 이상 비쌀 경우 구입을 포기하거나 망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생산성 제고를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는 한돈 시장을 지키기 위한 생존 대책인 동시에 소비자들에게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한돈을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이기도 하다.
국내 양돈 생산성이 낮은 가장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 질병 때문이다. 한돈팜스 자료를 보면 이유 전 육성률은 90% 이상을 유지하는데 비해 이유 후 육성률은 85% 수준이다. 이유 이후 사고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인데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의 사고율이 3%대인 것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질병이 주된 원인인데 전문가들은 특히 PRRS를 양돈장 성적의 최대 적으로 꼽는다. 그 피해액이 연간 1천억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PRRS가 중요한 것은 그 자체로도 피해가 크지만 다른 질병들의 1차 병원체로서 다른 질병의 원인이 되면서 동시에 다른 질병들의 피해를 더욱 키운다는데 있다.
이 밖에도 국내 양돈장에는 상재하는 질병이 많고 이로 인해 질병의 고리를 끊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농가차원에서 질병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음성 후보돈, 음성 정액을 들여오는 것은 물론 후보돈에 대한 철저한 순치를 거치고 기본적인 차단방역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다. 생산단계뿐만 아니라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패커 등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도 물론 병행돼야 할 중요한 과제다.
■품질 경쟁력=한돈이 수입산에 비해 고가임에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분명 국내산이라는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안전성, 품질, 맛과 같은 가격 이외의 속성들이 수입산에 비해 더 우위에 있다는 소비자들의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가격 경쟁력 확보와 함께 이를 더욱 강화하는 것은 한돈 시장을 지속 유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과제다. 또한 그것이 1등 산업으로서 마땅히 한돈산업이 갖춰야할 덕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돈의 품질이 의심받고 있다. 농경연의 소비자 설문의 다른 내용을 보면 한돈과 수입산의 품질을 비교할 때 절반 이상의 소비자들은 한돈의 품질이 높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다고 응답한 비율도 33%에 달했다. 우리 국민 셋 중 한명은 한돈의 품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쇠고기(25.3%)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이 같은 부정적 인식이 생겨 난데는 화농 목심이나 떡지방과 같이 결정적 결함이 크게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결함을 가진 한돈을 경험해본 소비자라면 이전에 아무리 한돈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하더라도 단번에 한돈에 대한 인식이 변할 수 있다.
화농의 경우 소비단계 이전에 걸러진다고 해도 지난 15년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만으로도 목심 소비를 크게 줄였다. 한때 삼겹살보다 비싸게 팔렸던 목심의 몸값은 이후 다시 낮아졌다. 떡지방도 문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농가별로 떡지방은 5~50%까지 발생하고 있다. 떡지방의 발생 원인은 주로 일부 농가에서 조기 속성 비육을 위해 고열량 사료 위주로 급여하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농가에 소비자들의 불신이란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전문가들은 농가들이 품질 개선을 위해 비육후기 사료 급여를 포함해 사육 단계에 맞는 사료 급여가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농가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뒷받침도 요구되고 있다.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막연하고 주로 개개인의 경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객관적으로 품질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제시되고 폭넓게 공유될 수 있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실제 선호하는 돼지고기의 특성이 품질 기준에 반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한돈의 품질 제고도 이뤄지고 수입육과의 차별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선호하는 돼지고기 생산을 위한 한국형 종돈 개량도 지속 추진돼야 할 과제다.
한돈의 1위 산업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닌 것처럼 이를 지키는 일도 저절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일은 보다 맛있는 돼지고기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아주 기본적인 한돈 농가의 책임을 다 하는 일이 그 핵심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럴 때 한돈의 경쟁력은 국내를 넘어 세계 속에 1등 한돈이 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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