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양적 성장, 한돈 차별화에 달렸다(5/12)
[창간특집]양적 성장, 한돈 차별화에 달렸다(5/12)
  • by 양돈타임스
[창간특집]양적 성장, 한돈 차별화에 달렸다

정영철 양돈PM / (주)팜스코

돈가 결정 요인 공급에서 소비로 넘어가
한돈, 맛과 건강 어필해 수입육과 차별화
돈육 등급제 소비자 기호 반영해 개선을
품질·맛 확실히 다른 진짜 브랜드 육성

주요 양돈 수출국들과 연달아 FTA가 체결 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가진 수입돈육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 돈가는 떨어지고 한돈 시장 규모도 축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각종 환경 규제와 민원 문제로 양돈업을 지속하기가 점점 불편해 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가속될 것이라 여겨졌다.
이미 칠레산 돈육의 관세는 완전히 철폐 되었으며 미산 냉동 삼겹의 관세도 없는 상황이다. 2021년이 되면 최대 양돈 수출국인 미국과 EU의 냉장 돈육 관세도 없어지게 된다. 우리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고 가격경쟁력을 가진 국가들과의 예견된 경쟁에 걱정이 많았다.
특히 2013년 돈가의 폭락을 겪으며 시장의 유지를 위해 모돈 10% 감축 운동이라는 자구책을 실시할 때에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2014년과 2015년에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돈가가 폭락했던 2014년에 비해 국내 돈육생산량은 큰 차이가 없고 돈육 수입량은 상당히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연평균 5천원/㎏ 넘는 높은 돈가가 형성 되었다. 1인당 돈육소비량이 19㎏ 수준에서 23㎏을 훌쩍 넘을 정도로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식문화의 변화와 캠핑 등 야외 놀이문화가 유행하면서 상당히 늘어난 돼지고기 소비는 선진국들의 소비량과 비교할 때 아직도 더 늘어날 여력이 있어 보인다. 과거에는 돈육의 생산량이 주로 돈가를 결정하고 시장을 좌우했다면 이제는 소비가 시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돈산업을 더욱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만든 돼지고기가 소비자를 만족시키고 수입 돼지고기와 차별화가 될 때 돼지고기 소비량도 더욱 늘어날 것이며 수입 돈육의 시장 잠식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돈’으로 브랜드 네이밍을 하고 소비 촉진의 홍보를 하고 있는 대한한돈협회의 행보는 상당히 의미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 한돈이 수입 돈육과 완전 차별화가 되었다고 하기에는 아직은 아쉬운 점이 있다. 이러한 차별화를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물론 우리 한돈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고기가 좋은 품질의 돼지고기인지도 명확하지 않고 좋은 고기를 만들어도 제 값을 받고 팔 수 없다면 누구도 그를 위한 노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현행 등급제의 개선이 시급하다. 생산자는 보다 수입이 많아지는 방향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다. 도체중과 등지방 두께가 등급을 정하는 실질적인 유일한 척도인 현 상황에서 소비자를 위한 돼지고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소비자가 1+등급 돼지고기를 일부러 찾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가? 소비자에게 아무런 정보와 가치가 되지 못하는 등급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 것일까? 소비자의 기호와 연결되는 방향으로 등급제를 개선하고 좋은 고기를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이 될 때 한돈이 수입돈육 대비 품질 면에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돈육 브랜드의 발전이 필요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떠한 차별화의 요소도 없이 평범한 돼지고기를 생산하면서 브랜드만 만들어 놓은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크게 고기의 품질과 관계가 없거나 아주 작은 양이어서 차이를 만들 수 없는 첨가제를 넣고 브랜드화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경우도 흔하다. 의미 없는 브랜드가 난립해 있는 상황은 오히려 제대로 차별화 되는 돼지고기 시장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정말로 더 맛있고, 더 건강한 고기라면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소비 시장이 많이 있다. 이러한 시장을 만들어 나갈 때 한돈의 차별화는 물론 더 많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가공육 시장 확대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가공육의 소비량이 현저히 적다. 가공육은 오래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언제나 다양한 형태로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 가공육은 건강에 좋지 못하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다양한 종류의 가공육과 요리 방법을 개발해 새로운 식문화로 정착 시켜 나간다면 가공육 소비량은 상당히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가공육도 100% 한돈을 사용한다는 마케팅을 자주 볼 수 있다. 가공육 시장이 더욱 늘어난다면 한돈 시장의 확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한돈 산업의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일들은 많이 있다. 아직도 차이가 많이 나는 생산성 문제, 낮은 생산성으로 발생하는 높은 생산비 문제, 축산 냄새 및 민원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일은 우리 소비자들에게 ‘한돈’이 더 맛있고 더 건강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이다. 우리 ‘한돈’을 차별화 시키는 것이다.
요즘 한참 광고하고 있는 칠레 ‘아그로슈퍼’는 한국과 일본 시장을 목표로 한 연 35만톤 생산 가능한 양돈 단지를 건설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에게 한돈을 차별화 시키지 못한다면 이런 기업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도 있다. 한돈 산업과 관련된 모든 이가 이러한 관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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