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돼지 값 4천원 넘어 5천원 시대 진입(1/7)
[신년특집]돼지 값 4천원 넘어 5천원 시대 진입(1/7)
  • by 양돈타임스
[신년특집-과거시장과의 비교]돼지 값 4천원 넘어 5천원 시대 진입

돈가 상승→공급 증가→하락이 전형적 패턴
시장 개방 이후 수입 돈육 돼지 값 좌우지
FMD 이후에도 고돈가 기간 1년 남짓 불과
최근 시장 호황 원인·지속 방안 모색해 볼 때

고돈가 시기가 과거 한돈 산업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한돈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와 견줘볼 때 생산비 이상의 돼지 값이 이처럼 오랜 기간 유지되기 힘든 상황인 때문이다. 무엇보다 출하물량이 적지 않다. 여기다 수입량도 크게 늘었다. 과거 돼지 값이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사육두수가 증가하고 수입량이 늘어 고돈가는 오래가지 못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그러던 것이 돼지 사육두수 1천만두, 수입량 30만톤 이상을 기록하는 지금, 돼지 값은 20개월 연속 4천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시장이 어느 정도 예외적인 것인지, 그래서 한돈 산업에 경쟁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인지 과거 한돈 시장을 차근차근 되돌아 봤다.
■한돈산업의 출발과 시장의 형성=국내 양돈업은 50~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가에서 퇴비생산을 목적으로 1~2두 사육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본격적으로 하나의 산업으로서 모습을 갖춰 나가기 시작한 시기가 70년대 들어서면서다. 물론 전체 사육두수에 있어서는 70년대 후반까지 100만두대에 불과했지만 70년대 중반부터 500마리 이상, 1천마리 이상 사육농가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70년대 국내 최초의 기업형 양돈장인 용인 양돈장이 개장한 것은 국내 양돈산업의 주요 이정표로 기록될 만 하다. 이후 국내 양돈산업은 사육규모가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는데 80년대 돼지 사육두수가 처음으로 300만 마리대로 진입한 83년의 경우 돼지 사육두수가 전년 대비 무려 28%가 급증하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처럼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되면서 양돈시장의 부침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80년 9만2천원이던 돼지 값이 급등, 82년에는 14만6천원까지 올랐다. 이는 80년대 돼지 사육두수 증가를 부추겼지만 갑작스런 공급물량 증가에 돼지 값은 하락, 90년 이전까지 82년의 돼지 값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국내 양돈산업은 전체 사육두수 증가와 함께 농가의 규모화도 같이 진행됐다. 80년대 후반부터 규모화가 본격 시작됐는데 600만두대에 처음으로 진입한 95년의 경우만 보더라도 사육두수는 전년대비 8.5% 증가한 반면 양돈농가는 전년 대비 15% 감소하면서 4만6천여호를 기록한다. 또 처음으로 도축두수는 1천만마리를 넘어서기도 했다.
■시장 개방…무한 경쟁 진입=양적 성장과 함께 양돈산업은 개방화 시대를 맞게 된다. 이는 지금까지 국내 수급 상황이 전적으로 돼지 값을 결정했다면 이제는 외적 요인, 즉 수입육이 시장에 주요 변수로 등장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 시장과 의미있는 비교가 가능한 지점이 바로 개방화 이후라고 할 수 있다.
93년 우루과이 라운드 농산물 협상이 타결된 것을 신호탄으로 국내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시작됐다. 그리고 국내 양돈산업의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전환점 중 하나인 돼지고기 수입 자유화가 이뤄진 것은 97년이었다. 이전까지 시장접근물량을 설정해 수입해오던 것을 그 해 7월 1일부터 관세율을 33.4%를 시작으로 자유화했다. 이후 매년 관세를 낮춰 8년 뒤인 04년 이후 25%의 관세율을 유지해왔다.
본격적으로 수입량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99년부터로 그해 14만여톤이 수입되면서 전년(5만톤)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후 국내 구제역 발생 등의 이슈로 잠시 주춤하던 수입량은 04년(11만톤)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 07년까지 17만톤, 21만톤, 25만톤으로 매년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며 급증했다. 이에 돼지 값은 04년 3천219원(탕박)서 05년 3천446원으로 소폭 오르는가 싶었지만 06년 3천328원, 07년 2천899원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이 시기 한돈 생산량은 매년 감소, 04년 75만여톤서 07년 70만6천톤으로 줄었다. 생산량 감소에도 돼지 값이 하락할 수도 있는 시장 환경, 개방화 이전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다. 또 이에 따라 국내 돼지고기 자급률은 04년 86.9%로 처음 80% 대로 내려앉더니 80.7%, 76.7%, 74.1%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국내 돼지 값이 바닥을 치면서 수입육도 감소세로 돌아서고 돈가 약세에 돼지 사육두수는 07년 960만두서 08년 909만마리로 급감한다. 이에 비로소 돼지 값도 다시 살아나지만 이 역시 오래 가지 못했다. 2010년 돼지 사육두수는 1천만두에 육박할 만큼 늘었다. 그해 돼지고기 수입량이 전년 대비 13% 가량 감소했음에도 돼지 값은 고돈가 시기에도 4천2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약세를 지속했다.
■FMD 이후 시장=한돈 시장의 흐름이 크게 요동친 계기가 됐던 사건이 2010년 겨울에 발생한다. 11월 경북 안동발 FMD는 해를 넘기며 지속됐는데 문제는 사태 초반 예방적 살처분 정책으로 332만마리의 돼지가 살처분 된 것이다. 당시 사육두수의 1/3에 해당하는 돼지가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이후 한돈 시장은 극심한 수급 혼란을 겪게 된다.
눈여겨 볼만한 대목은 한돈 공급량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돼지 값 강세는 한돈 공급 부족이 절정에 달했던 11년과 12년 1분기에서 그쳤다는 것이다. 돼지 값 강세에 수입육이 폭증하고 돼지 출하도 증가한 때문이다. 그리고 13년 양돈시장은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게 된다. 돼지 사육두수가 1천만두를 넘어서면서 출하물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 돼지 값은 5년만에 2천원대까지 내려가고 심지어 돼지를 굶기는 양돈장까지 나올 정도였다. 11~13년 불과 3년 사이 한돈 시장은 최고의 호황서 최악의 불황으로 급변한 것이다.
FMD 이후 한돈 시장은 돼지 값 강세가 수입량 폭증, 그리고 국내 공급량 증가를 불러오고 동시에 이로 인해 하루아침에 호황서 불황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금까지의 돼지 값 형성 기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다.
따라서 최근 고돈가가 지속되는 한돈 시장은 충분히 예외적인 흐름으로 주목돼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배경이 무엇인지, 또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헤아려 보는 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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