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악성 질병 유입, 국가 차원서 적극 대응(5/7)
[창간특집]악성 질병 유입, 국가 차원서 적극 대응(5/7)
  • by 양돈타임스
⑤국가 방역 개선
[창간특집]악성 질병 유입, 국가 차원서 적극 대응

농가만 족쇄 채우는 방역정책 재고
농장 현장에 맞는 방역체계 구축을
국가 방역 시스템 아직도 불안해
바이러스 변이에 철저 대비해야

최근 동남아, 중국, 아프리카, 유럽 일부, 미국 등 전세계에서 FMD, 돼지열병, PED, PRRS 등 돼지 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때문에 질병이 발생한 국가는 돼지고기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는 등 자국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돼지 질병은 세계 자유 무역 흐름 속에 국가와 국가를 넘나들 수 있기에 수출국과 수입국사이 돼지고기 거래가 중단되는 무역장벽이 되기도 한다. 일례로 러시아는 작년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이 발생하자 EU로부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 EU의 돼지 값이 크게 하락한바 있다.
때문에 개방화 시대, 각국의 새로운 질병도 언제든지 국내로 유입될 수 있어 항시 국가적인 방역 시스템을 갖추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 한국의 국가 방역 시스템은 여전히 불완전하다. 작년 12월3일 충북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하자 정부는 백신 접종을 이유로 금방 종식될 것으로 장담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구제역은 근절되지 못하고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의 역학조사 결과 국내에 잔존하고 있는 바이러스에 의한 발생이 아닌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바이러스와 거의 상동했다. 이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국내로 유입, 국가 방역에 허점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한 국내는 동남아 및 중국, 러시아와의 인적 교류 및 물적 교류가 활발, 각 나라의 토착 질병이 언제든지 국내로 유입될 수 있다. 일례로 동남아의 고병원성 PRRS, 새로운 타입의 구제역 등이 항시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국가 방역은 현재도 중요하지만 추후에는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국가 가축질병 방역기관인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최근 구제역 증상이 나타남에도 신고를 기피하거나 지연한 농가의 경우 과태료 부과 및 살처분 보상금 감액 등의 농가 책임을 강화키로 한 이 때, 국가 기관에서 구제역 발생에다 신고까지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정부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같이 국가 기관까지 속수무책으로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 이전 보다 강력해진 바이러스에 의해 국가 방역 시스템이 위기를 맞았다. 구제역 발생 초기, 정부는 농가들이 백신 접종만 철저히 한(했)다면 차단,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결과는 초기 대응 미흡으로 최장기 구제역 발생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특히 ‘물 백신’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정부 질병 위기관리에 대한 농가들의 신뢰가 급격히 추락했다.
정부는 이번 구제역을 계기로 SOP(긴급행동요령)를 개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골자는 지자체, 농가 책임을 강화한다는 것. 현재 구제역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르면 “국내에서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의심축을 발견할 경우 읍·면·동, 시·군, 시·도, 시·도 방역기관 및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신고하여 최단시간 내에 정밀진단이 이루어져야 하고 즉각적인 방역대책이 실시되어 이로 인한 양축농가 및 축산업의 피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방역 대책의 요지다. 즉 SOP의 핵심은 농가의 빠른 신고 여부다. 빠른 신고 이후 발생 농장 긴급 방역 및 살처분, 주위 농가들에 대한 이동제한 등을 실시, 바이러스 확산을 조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및 일부 농가의 경우 구제역이 발생했음에도 발생 사실을 숨기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구제역 발생 책임을 농가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 정책 기조의 문제가 가장 크다. 또한 정책적인 지원도 없기 때문에 신고 시 농가의 경제적 타격도 한 이유다.
이같이 최근 정부는 신고 기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SOP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천일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관은 지난달 양돈조합장 간담회에 참석해 “구제역 SOP 개정의 핵심은 농가들의 빠른 신고 유도로, 신고 이후 농가의 불편은 최소화, 반면 신고 기피 농가의 경우 책임은 강하게 물을 것”이라고 시사하기도 했다.
정부의 향후 방역 체계는 긴급 방역 체계에서 상시 방역 체계로 전환, 구제역 ‘상재화’를 염두에 둔 대책들로 전환될 전망이다. 구제역 발생 지역 중심으로 관리하되 신규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할 시에는 ‘긴급’ 방역으로 선회해 관리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1년 우리나라는 ‘백신’ 사용으로 구제역을 근절한 경험을 겪었다. 이에 따라 구제역 백신은 국가 방역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작년 12월 충북 진천에서 구제역이 발생, 확산되면서 현장에서는 ‘백신’ 효능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 국내 발생한 진천 구제역 바이러스를 세계 구제역 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기존 구제역의 백신주인 ‘오마니사’(O Manisa) 백신주와 현재 활동 중인 바이러스 균주의 상관성이 떨어져 구제역 전염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3가 백신’에 기존 접종해 오던 ‘O 마니사’ 백신주 외 ‘O 3039’ 등 더 다양한 균주가 포함된 백신을 긴급 수입했다. 또한 향후 안동 바이러스로 만든 백신 도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이 물 백신 논란에 이어 백신 교체까지 ‘백신 효능’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에서 여전히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으며, 게다가 최근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며 국내에 구제역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구제역 청정 지역인 제주도에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어 더욱 더 우려되고 있는 대목이다. 또한 고병원성 PRRS 및 FMD가 발생 중인 동남아국가로의 국내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단가 백신보다 혼합백신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 이는 단가 백신 사용 중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 유입 대처에 수월하기 때문. 그러나 농가 및 현장 수의사들은 백신주와 야외주의 매칭, 면역학적 상관성이 높은 백신 도입 및 국내에 가장 효과적인 균주를 선택, 단가 백신 공급 추진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래야 구제역 컨트롤에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구제역을 돌아보면 국가 방역 시스템은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바이러스 확산을 조기에 막지 못하면서 백신 논란부터 신고 기피 현상까지 대두됐다. 때문에 사실상 이번 구제역 확산의 큰 이유로 정부의 정책 실패를 꼽을 수 있다. 문제는 이번 구제역 이후 정부의 개선 의지다. 지난 11년 구제역 종식 이후 정부는 ‘가축질병 방역 체계 개선 및 축산업 선진화 방안’을 마련, 이를 통해 방역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함과 동시에 축산업의 체질을 고치겠다고 장담했다. 특히 축산업 허가제 도입, 축산관계자 기록 의무 강화 등 방역 의무 사항 준수 여부를 입증하는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고 이를 어길시 벌금 부과 등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정부가 장담한 국가 방역 시스템은 작년 12월 구제역 바이러스 앞에 또다시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지난 11년 종식에 기여한 백신을 절대적으로 신뢰한 나머지 화(禍)를 키웠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FMD, 돼지열병 등 악성질병은 양돈산업의 큰 적이다. 특히 구제역 같은 1급 전염병은 산업을 위축시키거나 농가의 경제적 피해를 키울 수 있기에 정부는 일부 방역에 소홀한 불성실한 농가의 책임을 묻되 이를 일반화시켜 모든 농가들의 족쇄를 채우는 방역 정책은 이제 재고돼야 한다. 농가들이 자발적으로 방역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농가, 학계 등이 합심해 국가 방역 시스템을 현장에 맞는 시스템으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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