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구제역 또 발생한다는 가정아래 정책 수립해야(중)
특별기고/구제역 또 발생한다는 가정아래 정책 수립해야(중)
  • by pigtimes
구제역 또 발생한다는 가정아래 정책 수립해야(중)

3) 과연 돼지고기 수출만이 살 길인가?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쳐왔다. 과연 그러한가? 수출 주도형 양돈 산업의 결과가 어떠한 것인지는 대만의 양돈 산업이 말해주고 있다. 대만은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하기 위해 양돈업을 육성했었다. 우리는 상상도 못할 지원과 특혜를 받으며 양돈업을 키워왔다. 일본의 바이어가 원하는 품질의 돼지고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일본의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한 외환 특혜까지 받았다.

일본의 바이어들은 자국 내에서도 여러 가지로 피하는 막대한 투자를 대만에 요구했고, 대만은 그 요구를 적극 수용하였다. 그리고 매 년 수십 만 톤의 돼지고기를 수출했었다. 그러나 대만의 양돈업은 구제역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일본 바이어는 다른 곳으로 떠났다. ‘만약 구제역을 막을 수 있었다면?’ 그러나 그것은 환상이다. 대만의 사례를 좀 더 깊게 연구해야 한다. 구제역이 왜 발생했고, 그렇게 큰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 나라는 근본적으로 돼지고기 수입국이다. 해마다 수출량보다 수입량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한 우리가 만드는 돼지고기가 과연 국산인가? 사료의 몇 %가 국산인가? 약품은? 기구는? 에너지는 과연 국산인가? 우리의 땅과 사람, 그리고 물만 국산일 것이다. 가공 수출 산업으로 육성할 정도로 돼지고기가 부가가치가 높은가? 그 동안 수출 중단으로 인해 망한 농장이 있는가? 그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은 무역회사뿐이다. 농장 사장이 골프를 치러 다닐 수 있는 수출국이 있는가? 수입국의 양돈시세가 낮은 나라가 있는가? 세계적으로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나라가 몇이나 되는가? 반면 수출국은 몇 개나 되는가? 물건만 좋으면 수출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물건이 나쁘면 내수도 무너진다. 고가의 물건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출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또한 수출 위해 세워진 대규모 육 가공 공장 중에 정상적인 경영이 되는 곳이 과연 몇이나 있는가? 우리 나라 도축장의 가동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과 그곳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우리 양돈 업계는 못 본 체 할 수 있는가? 수출이라는 명분으로 그 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자원을 낭비했다. 수출이라는 명분으로 우리는 웬만한 문제는 덮어버렸고, 반대론은 묵살되었다. 이제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지금 수출 주도 정책으로 득을 본 사람도 있겠지만 결국은 우리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돼지고기 수출 부적격 국가임을 알아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돼지 고기 1kg은 물 700g과 영양분 300g으로 구성되어있다. 고기 1kg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사료 3kg을 먹인다. 그리고 분뇨 20kg을 이 땅에 남겨 놓는다. 농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은 영속성과 순환이다. 천년을 계속해도 계속할 수 있는 그런 농업이라야 한다. 만약 100년, 아니 500년 후에는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면, 그런 방식은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 나라의 주 식량원은 영원히 쌀일 수밖에 없는 것은 수천 년을 한 자리에서 재배해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출 주력상품으로 양돈업을 육성한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질병의 천국이 될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온 나라가 똥 바다가 될 것이다. 자연계에 있어야 할 양 보다 적으면 결핍이고, 많으면 오염이다. 환경문제는 양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 땅이 소화해낼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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