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프롤로그]미래 양돈산업, 미리 준비하자(5/6)
[창간특집-프롤로그]미래 양돈산업, 미리 준비하자(5/6)
  • by 양돈타임스
[창간특집-프롤로그]미래 양돈산업, 미리 준비하자

미래 양돈, 지속 발전의 길 모색해야
양적 성장·생산성만으로 부족한 시대
개방 심화·환경 규제 강화 대비 필요
패커·동물복지·수출 긴 안목으로 준비
예측 어렵지만 미래는 만들어 가는 것

최근 양돈산업은 중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04년 칠레와의 FTA 발효를 시작으로 FTA 시대가 열렸고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몇몇 국가와의 FTA가 아니라 시장의 전면 개방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울러 지금까지 양돈 등 축산업에서 양적 성장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환경·사회에 대한 고려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됐다. 미래 양돈산업이 어떤 환경에 놓이게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무엇이 우리 양돈산업의 지속발전을 위한 길인지는 정해져 있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양돈산업의 미래를 준비하면서 고려해야 할 가장 첫 번째가 될 것이다.
■양돈산업의 미래=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양돈산업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까? 그것을 알아야 미래 양돈산업의 모습은 어떤지, 그리고 지금 그 미래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시장 개방의 심화를 빼 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FTA 체결국인 칠레, 미국, EU로부터 들여온 돼지고기는 전체 수입량의 92% 가량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나머지 8%를 차지하고 있는 캐나다 및 호주와도 올해 FTA가 체결돼 앞으로 이들 돼지고기도 관세가 점차 낮아지게 된다. 수년 내에 국내 돼지고기 시장은 관세라는 보호막이 사라지게 된다는 얘기다. 여기에 중국도 가세하게 되면 국내 양돈시장의 안녕은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 빈발하는 가축 전염병과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도 심상치가 않다. 대표적인 예가 국내 축산업에 최근 붙은 ‘공장식 축산’ 이라는 꼬리표다. 이는 양돈을 비롯한 축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변화된 인식의 중요 단면이다. 한 번 자리잡은 인식은 쉽게 방향을 틀지 않고 더욱 확산되고 확고하게 자리 잡을 것이다. 지난 13년 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동물복지형 축산물에 대한 의식을 조사한 결과 현행 사육방식을 개선하는 것에 대해 매우 필요하다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이 62%에 달했다. 절반 이상은 현행 사육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겪으면서 더욱 확산되고 강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많은 가금류들이 매몰되는 모습이 전파를 타고 동물보호 단체들의 주도로 현행 가축사육방식의 비인도적인 측면이 언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이 자신들이 소비하는 축산물의 가격과 맛뿐만 아니라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환경에 대한 부담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환경 관련 규제가 점차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악취 관련 민원이 지난 10년간 4배 이상 증가할 만큼 일반 국민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양돈산업을 위해 주변 환경과의 조화는 필수다. 또한 앞으로는 분뇨를 단순히 어떻게 처리하느냐의 문제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자원으로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처리 비용을 지불하던 분뇨가 양질의 퇴액비로, 또 새로운 에너지로 재탄생할 수 있다면 이야말로 양돈산업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어서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양돈산업의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앞서 살폈던 주요 변화들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답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성 제고를 통한 경쟁력 확보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주요 과제다. 그러나 생산성 제고만으로는 부족하다. 생산단계뿐만 아니라 유통, 소비까지의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중 하나가 패커, 그 중에서도 조합형 패커다. 생산단계에서 아무리 생산성을 높였다 한들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 특히 산지와 소비단계에서의 가격 연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내 양돈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 걸림돌로 지목돼 왔다. 그래서 현재 정부는 생산에서 도축 가공 유통까지 일관체계의 조합형 패커를 중심으로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패커는 아직 시작 단계로 지난해 한돈 유통에서 패커가 차지한 비중이 10%에 조금 못 미쳤다. 앞으로 조합형 패커가 주요 유통방식으로 정착하려면 국내 유통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 가격 결정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조합이 패커로서 정착, 성장하기 위해 조합원이 생산하는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아울러 수출도 미래 양돈산업을 위해 꾸준히 추진해야 할 숙제다. 시장 개방화 시대에 수출 역시 한돈의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수출은 단순히 시장 확대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돼지고기 부위별 소비 불균형은 삼겹살 등 인기부위의 가격을 높여 한돈 가격 경쟁력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비해 해외 시장에는 주로 저지방 부위, 즉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부위들이 주로 팔리고 있다.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질병청정화와 돼지고기 품질제고가 중요하다. 이달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지휘 획득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위생 검역 문제가 돼지고기 수출의 주요 걸림돌이다. 또 구제역 이후 돈육의 품질 저하가 심각한 수준으로 품질제고는 한돈의 국내시장 사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 발전도 중요하다.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환경에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결국 이를 해결하는 것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친환경 양돈의 실현일 것이다. 올해 초 정부는 축산업이 지속가능한 친환경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그동안의 양적 성장 위주의 발전대책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분뇨 및 악취로 인한 환경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동물복지 인증 활성화 등 친환경 축산물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칫 지나친 규제로 양돈 등 축산업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아울러 동물복지 등 친환경 축산물의 경우 수익성을 확보토록 하고 시설 개선에 따른 자금 지원 등 농가들이 친환경 양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뒷받침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그려 보고 이에 맞는 준비를 한다고는 하지만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준비가 헛된 것이 될 위험도 안고 있다. 하지만 미래는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 양돈산업 앞에 높인 많은 가능성 중에서 무엇이 우리 양돈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길로 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결정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곧 우리 미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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