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정책]안정적 수급 유도할 정책·제도 마련을(5/7)
[창간특집-정책]안정적 수급 유도할 정책·제도 마련을(5/7)
  • by 양돈타임스
창간 특집-한국 양돈산업 선진국 진입 중이다

[정책]안정적 수급 유도할 정책·제도 마련을

‘폭등→수입→폭락→수매’ 정책 되풀이
땜질 처방에 돼지고기 파동만 불러와
자급률 제고 위한 한돈 사육기반 조성
시장·농가 안정 보호 위한 제도 시급

이번 구제역으로 여실히 드러난 국내 양돈산업의 문제 중 하나가 일관성 있는 수급 안정책의 부재다. 6천~7천원대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형성하던 돼지 값이 불과 2년만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돼지고기 생산량 증가도 한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무리한 할당관세가 화를 키웠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양돈산업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돼지고기 공급 과잉·부족, 가격 폭락·폭등이 계속 되풀이 돼 왔다. 이번에 경험했듯 수급의 불안과 이로 인한 가격의 폭등, 폭락은 결국 양돈 생산 기반까지도 뒤 흔들 수 있는 문제다. 더욱이 향후 본격화될 FTA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돼지고기 파동의 반복=“일관성 없는 가격 정책 때문에 품귀와 과잉이 되풀이 되는 것” 이는 지난 81년 일간지에 실린 돼지 값 파동에 대한 분석 기사 중 일부다. 지금의 상황에 대입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일관된 정부 정책이 부재한 때문일 것이다.
돼지고기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돼지고기를 수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8년 돼지고기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하자 정부는 1만5천여톤의 돼지고기를 수입해 가격을 안정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1년 뒤인 79년 돼지고기 공급 증가로 돼지 값은 다시 폭락, 정부는 80년 5월까지 수매에 들어간다. 이 역시 불과 2년여만에 일어난 일로 구제역 이후 최근 상황과 판박이다. 이후 수매를 통한 돼지 값 안정은 84년, 87년, 91년 등 계속 이어져 왔다. 결국 단기처방식의 가격 안정책만 되풀이 해 왔고 때문에 가격 폭등과 폭락이 계속 반복돼 왔던 것이다.
이 같은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수급조절 기능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의 가격 불안으로 이어져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돌아가지만 가격 불안정 그 자체로서 한돈의 시장 경쟁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돈육 가격 변동률은 30~60% 내외로 미국(5%), 일본(1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식당 등 소비처의 한돈 사용 기피를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몇 년을 주기로 반복되는 양돈 불황은 양돈농가의 경영 불안 요인이다. 지난 07년 돼지 값 폭락으로 1만여호에 달하던 양돈 농가수는 다음해 8천여호로 급감했다. 향후 FTA 시대는 양돈 경영 불안 요소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양돈 사육기반이 더 위협받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향후 변화할 양돈 환경에 대비, 돼지고기 자급률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급 대책과 함께 양돈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해외 사례와 과제=다행히 이번에 정부에서는 수급조절 위원회를 꾸려 수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시작단계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수급조절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첫 발을 내 딛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수급조절을 위한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관측 사업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매달 발표하는 양돈관측이 있기는 하지만 수급 조절에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바로 이번 구제역 이후만 보더라도 국내 생산량 증가와 소비량 감소에 대한 고려 없는 무리한 할당관세로 결국 올해까지 재고 부담으로 남아 돼지 값 발목을 잡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돼지고기의 공급 과잉이나 부족에 따라 각기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이 매뉴얼 화 돼 있으며 특히 관측 사업이 수급 균형을 조절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관측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육돈 생산출하 예측과 소비동향 분석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향후 6개월 까지의 출하두수를 예측 발표하는데 이를 통해 정부는 앞으로의 돼지고기 수급 계획을 수립해 과부족을 판단하고 업체들은 자율적으로 수입량을 조절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정확도도 높아 지난 04년의 경우 월 평균 예측 1천363두, 실제 도축 1천381두로 그 차이가 1.4%에 불과했으며 05년엔 100% 일치했다. 소비량도 가구당 소비량과 원료육 소비량, 요식업소 소비량으로 나눠 정확하게 분석 제시해 수급 조절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 역시 과부족에 따른 매뉴얼화 된 정책이 마련돼야 함은 물론 수급 균형에 활용될 수 있을 정도로 관측 사업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정부도 이 같은 필요를 인정, 축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 수급 문제 발생 시 정부와 생산자의 역할을 매뉴얼화 하기로 했다. 부디 이번에야 말로 반복돼 온 돼지고기 공급 파동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수급 안정을 위해서는 수입 돈육에 대한 견제 장치도 필요하다. 할당관세라는 예외적 상황이긴 했지만 단기간 수입량 폭증에 따른 국내 시장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양돈업계는 실감했다. 우리와 같은 수입국인 일본의 경우 수입 돈육이 일정 가격 이하로 판매, 국내 돼지고기 가격 안정을 헤치지 못하도록 차액 관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입이 증가할 수 있는 경우에 대비해 수입량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세이프 가드와 특별 세이프 가드를 발동해 수입 가격을 인상토록 하고 있다. 실제 지난 03년 세이프 가드 발동으로 돼지고기 수입 가격이 546엔에서 681엔으로 24.6% 인상됐다. 수출국인 EU도 수입 증가로 인한 EU 내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EU의 경우 수출을 국내 시장 안정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 국제가격과 EU 내 가격 차이가 발생할 경우 그 차이를 수출 환급금으로 지급토록 하고 있다.
양돈 경영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최근 7개월여 돼지 값이 생산비 이하를 형성했지만 양돈농가들은 어떠한 보호 장치 없이 고스란히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일본의 경우 농가와 정부가 50%씩 부담해 양돈기금을 마련, 매 분기별로 생산비 수준의 보장 기준 가격을 정하고 지육가격이 이 이하로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의 80%를 보전해 양돈농가의 경영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험의 형태로 비슷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소득보험제도가 그것으로 돼지 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그 손실분을 보전해 주는 것으로 정부가 보험료를 보조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해에 대한 보험은 마련돼 있지만 돼지 가격 하락에 따른 손실에는 그 어떤 구제 장치가 없는 상태로 이에 대한 필요성은 그동안 농가뿐만 아니라 여러 연구 기관에서도 주장돼 왔다.
해외 사례를 더 살펴보면 미국의 의무가격 보고제도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법은 축산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각 단계 참여자들이 거래 가격, 국내 소비 및 수출에 관련된 정보 등을 농무부에 보고하고 이를 공시하는 제도다. 농경연 분석에 따르면 이를 통해 시장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특히 간접적으로 유통비용이 감소하는 데에도 일정부분 기여했다한다. 때문에 최근 한돈 유통비용 과다 문제와 유통구조 개선이 주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의 경우에서도 고려해 볼 만한 제도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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