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여과액비 써보니 비룟값 덜고 작물 품질도 좋아요”

포천 경종농가 3년간 사용 효과 체감 화학비료 사용 줄고 생산비 부담 낮춰 한돈협회 중심 실증사업 지원단 구성 여과 액비 농촌 현장 보급 확대 위해 분뇨, 농업 생산비 절감 대안으로 부상 축산‧경종 잇는 자원순환 연결고리 기대

2026-11-04     김현구

경기도 포천의 한 시설원예농가. 쪽파와 미니오이를 재배하는 이 농가는 3년 전부터 가축분뇨를 활용해 만든 여과액비를 사용하고 있다. 화학비료 투입을 줄여 생산비 부담을 덜었고, 작물의 맛에서도 만족스러운 변화를 경험했다.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가축분뇨가 경종농가의 영농 부담을 낮추는 농업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현장에서 확인한 것이다.

이 같은 경종농가의 가축분뇨 액비 사용 경험은 여과액비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비료 원료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화학비료 의존도를 낮출 대안 마련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 이에 국내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를 농업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비료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축산과 경종을 잇는 자원순환 체계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 변화는 농가의 사용 경험에만 머물지 않는다. 여과액비를 생산·공급하는 한탄강순환농업회사법인도 관련 사업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대한한돈협회를 중심으로 가축분뇨 여과액비 실증사업 지원단도 꾸려졌다. 생산자와 공급자, 경종농가를 연결하고 실제 재배 현장에서 효과를 확인해 활용 기반을 넓히려는 움직임이다.

가축분뇨 액비는 그동안 주로 벼와 사료작물 등을 재배하는 농경지에 살포되는 방식으로 이용돼 왔다. 반면 시설원예 분야는 액비의 성분과 품질, 살포 방법 등이 작물 생육에 미치는 영향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해 활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포천에서 쪽파와 미니오이를 재배하고 있는 채빈농장 윤기만 농가는 여과액비를 3년간 사용하면서 화학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생산비를 절감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작물의 맛도 이전보다 좋아졌다는 것이 농가의 평가다. 이 농가가 실제 영농 과정에서 체감한 변화는 여과액비가 가축분뇨 처리 수단을 넘어 경종농업의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시설재배지는 작물을 집약적으로 재배하는 특성상 토양 관리가 중요하다. 비료를 장기간 투입하면 토양에 염류가 쌓이거나 산성화가 진행될 수 있어 재배환경에 맞는 양분 관리가 필요하다. 여과액비는 이러한 시설재배지에서 토양 관리와 화학비료 대체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여과액비의 효과가 모든 농가와 작물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토양 상태와 작물 종류, 액비 성분, 사용량과 살포 시기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농가의 경험을 더 많은 현장으로 확산하려면 사용 전후의 토양 상태와 비료 투입량, 작물 생육 및 품질 변화를 지속적으로 조사해 객관적인 자료를 축적해야 한다.

여과액비가 농가에 안정적으로 보급되려면 생산 현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포천 현장 취재 과정에서 방문한 한탄강순환농업회사법인은 가축분뇨 액비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하는 주체다.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경종농가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처리시설뿐 아니라 저장·운송·품질관리와 현장 공급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

여과액비의 활용은 축산농가와 액비유통업체, 경종농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축산농가는 가축분뇨를 자원화하고, 생산·유통 주체는 일정한 품질의 액비를 공급하며, 경종농가는 작물과 토양 조건에 맞춰 이를 활용하는 구조다. 어느 한 단계에서 품질관리나 공급이 불안정하면 농가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특히 시설원예농가는 작물 생육에 민감한 만큼 액비 성분을 확인하고 적정 사용량과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어야 한다. 안정적인 저장·운송체계와 함께 토양 진단, 작물별 시비 관리 등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한 이유다. 생산·공급 현장과 실제 이용 농가가 긴밀하게 연결돼야 여과액비의 활용 범위도 넓어질 수 있다.

이 같은 현장 확산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한한돈협회를 중심으로 가축분뇨 여과액비 실증사업 지원단도 구성되며 지난달 26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추진단 계획에는 여과액비 사용 경험이 있는 협회 관계자와 기술 전문가, 컨설턴트,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축산환경관리원 등 관계 기관이 참여하는 방안이 담겼다.

지원단은 여과액비 시범사업 홍보와 참여 농가 모집을 비롯해 시설원예농가와 자원화 사업자의 연결, 생산시설 및 저장시설 설치 안내, 액비 분석과 생산·공급 컨설팅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장별 액비 품질관리와 모니터링, 사업 실적 및 성과 관리, 사용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 발굴도 주요 역할이다.

운영 계획에는 정기 협의회와 우수 사례 현장 설명회, 액비 품질 및 작물별 맞춤 컨설팅, 시설 설치·운영 지원 등이 포함됐다. 사업 예산은 2026년 한돈자조금 축산환경 계도·홍보 사업을 통해 추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생산자단체와 관계 기관, 현장 전문가가 협력해 여과액비의 효과를 검증하고 보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실증사업의 핵심은 여과액비 사용을 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가가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있다. 액비 성분과 품질을 분석하고 작물별 적정 사용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실제 농가에서 생산비와 작물 생육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장 검증 결과를 토대로 품질관리 기준과 공급체계를 보완한다면 농가의 우려를 줄이고 이용 기반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현장 취재를 종합했을 때 여과액비 확산을 위해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일부 경종농가는 가축분뇨 특유의 냄새와 작물 도복, 액비 성분의 편차 등을 우려한다. 실제 사용 경험이 부족한 농가일수록 효과와 사용 방법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액비 품질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고 성분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학계 연구자, 산업계가 협력해 액비 품질 인증제와 성분 표준화 체계를 구축하고, 작물과 토양 특성에 맞는 기능성·맞춤형 액비 개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용 전 토양 상태를 진단하고 적정 시비량과 살포 방법을 안내하는 현장 컨설팅도 뒷받침돼야 한다.

농가가 체감한 효과를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화학비료 투입량과 생산비 변화, 작물 생육과 수확량, 품질 등을 비교·분석하고 냄새나 도복과 같은 문제의 발생 조건 및 관리 방법을 구체화해야 한다. 효과뿐 아니라 사용상 주의점까지 함께 제시해야 여과액비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비료 원료 수급 불안과 생산비 상승은 농업 현장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천 시설원예농가의 여과액비 사용 경험과 한탄강순환농업회사법인의 생산·공급 기반, 한돈협회 중심의 실증사업 지원단 구성은 가축분뇨 자원화가 축산업 내부의 과제를 넘어 경종농업과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개별 사례를 지속 가능한 농업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품질 표준화와 현장 검증, 맞춤형 공급·컨설팅이 뒷받침된다면 여과액비는 화학비료 의존도를 낮추고 축산농가와 경종농가가 함께 이익을 얻는 경축순환농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