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돈농가 76% “데이터 주권 보호 미흡”
한돈硏, 데이터 주권 실태 조사 농가‧업계 데이터 주권 의식 낮아 경영 정보 유출 및 무단활용 우려 농가 데이터 8대 권리 정립 제안
농장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돈업계의 데이터 주권에 대한 관심과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산경영관리시스템과 스마트축산 확산으로 농장의 생산·경영정보가 축적되는 만큼 농가의 데이터 통제권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기홍) 산하 한돈연구소는 한국축산경제연구원·정P&C연구소와 공동으로 ‘한돈 농가 데이터 주권 확립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최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돈농가의 77.4%가 전산경영관리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주요 활용 목적은 모돈관리·생산성 분석(84.7%)이었다. 그러나 계약 방식은 대리자 처리(37.9%)와 구두계약(35.5%)이 대부분이었고 서면계약은 9.7%에 그쳤다.
동의서를 모두 확인했다는 응답은 9.7%에 불과했으며, 데이터 관련 조항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64.5%였다. 데이터 이용 범위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었다는 응답은 없었다.
현장에서는 사료회사와의 계약에서도 데이터 주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장 관리 등을 위해 수집된 생산성·사양관리 자료가 농가의 명확한 동의나 충분한 설명 없이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장 데이터에는 번식성적과 사료 섭취량, 증체율, 출하성적 등 경영정보가 포함돼 활용 방식에 따라 농가의 협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농가의 데이터 권리 인식은 분명했다. 농가 데이터를 농가 소유라고 본 응답은 90.3%였으며, 운영사의 데이터 활용에 동의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57.3%, 목적별 제한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9.8%였다. 농가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없었다.
현행 계약구조가 데이터 권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75.8%에 달했다. 주요 우려사항은 경영정보 외부 유출(62.9%), 가격 협상력 약화(39.5%), 상업적 무단 활용(24.2%) 순이었다. 데이터 활용에 따른 이익 환원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98.4%로 나타났다.
한돈연구소는 개선 방안으로 △농가 원천데이터 통제권 보장 △데이터 유형·목적별 차등 규율 △목적별 선택동의 △데이터 이동성·상호운용성 확보 △합리적 편익 환원 등 5대 원칙을 제시했다. 표준약관과 핵심설명서를 보급하고 알 권리·접근권·정정권·반출권·이전권·선택권·보안권·구제권 등 ‘농가 데이터 8대 권리’를 정립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아울러 데이터 제공 이력 확인 기능을 마련하고 계약 종료 시 농가가 데이터를 반출한 뒤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자율규범과 표준계약을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술표준·인증·분쟁조정 및 법적 근거를 단계적으로 마련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기홍 위원장은 “데이터 활용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농가가 권리와 통제, 편익을 체감하지 못하면 데이터 제공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며 “농가 권리 보호를 바탕으로 생산성 향상과 방역·환경 대응, 정책 고도화는 물론 농가의 데이터 협상력까지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