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호랑이도 사자도 다 피할 수 없나

2026-10-21     임정은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 협정(CPTPP) 추진에서 한발 물러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통해 결론을 정해놓고 서두르지 말고 원점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해 볼 것을 지시한데 이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국정감사장에서 CPTPP 가입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농업계 우려와 반발이 컸던 때문이다. 가입 일정을 연기하는 것으로 반발을 피해보겠다는 계획이 아니라면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양돈 등 축산업계로서는 CPTPP만큼, 어쩌면 그 이상 걱정해야 할 통상 악재가 더 있다. 바로 메르코수르와의 무역 협정이다. 21년을 끝으로 더 이상 진전이 없던 메르코수르와의 무역 협정은 지난 7월 한국-브라질 정상 회담을 계기로 협상 재개가 논의되고 있다. 브라질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에 있어서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도 쇠고기 시장을 노릴 여지가 높다.

특히 관세뿐만 아니라 이전의 협상에서 쟁점이 됐던 검역 조건에 있어서 한국 측에 양보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브라질은 한국 측에 돼지고기 수출 가능 지역 확대를 요청해와 그 절차가 진행 중이고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도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에 대한 수입 위험분석 절차가 진행되는 중이다. 양돈 등 국내 축산업계로서는 CPTPP 회원국들과 비교할 때 메르코수르쪽이 더 버겁고 위협적인 상대일 수 있다. CPTPP가 재검토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호랑이 피하려다 사자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정부는 국가 경제, 주로 수출기업들을 위해 농림축산업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혹은 불가피한 것으로 다뤄왔다. 이번 CPTPP나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도 그 기조가 바탕이 됐다. 그래서 말인데, 이왕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고 했으니 이참에 정부 통상 정책의 기조부터 돌아봤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