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질병보다 화재가 무섭다

2026-09-23     김현구

‘질병보다 화재가 무섭다’는 현장 한돈농가의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질병은 방역과 사양관리로 위험을 낮출 여지가 있지만 한 번 발생한 화재는 농장의 생산 기반 자체를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돈사에서 발생한 화재는 716건. 이 가운데 전기적 요인이 417건으로 58.24%를 차지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전기화재 가운데 83.2%가 ‘아크’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이다. 노후 배선이나 느슨해진 접속부, 절연 성능 저하 등 평소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문제가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화재안전점검 결과도 농가들의 경각심을 요구하고 있다. 2024~2025년 점검 대상 386건 가운데 C등급 이상이 66.6%에 달했다. 돈사 10곳 중 7곳 가까이가 화재 위험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상태였던 셈이다.

양돈농가에서 질병은 늘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화재는 성격이 다르다. 질병은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회복과 재입식의 기회가 있지만 화재는 하루아침에 돈사와 시설, 돼지를 함께 잃게 만들 수 있다. 특히 축산시설 특성상 먼지와 사료가루, 보온등과 전열기구 등이 상시 존재하는 만큼 전기설비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도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화재 예방은 사전 점검이 중요하다. 오래된 전선을 교체하고, 분전반과 콘센트, 배선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보온등과 전열기구 주변의 먼지를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설마 불이 나겠어’라는 생각으로 넘겼던 작은 위험요인이 농장의 존립을 위협하는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농가들이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