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역대 최대 예산이 반갑지만 않은 이유
내년도 국가 예산안이 발표됐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급증, 국가 전체 예산(820조9천억원)뿐만 아니라 많은 부처들이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받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그렇다. 내년 농축산부 예산은 올해보다 10.4%, 2조853억원 늘어난 22조2천215억원이 편성됐다. 농축산부는 이를 통해 농업 농촌에 확실한 변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매년 그렇지만 농축산부 예산 증액폭은 국가 전체 예산 증액폭(12.8%)을 밑돌았고 이 때문에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축산부 비중은 더 줄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눈길이 가는 대목은 내년 처음 정부가 출연하게 될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다. 한-중 FTA 추진 과정에서 도입이 결정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FTA 등 시장 개방으로 피해를 볼 국내 농축산업을 위해 FTA의 이득을 가져갈 기업들이 조성키로 한 기금이다. 2017년 시작해 10년간 매년 1천억씩 총 1조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0년 차인 올 6월 기준 3천207억원에 그치고 있다. 기업들의 자발적 출연에 맡긴 게 문제였다.
이에 당초 1조원 지원 약속을 국가가 책임지고 이행하겠다며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부족분을 정부가 출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농축산업계는 애초에 무역이득공유제를 법제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 주장대로 ‘무역이득공유제’를 법제화했다면, 그래서 기업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 하도록 했다면 지금에 와서 정부가 나랏돈으로 메꿀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약속된 1조원을 채우려면 정부가 7천억 가량을 내야하는데 당장 내년에 2천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내년 농축산부 전체 예산 증가액 가운데 10% 가량이 이 돈이라는 얘기다. 내년 농축산부 예산에 붙은 역대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이 퇴색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는 CPTPP와 메르코수르와의 FTA 등 추가적인 시장 개방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도 농업 농촌에 확실한 변화는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