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역대 최대 예산이 반갑지만 않은 이유

2026-09-17     임정은

내년도 국가 예산안이 발표됐다.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급증, 국가 전체 예산(820조9천억원)뿐만 아니라 많은 부처들이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을 받게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도 그렇다. 내년 농축산부 예산은 올해보다 10.4%, 2조853억원 늘어난 22조2천215억원이 편성됐다. 농축산부는 이를 통해 농업 농촌에 확실한 변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매년 그렇지만 농축산부 예산 증액폭은 국가 전체 예산 증액폭(12.8%)을 밑돌았고 이 때문에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축산부 비중은 더 줄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눈길이 가는 대목은 내년 처음 정부가 출연하게 될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다. 한-중 FTA 추진 과정에서 도입이 결정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FTA 등 시장 개방으로 피해를 볼 국내 농축산업을 위해 FTA의 이득을 가져갈 기업들이 조성키로 한 기금이다. 2017년 시작해 10년간 매년 1천억씩 총 1조원을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0년 차인 올 6월 기준 3천207억원에 그치고 있다. 기업들의 자발적 출연에 맡긴 게 문제였다.

이에 당초 1조원 지원 약속을 국가가 책임지고 이행하겠다며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부족분을 정부가 출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농축산업계는 애초에 무역이득공유제를 법제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그 주장대로 ‘무역이득공유제’를 법제화했다면, 그래서 기업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 하도록 했다면 지금에 와서 정부가 나랏돈으로 메꿀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약속된 1조원을 채우려면 정부가 7천억 가량을 내야하는데 당장 내년에 2천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내년 농축산부 전체 예산 증가액 가운데 10% 가량이 이 돈이라는 얘기다. 내년 농축산부 예산에 붙은 역대 최대 규모라는 타이틀이 퇴색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정부는 CPTPP와 메르코수르와의 FTA 등 추가적인 시장 개방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 부어도 농업 농촌에 확실한 변화는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