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세계 돼지고기 시장 불황 한돈까지 번지나
주요국 일제히 약세…공급 과잉 탓 中 수입 계속 줄여 수출국 고전중 EU-ASF 겹쳐, 美‧브-내수도 부진 韓, 日‧比 제치고 EU 3위 시장으로 수입 물량 역대 최대, 단가도 하락 수입 돈육 판매 급증세, 한돈과 대비 하반기 한돈 발목 잡힐까 ‘불안불안’
세계 돼지고기 시장의 불황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한돈 시장에까지 불황의 기운이 번질까 우려되고 있다. 올해 역대급으로 늘어난 수입 돼지고기가 그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깊어지는 세계 시장 불황=유엔식량농업기구에(FAO) 따르면 7월 세계 돼지고기 가격 지수는 98.7(2014~16=100)을 기록, 6월보다 2.9%, 지난해 동월 대비로는 무려 13% 낮았다. 여름 고온으로 돼지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상승 요인이 있었지만 유럽연합(EU)의 풍부한 공급량과 세계 수요가 부진한 탓에 하락세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세계 돼지고기 가격 지수는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7월은 202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주요 국가들 돼지고기 시장은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EU의 7월 돼짓값은 전년 동월 대비 26% 하락한 상태다. 중국은 7월 돼짓값이 전달보다 다소 올랐지만 여전히 작년에 비해서는 28% 가량 낮고 미국과 브라질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보뱅크는 최근 3분기 세계 돼지고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요국 돼짓값 하락의 주요 원인을 공급 과잉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생산이 증가한 것뿐만 아니라 수요 부진이 동반되면서 공급 과잉이 유발, 돼짓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불황은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이 위험한 이유=문제는 이 같은 세계 돼지고기 시장의 불황이 단순히 수출국들의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실제 올해 우리나라 돼지고기 수입량이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는 것은 이 같은 세계 시장의 추세와 무관치 않다.
EU의 올해 역외 돼지고기 수출은 부진했다. EU 돼짓값이 약세를 형성하고 있는 가장 주된 이유다. 그나마 한국이 EU 돼지고기 수출 감소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다. 올해 5월말 EU의 돼지고기 수출은 180만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2% 가량 감소했다. 그 중에서 스페인은 19%가 감소한 50만3천톤에 그쳤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ASF가 발생하면서 일본, 필리핀 등 주요 시장에서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을 제한했다. 또 중국은 돼지고기 생산이 증가하면서 올해도 수입을 크게 줄이고 있어서다. 수출 시장별로 보면 중국, 일본, 필리핀 수출은 작년 대비 모두 20% 가량 감소했다. 반면 한국 수출은 54% 급증하면서 한국이 중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올라섰다. 작년에는 일본이 3위, 필리핀 4위 그리고 한국이 5위였으나 3~4위 국가를 단번에 제친 것이다. 한국은 EU에 대해 ASF 지역화를 적용, ASF 발생과 상관없이 수입이 가능한 탓에 물량이 몰린 것이다.
브라질산 돼지고기 수입도 올해 크게 늘었다. 올해 브라질은 돼지고기 생산과 수출이 모두 늘고 있지만 그럼에도 돼짓값이 하락세다. EU가 집계하는 주요 수출국별 돼짓값 추이를 보면 7월 마지막주 브라질 돼짓값은 작년 동기간 대비 31% 하락 주요국 가운데서도 돼짓값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때문에 브라질산 돼지고기의 공세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값싼 수입육 공세 본격화=올해 7월말 돼지고기 수입량은 33만1천톤으로 전년 동기 28만9천톤보다 14.3% 증가하며 역대 동기간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한돈 공급물량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수입육이 이처럼 늘면서 전체 돼지고기 공급량은 늘어 시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삼겹 수입량이 작년 대비 40% 급증하며 시장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런데 물량도 늘었지만 동시에 수입 단가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돼지고기 수입 단가는 ㎏당 3.57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 3.71달러보다 3.6% 하락했다. 지난 1~3월까지만 해도 전년 동월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던 돼지고기 수입 단가가 4월부터 4개월 연속 전년 동월은 물론 24년과 평년 동기간 대비로도 낮은 수준을 형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올해 수입물량이 급증한 유럽산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7월 유럽산은 3.51달러로 지난해 동월과 견줘 11.3% 낮았다. 유럽산 돼지고기가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 증가와 수입 단가 하락을 주도한 셈이다.
문제는 수입 돼지고기가 이처럼 물량과 가격 모두 공세를 높이면서 한돈 시장도 발목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올해 수입육 판매 물량이 크게 늘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판매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몇몇 대형 마트와 체인슈퍼, 조합마트를 대상으로 취합한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상반기 이들 소매점에서 판매된 한돈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단 0.7% 증가한데 비해 수입 돼지고기는 44.3% 늘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올 상반기 전년 대비 6% 가량 높게 형성됐던 돼짓값은 지난 7월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8월도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한돈의 생산이 감소하고 여전히 한돈이 소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국내 돼짓값은 강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한돈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돼지고기 시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삼겹살의 수입육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하반기 시장에 대한 불안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