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반 예측형 방역 구축 시급”

질병 전파 양상 과거와 달라져 대륙간, 종간 전파 빠르게 증가 해외 병원체 유입 규명 강화해야 통계적 근거 기반 방역 개선 시급 국가 방역 민간 수의사 핵심 주체로 엄길운 한국돼지수의사회장 간담회

2026-07-20     김현구

한국돼지수의사회가 바이러스 변이와 해외 병원체 유입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가축방역 체계를 사후 대응 중심에서 사전 예측·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길운 한국돼지수의사회장은 지난 14일 분당 수의과학회관에서 축산 언론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2~3년간 가축 바이러스의 변이와 대륙 간 이동, 종간 전파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존 방역 상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발생 이후 통제에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바이러스 변화와 유입 가능성을 미리 탐지하는 방역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엄 회장은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주요 바이러스성 질병의 전파 양상이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에서는 동일 계통의 바이러스라도 국가와 숙주에 따라 병원성과 임상 피해가 다르게 나타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만큼 유전자 분석뿐 아니라 국내 분리주를 활용한 위해도 평가와 현장 중심의 방역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병원체 유입 경로를 규명하는 체계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질병 유입 원인을 특정 요인으로 단정하기보다 역학조사와 유전체 분석, 물류 및 이동정보 등을 종합한 과학적 조사체계가 필요하다”며 “유입 경로 규명은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경로를 차단하고 미래 질병에 대비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현행 방역 표준행동지침(SOP)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엄 회장은 “농장 규모와 위험도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검사 기준은 방역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통계적 근거에 기반한 표본 설계와 위험도별 차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항생제 사용 관리 방식도 처방전 관리 중심에서 농장별 질병 진단과 투약 이력, 백신 관리, 항생제 감축 성과 등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가 방역체계 개편 과정에서 민간 임상수의사를 예방 단계부터 핵심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장 주치의 제도와 권역별 거점동물병원 구축 등을 통해 정부와 농가, 민간수의사가 역할을 분담하는 협력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 돼지수의사 부족 문제도 해결 과제로 제시했다. 엄 회장은 산업동물 분야 교육 강화와 근무환경 개선, 전문성 인정체계 마련 등을 통해 젊은 수의사의 현장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엄길운 회장은 "급변하는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유입경로 규명과 현장 중심의 방역체계가 필수"라며 "정부의 정책과 농가의 실천, 현장 수의사의 전문성, 생산자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함께 이뤄질 때 지속 가능한 국가방역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