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양돈 허가제 수명 다하고 있다
돈사 신-증축 개축 어려워 밀사 불가피, 폐사율 증가세 허가제 완화 통해 질병 감소 등 四福 실현을
2010~11년 구제역이 재발했다. 정부는 백신보다 살처분으로 구제역을 ‘진압’하려 했다. 진압은커녕 오히려 확산일로였다. 속수무책이었다. 불과 며칠 만에 살처분 두수가 100만마리를 넘어서더니 1월 중순에 300만마리 이상을 묻었다. 살처분 당하는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보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여론은 들끓었다. 돼지라도 무참하게 죽여서는 안 된다고. 정부는 백신 정책으로 전환했다. 살처분 비용으로 나랏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갔다. 정부에서 보면 생각하지도 않은 생돈이 날아갔다. 농축산부보다 높은 부서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대책을 세우라고 엄명을 내렸다. 농축산부는 질병 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찾았다. 그러면서 그동안 준비해왔던 축산업 허가제는 그렇게 태어났다. 그리고 13년 2월부터 시행된다.
이렇듯 축산 허가제 목적 중 가장 큰 것은 ‘가축 질병 발생 억제와 발생 시 통제’다. 허가제를 시행함으로써 맘대로 누구나 축산을 진입할 수 없고 그럼으로써 방역 등 통제가 가능, 질병 발생이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몇 년은 그랬다. 그러던 것이 2019년 ‘듣기’만 했던 ASF가 9월 강화도에서 첫 발생하더니 지금까지 간헐적으로 터지고 있다. ASF만이 아니다. 간간이 구제역도 발생하고 있고 민간이 관리하는 PED PRRS 등은 상재화 수준이다. 이를 볼 때 허가제 명분은 수명을 다하고 있다. 새로운 대안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는 동안 돼지 두수는 늘어났다. 천만두 시대를 진입했다. 더욱이 지속적으로 다산성 모돈이 입식됐다. 그에 발맞춰 돈사는 늘어났는지 의문이다. 각종 규제로 돈사 신-증축 및 개축이 어려워서다. 반면 돼짓값은 계속 좋았다. 돼지 한 마리, 한 마리는 돈이었다. 농가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돼지를 늘리고 늘릴 수밖에 없었다. 밀사(密飼)가 생활화됐다. 질병은 더욱 빈번 빈발했다. 잡힐 듯하던 질병이 잡히지 않고 연중행사처럼 때만 되면 터지고 있다.
이게 오늘날 한국 양돈장들의 현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돼짓값 강세는 소비 증가에 의한 선순환 구조가 아니라 밀사에 따른 돼지 폐사, 그로 인한 출하감소가 이어지는 악순환 영향이다. 이에 양돈농가의 경영 실태는 ‘빛 좋은 개살구’요 ‘속 빈 강정’이요 ‘외화내빈’이다. 무엇보다 문제는 고돈가를 잡을 수 없고 수입 돈육에 의존, 돈가를 잡으려 하니 한국 양돈업의 경쟁력만 떨어뜨리고 있는 점이다. 그것도 안 되자 할당관세를 통해 돈가를 안정시키려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오늘날 고돈가, 허가제에서 시작됐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성싶다. 허가제를 완화하면 돼지 질병이 줄어들고 복지 양돈이 실현되고 돈육 수입이 줄고 돼짓값이 안정되는 사복(四福)이 있다. 가까운 길이 있음에도 먼길을 돌고 도는 정부 정책을 이해 못하는 사람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