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사육제한거리 규제 10년…“이제는 재설계할 때”
2015년 환경부 강화된 권고안 마련 지자체 조례 개정, 신개축 엄격 제한 시설 노후화 심화 냄새 악화 ‘악순환’ 냄새 저감 갖춘 현대화 인허가 허용을 지자체 획일적 ‘거리’ 기준 재고 시급 현대화된 돈사 통해 냄새 저감 바람직
2015년 당시 환경부가 가축사육제한거리 권고안을 마련한 지 10년을 훌쩍 넘겼다. 당시 제도는 축산 악취와 주민 갈등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실제 전국 대부분 지자체는 환경부 권고를 바탕으로 자체 조례를 제정하면서 신·증축은 물론 개축까지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특히 주민 동의 요건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농장의 시설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이 같은 규제가 악취를 줄이기 위한 시설 투자마저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노후 개방형 돈사를 밀폐형 무창돈사나 스마트축산 시설로 바꾸려 해도 대부분 신축 또는 개축으로 분류돼 거리 제한에 걸린다. 결과적으로 냄새를 많이 발생시키는 오래된 시설은 그대로 남고, 오히려 냄새 저감시설과 ICT를 적용한 현대식 축사는 들어서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한돈업계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규제가 환경 개선을 이끌기보다 시설 노후화를 고착화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냄새 민원은 계속…규제 효과는 한계=가축사육거리 규제의 가장 큰 목표는 주민 생활환경 보호였다. 그러나 냄새 민원은 지금도 양돈업의 가장 큰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는 거리 규제만으로는 악취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냄새 발생은 농장과 주거지 간 거리보다 시설 구조와 환기 방식, 분뇨 처리기술, 농장 관리 수준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는다.
최근에는 밀폐형 돈사와 바이오필터, 정화방류 시스템, ICT 기반 환기 및 악취관리 시스템 등 기술 발전으로 악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이러한 첨단 시설로 교체하려 해도 기존 규제를 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기술 발전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역마다 다른 규제…현대화도 '복불복'=또 다른 문제는 지자체별 규제 편차다. 같은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어느 지역에서는 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불가능한 사례가 적지 않다. 정화방류 등 새로운 분뇨처리 기술도 담당 공무원의 판단이나 선례 유무에 따라 인허가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적 기준보다 행정 해석과 민원 대응이 우선되면서 농가들은 현대화 투자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거리'보다 '기술' 중심 규제로=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 최근 한돈협회 전북도협의회가 주최한 한돈산업 정책포럼에서는 규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핵심은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기술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하자는 것이다.
냄새 저감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된 현대화 시설에는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ICT 기반 실시간 악취관리 시스템을 통해 사후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획일적인 거리 제한 대신 실제 환경 성과를 기준으로 관리하자는 의미다.
여기에 중앙정부 차원의 표준 인허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자체별 규제 편차를 줄이고, 현대화 농장에 대한 정책금융 확대와 스마트팜 전환 지원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규제 10년, 이제는 성과를 평가할 시점=가축사육거리 규제는 주민 생활환경 보호라는 분명한 목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규제가 본래 목적을 얼마나 달성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악취 저감과 질병 차단, 생산성 향상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면 ‘돈사를 못 짓게 하는 규제’에서 ‘좋은 현대화 돈사를 짓도록 유도하는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돈업계에서는 앞으로의 10년은 거리만 보는 규제가 아니라 기술과 환경 성과를 중심으로 한 제도 설계가 이뤄져야 지속가능한 축산과 지역사회 상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축산부 “가축사육 제한조례 손질 필요”
임성호 축산정책과 사무관 밝혀
양돈농 증‧개축 제한 부작용 커
생산성 향상에 걸림돌로 지적
돼지고기 공급 확대에도 제약
“거리 중심 획일적 개선 시급”
2015년 이후 10여 년간 유지·강화돼 온 전국 지자체 가축사육 제한조례가 양돈시설 현대화와 생산기반 확충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규제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가축사육 제한조례의 정비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향후 제도 개선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농식품부 축산정책과 임성호 사무관은 최근 열린 한돈산업 관련 포럼에서 “중앙정부도 가축사육 제한조례가 현장에서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 확보와 국민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사무관은 현행 규제의 문제점으로 △기존 농가의 축사 증·개축 제한 △신축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꼽았다. 그는 “일부 지자체에서는 노후 축사의 지붕 보수조차 제한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설 개선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증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신규 축사 건립의 어려움은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임 사무관은 “지난해 연구용역 결과 전국 국토의 약 87.7%가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충남과 전북의 비율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립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새로운 축사를 지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규제가 국내 축산물 공급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의 육류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2020년 이후 국내 축산물 공급량은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 증가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결국 수입 축산물 확대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는 지자체와 협력한 투자 유치 방식이다. 악취저감시설 설치, 분뇨 자체 처리, 지역 상생 방안 등을 마련해 주민 민원을 최소화하고 시·군의 허가를 이끌어내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가축분뇨법상 권고 기준을 반영해 과도하게 설정된 사육 제한거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임 사무관은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의를 통해 조례 기준을 보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 번째는 시설 수준에 따른 차등 적용이다. 그는 “악취 저감시설을 충분히 갖추고 분뇨를 적정 처리하는 선도 농가까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환경관리 수준이 높은 농가에는 예외 규정을 마련해 신축이나 증축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