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가축분뇨가 전기·비료로…환경 살리는 ‘검은 보물’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공동자원화‧바이오가스시설 운영 日 500톤 규모 축분이 자원화로 퇴액비‧에너지로 탈바꿈 성공 최대 2만kWh 수준 전력 생산도 축산‧경종 순환농업체계 구축 수입 구조 화학비료 대체제 기대
“예전에는 냄새나는 분뇨였지만, 지금은 전기와 비료를 만드는 자원입니다.”
충남 논산의 한 들녘. 모내기를 앞둔 논 위로 액비 살포 차량이 분주히 움직인다.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가 공급하는 액비다. 지역 양돈농가에서 나온 가축분뇨가 처리 과정을 거쳐 다시 농경지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논산계룡축협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앞선 경축순환농업 모델을 구축한 현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축분뇨를 단순 처리 대상이 아닌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를 퇴비·액비·바이오가스·전력 생산까지 연결하는 순환 시스템을 완성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상기후와 국제 분쟁 여파로 탄소중립, 에너지 자립, 화학비료 가격 급등 문제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논산계룡축협의 경축순환농업 모델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는 지역 양돈농가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를 공동자원화시설로 수거·반입하고, 여기에 음식물류 폐기물도 함께 처리한다. 이렇게 모인 유기성 자원은 혐기소화 과정을 거쳐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이후 발생한 메탄가스를 활용해 발전기를 가동, 전기를 생산하며 발전 후 남은 소화액은 액비로, 고형물은 퇴비로 재활용된다.
현장에서 만난 이남호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 과장은 “가축분뇨를 처리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지역 안에서 양분과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며 “축산과 경종농업, 에너지 산업이 연결되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논산계룡축협이 가축분뇨 자원화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남호 과장은 “당시에는 퇴비 중심 시설이었지만 이후 액비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본격적인 순환농업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2012년 가축분뇨 해양배출 금지 이후 축산농가들의 분뇨 처리 부담이 커지자 공동자원화시설 확대에 나섰고, 2016년에는 바이오가스 기반 통합관리센터까지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에 현재 논산계룡축협은 하루 최대 500톤 규모의 가축분뇨를 처리할 수 있다. 계약 농가는 약 150곳이며 연간 액비 살포 면적은 약 2천헥타르, 살포량은 6만~7만톤 수준이다. 퇴비 생산량도 연간 70만포에 달한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바이오가스 시설이다. 이 시설에서는 하루 약 7천㎥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이를 통해 최대 2만kWh 수준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4인 가족 기준 약 1천750가구가 하루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생산된 전력은 전량 한국전력에 판매된다.
이 과장은 “농촌 지역 기준으로 보면 면 단위 전력 수요를 상당 부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농촌형 에너지 자립 모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경종농가 반응도 긍정적이다. 실제 현장 농가들은 액비 사용 이후 화학비료 사용량을 크게 줄였다고 말한다. 한 농가는 “연간 화학비료 비용이 1억원 가까이 들었는데 액비 활용 이후 60% 정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며 “토양 미생물 활성화와 장기적인 토양 개선 효과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액비 활용 확대를 위해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액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복잡한 규제다. 실제 현장에서는 액비 사용 경험이 부족한 농가들이 불안감 때문에 화학비료를 추가로 사용하면서 오히려 과잉 시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후 문제가 생기면 액비 책임으로 돌려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과장은 “액비 활성화를 위해서는 올바른 사용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며 “화학비료 중심 농업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경축순환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업계는 현재 국내 농업 구조 자체가 수입 화학비료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해외에서 들여온 질소·인산 비료를 우선 사용한 뒤 토양 과잉양분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이 과장은 “국내에서 발생한 가축분 퇴·액비를 우선 활용하고 부족분만 화학비료로 보충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산계룡축협은 앞으로 수소 생산과 정제액비 사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충전 인프라와 고품질 액비 공급 체계까지 구축해 자원순환 모델을 더욱 고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논산계룡축협의 사례는 축산과 환경이 대립하는 구조를 넘어 분뇨를 에너지와 자원으로 순환시키며 지역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가축분뇨의 자원화는 환경 규제를 넘어 미래 축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액비 활성화, 인식 개선이 먼저”
경축순환농업 선진 모델 구축
공공 역할 수행에도 애로 많아
액비 살포 규제로 활성화 한계
규제 아닌 활용 중심의 접근을
“축산에서 나온 분뇨가 다시 농경지로 가고, 그곳에서 생산된 사료를 다시 가축이 먹는 구조. 결국 이게 가장 정상적인 농업 모델 아닙니까.”
전국 경축순환농업을 이끌고 있는 박철우 논산계룡축협 자연순환농업센터장은 경축순환농업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경축순환농업 시스템 자체는 이미 현장에서 충분히 구현되고 있다”며 “문제는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운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 체계가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현재 가축분뇨 자원화시설이 사실상 공공 환경시설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운영 부담은 현장에 집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설 유지비와 인건비, 장비 교체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며 “특히 5년 주기로 대규모 보수가 필요한데 한 번 교체에만 10억~20억원이 투입된다. 경제사업 규모가 큰 조합은 버틸 수 있지만 작은 조합들은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액비 활용 확대를 위한 규제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액비를 살포하려면 토양 분석과 시비처방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농업기술센터의 인력 부족 등으로 행정 처리가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현장에서는 적기에 살포를 원하지만 행정 절차는 몇 달씩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액비 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액비와 퇴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는 액비 확대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홍보와 교육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화학비료는 익숙하지만 액비는 여전히 불안하게 바라보는 농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논산계룡축협은 ‘퇴·액비 사용 농산물 인증제’ 도입 필요성을 지속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퇴·액비를 사용한 농산물에 별도 인증 체계를 마련하면 경종농가들도 경제성과 경쟁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친환경·탄소중립 소비 트렌드와도 맞물려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국내에서 발생한 양분을 먼저 토양에 환원하고 부족한 부분만 화학비료로 보충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며 “가축분뇨는 버려야 할 폐기물이 아니라 농촌을 순환시키는 자원인 만큼 이제는 규제가 아닌 활용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