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③] 차단 방역, 농장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

소모성 질병, 한국 양돈 고질적 악재 PRRS 생산성 主敵…최근 더 강해져 계속 변이, 백신만으로 통제 어려워 대부분 양성, 개별 농가 대응 한계 음성화보다 안정화가 현실적 목표 바이러스 유입‧순환 차단이 첫걸음 농가 신고 꺼려 피해 현황 깜깜이 근절 위해 발생 정보 투명성 필수 정부 소모성 대책 첫 단계로 추진 덴 국가 단위 청정화로 성과, 귀감

2026-05-07     임정은

양돈장의 대표적인 소모성 질병인 PED와 PRRS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연간 5천억원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양돈장 생산성의 주적을 꼽으라면 전문가들은 PRRS를 지목한다. 주로 겨울과 봄철 다발하는 PED는 한번 발생하면 자돈의 50~90% 가량 폐사하며 단기간에 농장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 이에 비해 PRRS는 감염 시 모돈의 유사산 증가와 자돈 폐사 증가, 육성 비육돈의 성장 지연 등 전 구간에서 생산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게다가 국내 거의 모든 양돈장이 PRRS에 노출돼 있다. 지난 2023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실시한 국내 양돈장 PRRS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국내 양돈장 가운데 81% 가량이 양성농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정도만 다를 뿐 국내 거의 모든 농가에서 PRRSV로 인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PRRS를 개별 농가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양돈업 생산성 최대 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비단 한국만 그런 것은 아니다. PRRS는 세계 양돈산업에도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24년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추정한 PRRS의 경제적 피해액은 연간 12억 달러(16~20년)에 달한다. 특히 10년 전과 비교할 때 그 규모는 80%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PRRS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하면서 백신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진화하는 바이러스=PRRS 바이러스는 변이 속도가 빠르고 한 농장에서도 여러 유전자형이 동시에 존재하는 특성상 농가에서 컨트롤하기 더욱 어렵다. 그런데 그런 PRRS가 더 강해졌다. Lineage 1 계열의 NADC34-like 바이러스는 22년 처음 한국에서 감지된 이후 빠르게 확산됐다. 높은 유사산율과 자돈 폐사율 그리고 모돈에서도 높은 폐사율을 보이는 등 이전의 다른 PRRS와 비교할 때 그 피해가 월등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4년 하반기 이후 국내 돼지 출하두수가 감소세로 돌아선데는 PED와 함께 고병원성 PRRS의 확산이 그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실제 돼지 출하가 줄기 시작했던 시점과 현장에 PED와 고병원성 PRRS의 피해가 증가한 시점이 겹친다.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에 따르면 PED는 24년 1~3월까지 발생농장수가 177개로 전년 동기간 59개 대비 3배 증가했다. 실제 발생 건수와는 차이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시기 PED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사실은 여실히 드러난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독한’ PRRS가 현장에서 맹위를 떨치며 농가들의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라는 현장의 호소가 들리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PED와 PRRS가 거의 동시에 현장에서 맹위를 떨쳤고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공식적 통계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 피해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는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과거 3개월간 돼지 폐사두수 통계를 분석해보면 그 전까지는 감소 내지는 큰 변동이 없던 돼지 폐사두수가 23년 12월(직전 3개월인 9~11월)에 전년 동기간 대비 1.6% 증가한 것을 시작으로 24년 3월은 12.3%, 6월은 8% 늘었다. 그리고 24년 12월은 폐사두수가 73만여마리로 전년 동기보다 12% 가량 늘며 2011년 구제역 이후 최대 규모 폐사를 기록했다. 그리고 25년 내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졌고 25년 연간 출하물량은 감소했다. 현장에서 PED와 고병원성 PRRS 피해가 본격화된 시기와 폐사 두수가 증가한 시기가 겹친다. 출하 두수가 준 배경으로 질병 폐사 피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PRRS는 이처럼 그 피해도 크지만 완전히 농장에서 몰아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PRRS 바이러스는 유전자 변이가 잦아 새로운 변이주에 대해서는 기존 백신을 통한 통제도 쉽지 않고 국내 대부분의 양돈장이 PRRS 양성이라는 이유도 있다. 음성화를 이룬다 해도 주변 농장들이 대부분 PRRS 양성인 상황에서 농장 간 바이러스의 전파로 인해 다시 바이러스가 유입되기도 쉬어 이를 유지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때문에 개별 농가 차원에서 PRRS에 대한 대응은 음성화보다는 안정화에 초점을 두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안정화만으로도 생산성에는 확실한 개선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장을 살리는 차단방역=PRRS가 개별 농가 차원에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PRRS 안정화를 이루기 위해서 농가 차원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본은 역시 차단방역이다. PRRS에 있어서 지역 내 순환하는 다양한 바이러스가 농장 안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안정화 첫 단추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차단방역은 비단 각종 소모성 질병뿐만 아니라 ASF, 구제역과 같은 악성 가축 전염병에 있어서도 양돈장을 지키는 기본이다. 외부로부터 농장으로 질병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외부 차단방역뿐만 아니라 농장 안에서 질병이 순환 감염되는 것을 예방 및 억제하는 내부 차단방역 모두 이뤄져야 돼지 질병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모르는 농가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런데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로 하는 만큼 자칫 소홀해지기 쉽다. 지난 2023년 ‘Journal of Animal Research & Veterinary Science’에는 축산농가 차단 방역의 효과를 경제적 측면에서 평가한 논문이 실렸다. 키프로스와 그리스의 양계장,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양돈장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차단방역의 효과가 투입되는 비용(인프라 구축비뿐만 아니라 추가 투입되는 노동 포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물론 우리와는 여러 조건이 다를 수 있지만 양돈장의 경우 사료요구율, 일일 증체량 등 생산성 향상과 질병 치료비용의 절감 등 차단방역의 효과는 비용 그 이상의 실질적인 경제적 보상으로 주어진다는 얘기는 충분히 귀담아들을 만하다.

특히 차단 방역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리 대상으로 후보돈이 꼽힌다. 주기적으로 외부에서 들여와야 하는 만큼 질병 유입에 있어서 가장 위험한 고리가 될 수 있어서다. 또한 어떤 후보돈을 받느냐와 함께 도입 이후 순치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조언이다. 후보돈 관리가 PRRS 안정화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정확한 현황 파악부터=이처럼 막대한 피해를 주는 PRRS지만 발생 현황이나 피해 규모는 깜깜이다.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에 집계된 PRRS 발생 건수는 2020~25년까지 22건, 44건, 35건, 34건, 37건, 63건에 불과하다. PRRS가 제3종 법정 전염병으로 신고 시 이동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농가들이 신고를 안 해서다. 제대로 된 현황 파악 없이 PRRS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개별 농장 단위 음성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다른 농장으로부터 언제든 PRRS가 유입될 수 있어서다. 지역 단위 청정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려면 현황 파악이 먼저일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도 돼지 소모성 질병 발생 최소화를 위한 첫 번째 단계로 전 농장 질병을 진단하고 질병 발생 정보를 농가에 공유해 농장간 교차 오염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덴마크의 사례를 보면 이는 PRRS 청정화로 가는 중요한 첫걸음일 수 있다. 지난 22년 국가 차원의 PRRS 음성화를 시작한 덴마크 역시 PRRSV 혈청 검사 의무화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발을 뗀 음성화 사업은 4년만에 음성 농장 비율을 73%까지 늘리며 PRRS 국가 단위 청정화도 바라볼 수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는 양성 농가에 대해서는 전담 수의사가 정기적으로 관리하고 양성 농가 비육돈은 도축업체가 가격을 차감하는 정책으로 농가의 참여를 독려했다.

돼지 소모성 질병 근절 노력이 이번에는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 만연한 돼지 질병과 이로 인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한돈 경쟁력을 그대로 둔다면 국내 돼지고기 시장이 값싼 수입육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돈 공급량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갈수록 양돈장은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때문에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생산성 제고는 이전보다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