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6주년 특집Ⅱ⑤] 구(舊)돈사, 스마트팜으로 ‘환골탈태’...한돈에 미래 입히다

농수산대학 졸업 후 양돈장 승계 새로운 도전 위해 인근 돈사 인수 노후시설 전면 철거 후 증개축 결심 꼼꼼한 전략 통해 인허가 과정 완료 스마트팜 자금 지원 받아 ICT 보급도 노후‧고령화서 청년‧스마트 양돈 기대

2026-05-14     김현구
이상진

노후화된 구돈사를 과감히 철거하고 최첨단 스마트팜으로 재탄생시킨 청년 양돈인의 도전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남 합천군 야로면에 위치한 상진축산은 부실 농장을 인수해 ICT 기반 스마트 양돈장으로 전환한 대표적인 리빌딩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이상진 상진축산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 중소가축학과(양돈)를 졸업한 뒤, 2017년 후계농업인으로 양돈업에 뛰어들었다. 경북 고령군에서 부친의 대를 이어 양돈을 시작한 그는 가업 계승과 함께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이어받았다. 지역 기부 활동과 축협 조합원으로서의 상생 경영을 실천하며, 차근차근 자신만의 양돈 기반을 다져왔다.

이후 양돈 경력 10년 차에 접어들며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던 그는 보다 나은 환경에서의 지속 가능한 사육을 위해 독립을 결심했다. 양돈장을 물색하던 중 경남 합천의 한 구돈사에 주목하게 됐고, 이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며 본격적인 이전 및 재정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 대표가 인수한 농장은 사료회사가 사룟값을 대신해 운영하던 곳으로, 시설 노후화와 관리 부실이 누적된 상태였다. 구형 톱밥돈사와 슬레이트 지붕 구조는 위생과 방역 측면에서 취약했고, 생산성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 대표는 단순 보수나 리모델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전면 철거 후 신축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기존 돈사 건물을 모두 철거한 뒤 철근 콘크리트 및 일반 철골 구조의 2층 돈사로 증축 허가를 받아 사실상 신축 농장 수준의 최신 시설로 탈바꿈을 추진했다.

특히 농장 인수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사전 검토가 이뤄졌다. 불법 건축물 여부, 가축분뇨배출시설 허가 승계 가능성, 8대 방역시설 설치 여부 등은 향후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꼼꼼히 확인했다. 또한 민원 발생 가능성을 줄이고 장기적인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 토지를 추가 확보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도 병행했다.

인허가 과정에서는 현실적인 전략이 돋보였다. 복잡한 허가를 한 번에 추진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 대표는 “허가가 어려운 항목일수록 먼저 간단한 형태로 승인받고, 이후 변경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가축분뇨 처리 방식 역시 이러한 전략이 적용됐다. 당초 목표는 냄새 저감 효과가 큰 정화방류 시스템이었지만, 일반적으로 허가가 까다롭다는 점을 고려해 우선 일반 처리시설로 허가를 받은 뒤, 이후 정화방류 방식으로 변경하는 전략을 활용했다. 합천군이 정화방류 허가가 가능한 지역이라는 점도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했다.

자금 조달 역시 체계적으로 진행됐다. 상진축산은 일반 스마트팜 정책자금을 활용해 사업을 추진했으며, 저금리 조건을 기반으로 대규모 시설 투자를 실행했다. 여기에 축산분야 ICT 융복합 확산사업 자금을 추가로 확보해 환경관리기, 냉방기 등 주요 설비를 도입했다.

다만 신축 농장의 경우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인해 당초 신청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원받는 한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사업을 적극 활용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다양한 장비를 경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공사는 2023년 12월 착공해 약 6개월간 진행됐으며, 2024년 6월 최신 시설의 돈사가 완공됐다. 이후 단계적으로 모돈 입식을 통해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ICT 기반 운영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관리 시스템과 냉방 설비를 우선 구축한 데 이어 포유모돈의 사료 섭취 완료 여부를 관찰·분석해 급여량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물 혼합비를 최적으로 맞춰주면서 사료 섭취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주)엠트리센의 포유모돈자동급이기 '딥피드' 등 AI 장비를 도입하는 등 점진적으로 스마트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향후에는 데이터 기반 정밀 사양관리 체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배경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다. 그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모든 장비를 자부담으로 도입하기에는 부담이 컸다”며 “지원사업을 통해 다양한 장비를 먼저 경험하고, 이후 수익이 안정되면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선다. ‘젊은 양돈장’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ICT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양돈장을 보다 효율적이고 직관적으로 운영하고, 이를 통해 20~30대 젊은 인력이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상진 대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양돈장을 운영하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구조가 되고, 이는 젊은 세대의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젊은 양돈장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상진축산 사례는 단순한 시설 개선을 넘어, 노후 농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스마트 축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철저한 사전 검토, 단계적 인허가 전략, 정책자금 활용 등은 유사한 전환을 고민하는 농가들에게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