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작금의 ASF가 한국 양돈의 生과 死를 가른다

ASF 동시다발 발생, 새로운 국면 진입 개별 농가 대응 한계…통합적 방역 시급 설 명절 전후·봄철 3~4월, 확산 최대 고비 “돈사 밖은 전부 오염 구역” 인식 전환을 ASF 변이형 유입 시 사실상 통제 불능 농가, 절대 불변의 방역 원칙 준수해야 정현규 태국 콘캔대학교 교수

2026-02-05     양돈타임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서 처음 발생했던 2019년, 우리 정부 초청으로 방한했던 세계적인 ASF 전문가 호세 산체스 박사는 한국을 떠나며 분명한 경고를 남겼다.
한국은 ASF를 충분히 연구하고 경험한 전문가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정부와 생산자가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강한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ASF는 확산과 소강 상태를 반복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잠잠해지는 시기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경고는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달 잠시 귀국해 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던 중, 전남 영광의 한 양돈장에서 ASF 발생 소식을 접했다. 당시 나는 향후 지리적으로 떨어진 지역에서 2~3건의 추가 발생이 이어질 경우, 한돈산업이 단기간에 감당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니나 다를까, 충남 보령의 대형 양돈장에서 ASF가 발생했고, 이어 경남 창녕에서도 확진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ASF가 동시다발적 발생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다.

특히 보령 발생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km 이내에는 220곳이 넘는 양돈장과 약 58만두의 돼지가 밀집해 있다. 이러한 고밀도 지역에서의 발생은 단순한 개별 농장의 방역 실패를 넘어, 지역 전체의 통제 능력을 시험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생산자가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통합적 대응 리더십과 실행 그룹이다. 개별 농가의 노력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농가의 역할은 명확하다. 정책 판단이나 산업 구조 논의보다, 각자의 농장을 지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ASF는 명확한 임계점이 존재하는 질병이다. 그 선을 넘으면 방역은 더 이상 관리의 영역이 아니라, 피해를 얼마나 줄이느냐의 문제로 전환된다.

지금 단계에서 그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이번 보령 발생이 바로 그 분수령이라고 판단한다. 여기에 창녕까지 양성으로 이어지면서, ASF의 전국 발생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한돈산업은 이미 예측 가능성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다.

앞으로 며칠이 중요하다. 설 명절 전후의 이동 증가, 그리고 기온이 상승하는 3~4월은 ASF 확산에 가장 취약한 시기다. 이제 농가가 가져야 할 인식은 단 하나다. “돈사 밖은 모두 오염 지역이다.” 이 원칙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 방역은 더 이상 의미를 갖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지금 반드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위험이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유행 중인 변이형 ASF의 국내 유입 가능성이다. 이 변이형이 국내에 유입될 경우, 현재의 대응 체계로는 사실상 대처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과장이 아니라, 이미 여러 국가에서 확인된 현실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이 가능성만큼은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동남아시아 현장에서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한 사례를 보더라도 ASF가 남긴 변화는 분명하다. 첫째, 양돈 사업은 더 이상 예측 가능한 산업이 아니다. 둘째, 돈가와 양돈 경기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살아남거나 오히려 기회를 확보한 주체들은 공통된 구조를 갖고 있다. 유통, 사료, 그리고 전문 방역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곳들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ASF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산업 경쟁력이다. 태국과 일본 등 ASF를 경험했거나 대비하고 있는 국가들의 전문가들 역시 같은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방역은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존속의 조건이 된 지 오래다.

ASF가 상존하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모든 의사결정의 최우선 기준은 방역이다. 관리 효율, 생산성, 비용, 편의성은 모두 방역 뒤로 밀린다. 농장 설계와 조직 배치, 작업 동선조차 방역 원칙에 종속된다.

현장에서는 이 원칙이 실제로 작동한다. 폭우로 돈사가 무너지거나 긴급 상황이 발생해도 방역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출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정전으로 발전기가 작동하지 않더라도, 출입 대기 시간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과 자재의 이동은 금지된다.

이처럼 극단적인 선택이 가능한 이유는 단 하나다. 농장 경영은 단 한 번의 방역 예외로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ASF를 경험한 국가들에는 공통된 인식이 있다. “농장 전체가 ASF로 붕괴되는 것보다, 돼지 몇 마리를 잃는 것이 낫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 인식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ASF는 지금 우리가 인식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바로 지금 이 시점이 통제가 가능한 마지막 구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