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형 리더십’은 달랐다…해결사 역할 톡톡

이기홍 한돈협회장 신년 간담회 개최 취임 70여일 만에 현안 잇따라 해결 규제 막고, 순치돈사 지원 이끌어 내 김해 악취관리지역 지정 철회도 성과 새해 ‘국민‧미래‧존중’ 3대 슬로건 추진

2026-01-13     김현구

지난해 11월 1일 취임한 이기홍 대한한돈협회 회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취임한 지 불과 70여 일 만에 국회와 정부 부처, 전국 양돈 현장을 쉼 없이 오가며 한돈산업의 규제가 될 수 있는 주요 현안들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단순한 문제 제기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과 제도 개선 방향을 함께 제시하며 ‘현장형 회장’이라는 취임 일성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고 있다는 평가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단기간 내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굵직한 현안들을 잇달아 정리해냈다는 점이다. 양돈 현장을 위협하던 액비 처리 대란을 사전에 차단했고, 김해 지역의 악취관리지역 지정 문제 역시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한 끈질긴 설득과 협의를 통해 지정 철회 검토라는 실직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아울러 취임 두 달 만에 한돈 관련 법안 발의도 이끌어 냈으며, 추가 법안 2건도 곧 발의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사례는 자칫 양돈농가에 규제가 될 수 있었던 방역 정책 조정이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모든 폐사 모돈을 의무 신고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 그러나 협회는 모돈 폐사가 일반적인 사양관리 과정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모두 신고 대상으로 묶을 경우 방역 시스템 과부하와 함께 실제 ASF(아프리카돼지열병) 의심 사례 대응에 오히려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적극 설명했다. 그 결과 행정명령 시행 당일, 이례적으로 급사 개체만 신고하도록 기준이 즉각 변경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건은 농가 생존과 직결된 문제였던 만큼, 이처럼 속도감 있는 대응이 없었다면 현장 혼란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회장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단기 민원 해결에 그치지 않고, 한돈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정책 과제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순치돈사 지원 법제화’다.

지난 7일 열린 신년 축산 전문지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국내 양돈 질병의 약 80%는 외부에서 유입된 돼지가 기존 농장 내 바이러스와 만나 강독화되면서 발생한다”며 “이로 인한 폐사율 증가는 한국 양돈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돈산업의 MSY(모돈 마리당 연간 출하두수)는 주요 양돈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는 해결책으로 ‘순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돼지가 농장 내 병원균 환경과 항체 수치에 적응하는 순치 과정을 충분히 거쳐야 질병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모종을 키우는 육묘장이 농업의 출발점이듯, 순치돈사는 양돈 생산성의 출발점”이라며 “순치돈사만 제대로 갖춰도 MSY는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고, 이는 농가 소득 안정은 물론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순치돈사는 건폐율 등 각종 규제에 묶여 농장 내 설치가 사실상 어려운 구조다. 이 회장은 이러한 제도적 장벽을 해소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 부처를 잇달아 방문하며, 순치돈사 설치를 허용하고 지원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해에도 ‘책상 위가 아닌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는 원칙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실제로 그는 새해 벽두부터 양돈 현장 점검과 국회 방문 일정을 연이어 소화하며,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병오년(丙午年) 새해, 이 회장은 취임 슬로건으로 내건 ‘국민과 함께하는, 미래를 열어가는, 존중받는 한돈산업’을 실현하기 위해 주마가편(走馬加鞭)의 각오로 뛰겠다고 밝혔다. 취임 70일, 시간은 짧았지만 그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현장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 제도와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기홍 회장의 다음 행보에 한돈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