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신년특집④-세계적 흐름] 세계는 탄소 중립-현실 사이 균형 모색 중

세계 온실가스 코로나 제외 매년 늘어 24년 1.5℃ 기후 위기 마지 노선 초과 141개국 탄소중립 선언, 35개국 법제화 세계 탈탄소 주도하던 美‧EU 변화 보여 美 파리협정 탈퇴…세계 탄소 감축 제동 EU, 농민 시위에 환경 정책 일부 후퇴 뉴질랜드 메탄세 취소, 감축 목표도 ↓ 코로나‧전쟁 계기 식량 안보 가치 재조명 주요 산업 경쟁력 훼손 가능성 제기도 탄소 중립 목표 폐기 가능성은 적어도 현실 부담 줄여줄 새로운 길 찾기 계속

2026-01-07     임정은

지난해 9월 유럽연합이 발표한 JRC 정책과학 보고서에 따르면 24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532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추이를 보면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은 코로나 펜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와 함께 지구 기온은 갈수록 오르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24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초과한 첫해로 기록했다.

급기야 지난해 7월 국제사법재판소는 15명의 판사 만장일치로 기후위기 대응을 모든 국가의 의무이며 이를 어기는 경우 국제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세계 최고법원으로 불리는 국제사법재판소가 기후 위기 문제와 관련해 권고 의견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기후 위기에 있어서 세계는 임계점에 도달했으며 획기적 감축 노력이 없다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세계 탄소 중립 현황=2015년 유엔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 위한 파리협정이 채택됐다. 이는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정하고 국제사회에 그 이행을 약속하기로 한 첫 번째 전 지구적 합의다.

탄소 중립은 중국과 함께 세계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미국, 유럽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Net Zero Tracker’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141개국이 탄소 중립을 선언했으며 그 가운데 35개국이 이를 법제화했다. 그리고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온실 가스 배출이 감소 추이를 나타내며 그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탄소 중립에 대한 세계적 흐름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했던 파리협정에 복귀하며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 감축이라는 높은 수준의 NDC를 제출하는 등 탄소 중립에 적극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트럼프 2기가 시작되자 다시 미국은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했다. 애초에 기후 위기에 대해 허구라는 주장을 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이같이 결정했다. 이로써 2026년 1월부터 미국은 파리협정 의무가 없는 나라가 됐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와 반 친환경 정책이 국제사회의 탄소 감축 흐름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돈이다. 파리협정에는 선진국들이 개도국의 감축과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하는 기후재원(GCF 등)에 대한 약속도 담겨있다. 그런데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면 그만큼의 재원이 줄게 된다. 또 미국이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다른 나라들도 탄소 감축 목표에 있어서 느슨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최근 유럽연합도 탄소중립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유럽연합은 204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 대비 90%까지 줄이기로 합의했다. 다만 90% 감축분 가운데 최대 5%P는 해외 탄소 배출권 구매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니까 사실상 유럽의 실질적인 감축량은 85%인 셈이다. 최근에는 유럽연합이 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을 퇴출시키려던 계획에서 한발 물러나 사실상 이를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내연기관 차량 퇴출은 유럽의 대표적 기후 정책 중 하나로 꼽혀왔다. 탄소 감축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의지와 실행 계획을 가졌다고 인정받던 유럽이지만 최근 보호 무역주의와 에너지 비용, 산업 경쟁력 등이 우선시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환경단체들은 유럽의 기후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탄소 중립의 이상과 현실=유럽연합(EU)은 탄소 중립 이슈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대처해왔다. 2019년 12월 유럽 그린딜을 통해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제시했으며 그 핵심 전략으로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도모하기 위해 2020년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지속 가능한 식품 생산 △지속가능한 식품의 가공·판매 △지속 가능한 소비 촉진 △식품폐기물 감축 △식품 사기 근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지속 가능한 식품 생산이 축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목이다. 축산업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의 주요 내용을 보면 농업은 EU 온실가스 배출의 10.3%를 차지하고 이 중 70%는 축산부문에서 발생한다고 지적하며 축산의 환경에 대한 영향 감축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해 EU 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사료 첨가제 시장 출시를 지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거나 농업 폐기물, 분뇨와 같은 잔류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혐기성 소화’에 대한 기술 투자로 가축의 메탄 배출을 감축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농업에 대한 유럽의 환경 정책이 후퇴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2040년 온실가스 감축 권고안에서 농업 분야가 삭제된 것이 그 중 하나다. 유럽 전역에서 농민들이 환경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진데 따른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조치로 앞서 2021년 발표된 2023~2027년 CAP(공동농업정책) 개혁법안에 ‘식량안보’ 정책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지난 24년 농촌경제연구원 세계농업 겨울호에 실린 ‘EU의 최근 변화와 CAP에 대한 영향 검토’란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이전까지 환경보전 중심으로 전개되던 CAP 정책이 코로나 19 발생을 기점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후 변화와 전 세계적인 사회경제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식량안보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농민들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환경을 강화하던 정책에서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환경 정책을 수정한 예는 또 있다. 뉴질랜드는 세계 주요 쇠고기 수출국으로 전체 산업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높다. 이에 축산업으로부터 배출되는 온실 가스 역시 많아 당초 2025년부터 소의 트림 등에서 발생하는 메탄에 세금을 부과키로 한 바 있다. 2030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인 덴마크보다 먼저 가축에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뉴질랜드는 지난 24년 이를 폐기했다. 농민들의 반발 때문이다.

그리고 25년 10월 뉴질랜드 정부는 2050년 축산 등 농업분야 메탄 감축 목표를 17년 대비 14~24%로 수정, 발표했다. 이전 목표치 24~47% 대비 크게 낮춘 것이다. 핵심 수출 산업 가운데 하나인 축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대신 메탄 감축 기술을 통한 저감에 더 힘을 쏟기로 했다. 저메탄 품종, 사료 첨가제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농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매년 심화되는 이상 기후로 탄소 중립을 위해 초기 강력한 환경 정책들이 수립되고 또 추진돼왔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실행과정에서 그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들도 본격적으로 돌출되기 시작한 때문일 것이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는 식량 안보 혹은 산업 경쟁력 등 역시나 소홀할 수 없는 다른 가치들과도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탄소 중립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저항 혹은 회의를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탄소 중립에 있어서 속도 조절은 있을 수 있지만 그 목표가 폐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매년 오르고 있는 지구 기온과 이로 인한 기후 위기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때문이다. 이에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탄소 저감 방안 등 탄소 중립이라는 목표와 현실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시도들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환경 위해 돼지 줄인다?

줄여도 돼지‧돼지고기는 넘쳐나

유럽의 환경 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탄소 저감이나 환경에 대한 가치를 외면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유럽의 몇몇 나라에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급진적인 탄소 저감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21년 6월 네덜란드 정부는 2030년까지 질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가축 사육두수의 30%를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농민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일반 국민들도 이에 공감,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주요 정치 세력화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정부는 질소 저감 정책을 계속 밀어붙였고 양돈 등 축산농가에 대한 폐업 장려금이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8월까지 1천개 이상의 농가가 폐업 지원을 신청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양돈농가였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네덜란드의 돼지 사육두수는 985만마리로 45년만에 1천만마리 미만으로 접어들었다. 양돈농가는 1천900개로 전년 대비 7.1% 감소했다. 네덜란드 농업부는 지난해 9월 질소 저감을 위해 추가 예산을 편성하는 등 질소 저감 정책은 강화되고 있다. 이에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볼 때 돼지 가축 생산기반의 지속적인 위축이 예상되고 있다.

덴마크는 오는 2030년부터 세계 최초로 농업 분야에 탄소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주로 소나 돼지 등 가축을 기르는 농가들이 부담하게 될 탄소세는 덴마크 정부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고안됐다. 이에 2030년부터 소와 돼지를 포함한 가축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량(이산화탄소 환산 기준) 1톤당 300크로네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아직 시행 전이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단정하기 어렵지만 농가들은 축산물의 가격 경쟁력 저하와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사례를 주목해야 하는 것은 우리가 따라가야 할 선진적 탄소 저감 사례로서가 아니다. 오히려 네덜란드와 같이 급진적 탄소 저감 정책은 실제 가축 사육기반의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이며 이들 나라들 모두 우리와는 처한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이다.

EU

덴마크가 가축 트림에 세금을 부과하게 된 것은 좁은 국토 면적 대비 농업 특히 축산업이 발달해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덴마크는 전체 국토 대비 농경지 비중이 60%에 달하며 특히 농경지 가운데 20% 이상이 사료 작물 재배에 이용되고 있다. 국토 면적은 4만3천㎢로 남한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지만 돼지 사육두수는 1천200만마리 수준으로 한국보다 많다. 네덜란드는 한국 면적의 40%, 인구는 우리의 1/3 수준이지만 24년 기준 150만톤 가량 돼지고기를 생산해서 70만톤 가량(EU 이외 국가)톤을 수출했다.

EU 내에서도 스페인 다음으로 돼지고기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네덜란드, 그리고 덴마크다. 가축 사육밀도는 네덜란드가 유럽에서 가장 높고 덴마크는 다섯 번째다. 때문에 이처럼 강력한 환경 정책도 네덜란드나 덴마크의 축산물 자급은 훼손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부의 가축 사육두수 감축 목표가 달성되더라도 수출 가능 물량의 일부가 감소할 뿐 자급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