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홍성 양돈의 힘, 가업을 잇는 양돈 2~3세에서 나오다

양돈 1번지 홍성 송년회 ‘북적북적’ 농가‧지자체‧업계 등 200여명 참석 경품 추첨하며 시종일관 화기애애 후계 양돈인 삼삼오오 고령화 무색 돼지 수만큼 송년회 분위기도 후끈 홍성 양돈, 지역 소멸 버틸 원동력

2025-12-31     김현구

충남 홍성은 전국에서 돼지 사육두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사람들은 이곳을 자연스럽게 ‘양돈 1번지’라 부른다. 숫자만으로 설명되는 타이틀 같지만 그 이름 속에는 오랜 시간 땅을 지키며 돼지를 키워온 농가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다. 그런 홍성의 겨울 한복판에서 열린 ‘홍성 한돈인 대회 겸 송년의 밤’은 그 이름의 무게를 실감하게 하는 자리였다.

지난달 22일 송년회가 열린 날, 행사장 입구부터 분위기가 남달랐다. 삼삼오오 모여 인사를 나누는 농가들, 아이 손을 잡고 들어오는 가족들, 오랜 만에 만난 동료와 웃으며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까지. 단순한 연말 모임이라기보다는 마을 잔치에 가까웠다. 홍성지부는 전국에서 회원 농가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만큼 이날 행사장에는 거의 모든 회원 농가가 참석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아울러 사료, 기자재, 동물약품 등 관련업계 관계자들과 농가들의 가족 등 약 200여명이 함께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젊은 양돈인들의 모습이었다. 20~40대 농가들이 한무리를 이루고 젊은 농가들의 아이들로 시끌벅적였다. 한때 양돈업은 고령화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이날 홍성지부 송년회 현장은 그 인식을 자연스럽게 깨뜨리고 있었다.

행사에는 홍성군 지자체 관계자도 참석했다. 축산 행정을 담당하는 과장이 직접 자리를 함께하며 농가들과 인사를 나눴다. 형식적인 축사가 아니라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농가들 역시 행정과의 거리를 느끼기보다 ‘같이 가야 할 동반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는 홍성 양돈의 또 다른 힘이자 자산이다. 생산 현장과 행정이 분리되지 않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호흡하고 있다는 점이다.

송년회는 시종일관 잔치처럼 진행됐다. 회원 농가를 위한 경품 추첨과 내빈들의 덕담, 그리고 홍성에서 생산된 돼지로 만든 주물럭까지 한 상의 음식 앞에서 시종일관 대화 소리가 끊임 없었다. 돼지 사육이라는 고된 노동 뒤에 숨겨진 농가들의 일상과 애환이 잠시 내려놓아지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1년 중 가장 편하게 웃는 날이라고 말했고, 그 말은 과장이 아니어 보였다.

이날 송년회는 단순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홍성이라는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홍성군은 한때 대표적인 인구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내포신도시 조성과 함께 인구가 유입되고, 젊은 층이 늘어나면서 도시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그 변화의 한 축에는 양돈을 비롯한 축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양돈농가는 단순한 산업 주체를 넘어 지역을 지탱하는 생활 인구다. 농장을 중심으로 가족이 머물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며, 지역 소비가 이뤄진다. 특히 홍성의 젊은 양돈인들은 ‘농촌을 떠나지 않는 선택’을 한 세대다. 이들은 스마트 축산, 환경 개선, 지역 사회와의 공존을 고민하며 한돈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송년회장에서 만난 젊은 농가들의 밝은 표정은 홍성이 더 이상 소멸의 끝자락에 서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경품

한돈협회 홍성지부 송년회는 그래서 상징적이다. 전국 최대 돼지 사육 지역이라는 명성, 가장 많은 한돈 농가가 모여 있는 조직, 그리고 그 중심에서 세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 등등 그 모든 것이 한 공간에 응축된 자리였다. ‘양돈 1번지’라는 말이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임을 증명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짧은 행사가 끝나고 사람들은 다시 농장으로, 집으로 흩어졌다. 하지만 그 발걸음에는 묘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 서로를 확인하고,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을 나눈 시간. 홍성의 겨울밤을 밝힌 그 송년회는 한 해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신호처럼 보였다. 양돈이 살아 있고, 사람이 모이며, 도시가 다시 젊어지는 곳. 홍성은 세대를 이어가면서 오늘도 ‘양돈 1번지’의 이름을 이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