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4년...한돈 규제 막고, 미래 밝혔다
‘돼지 키우기 좋은 세상’ 목표 출범 모돈 이력제 등 과도한 규제 저지 대정부‧국회 활동 신규 규제는 제로 민관학 협의체로 農중심 정책 제시 한돈법 추진해 식량안보 인식 높여 한돈미래연구소 발족 미래산업 다져 사무실 이전‧직선제는 미완성 과제 “농가 주인돼야 성장산업될 수 있어”
4년전 ‘돼지 키우기 좋은 세상’ 만들기를 목표로 출범한 손세희 한돈협회장의 임기가 어느덧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임기 중 마지막으로 가진 축산 전문지 기자 간담회서 손세희 회장의 목소리에는 시원섭섭한 감정이 동시에 묻어났다. 2021년 취임 당시부터 ‘변화와 개혁’을 외쳤던 그는 지속 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정부와 국회, 내부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때로는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했고, 때로는 국회와 정부를 찾아가며 설득했고, 때로는 협회 안팎의 갈등을 조율해야 했다. 그는 임기 4년간을 “농가들이 돼지 키우기만 전념할 수 있도록 토대를 닦고 한돈 미래를 동시에 준비한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손 회장이 취임하자마자 가장 강하게 맞섰던 사안 중 하나는 바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이었다. 해당 법안은 가축 질병 발생 시 정부의 초법적 조치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손 회장은 이를 “농가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법”이라고 규정하며 강력 저지에 나섰다. 손 회장은 당시에 대해 해당 법안은 ‘돼지 키우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없는 악법으로 규정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왜 농가들이 돼지 키우는 것을 마다하고 추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고생을 해야 하는지 서러움에 삭발을 하는 동안 눈물까지 났다”며 “앞으로는 춥고, 더운 아스팔트로 다시는 농가들이 나오지 않도록 눈물과 함께 다짐했다”고 소회했다.
이런 의지 때문이었을까? 임기 중 정부가 추진한 새로운 사육 규제 추진 때마다 저지하는 성과를 보였다. 특히 모돈 이력제 전면 도입 시도를 사전에 차단했다. 정부는 모돈 이력제를 ‘정확한 이력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현실은 과도한 행정 부담과 개인정보 침해가 우려되는 사안이었다. 손 회장은 “농장을 잠재적 범죄 현장처럼 보는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관련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결국 정부는 일부 종돈장에 시범 사업으로만 추진, 농가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채 해당 제도는 내년부터 예산이 책정되지 않는 등 사실상 중단된다.
이 밖에 8대 방역시설 폐사체 의무화 철회, 바이오가스 설치 의무화법 5년 유예, 대기환경보전법 암모니아 규제 4년간 추가 유예, 외국 인력 ‘지정순번제’ 철회 등 정부의 잇단 규제가 유예되거나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손 회장 임기 중 신규 규제 도입이 ‘0(제로)’를 보였다. 정부의 자조금 법인화를 위한 법 개정을 저지하고, 방역등급제 및 양분총량제 추진, 방역세 의무 납부 역시 논의 단계에서 그치고 있다. 또한 최근 정부의 돼지거래가격보고제 역시 시장 질서에 저해하고 자본주의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반박하며, 도입 저지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이 정부와 대척점을 둔 손 회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와 함께 한돈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안 마련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결과가 바로 민관학이 함께 만든 ‘한돈산업 종합발전대책’이다. 이 대책은 사육부터 유통, 소비까지 산업 전 주기를 아우르는 중장기 전략으로, TF와 정부 협의체를 통해 마련됐다. 또한 민관학 방역대책위원회도 발족하면서, 돼지 질병 컨트롤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또한 그는 한돈산업의 법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한돈육성법’ 제정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아직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적어도 ‘한돈 산업을 하나의 ‘식량 산업’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은 정부와 여론 속에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손 회장은 현재에 대안과 함께 미래 청년 양돈인 육성에도 앞장섰다. 청년분과위원회를 발족하고, 청년 한돈인들의 목소리를 사업에 반영하고, 적극 육성했다. 대학 강단에도 섰다. 3년간 전국 여러 대학의 축산학과에서 ‘한돈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강의했다. 강의 도중 특별한 일화도 있었다. 한 학생이 “손세희 회장님, 한국 양돈업은 발전 가능성이 얼마나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손 회장은 명료하게 답했다. “예를 들어 구글이 망할 순 있어도 1차 산업인 농업, 이 중 양돈업은 절대 망할 가능성이 없는 산업이다. 바꿔말하면 양돈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산업이다”라며, 많은 대학생들이 양돈 등 축산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축산 발전을 위한 인재로 거듭날 것을 당부했다.
한돈시장의 불확실성과 급변하는 소비·생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한돈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한돈미래연구소’도 발족했다. ‘한돈미래연구소’는 단순한 현안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돈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데이터 기반의 정책 제언, 미래 수급 예측, 생산성 향상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분석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제는 한돈산업의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손 회장은 이 같은 성과에도 미완성 과제에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선거 공약 중 한돈협회장 직선제 추진과 한돈협회 사무실 이전 건이 아쉽게 무산됐기 때문. 그는 “현재 한돈협 임원 선거는 대의원들의 간접 선거로 진행되고 있으나, 직선제로 전환 시 전체 한돈농가들의 한돈산업에 대한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을 높여 한돈산업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서 추진됐지만 일부의 반대로 무산됐으며, 한돈협회 사무실 이전 역시 충청시대를 통해 정부와 농가와의 스킨십을 강화하려했지만 이 공약도 무산된 점은 임기 중 아쉬운 사항이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성과와 과제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손 회장은 이제 자리에서 물러나 터전으로 돌아가 양돈농가의 삶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요할 땐 기꺼이 목소리를 낼 준비가 되어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퇴임 후 새로운 구상을 준비 중인데, 삶의 터전인 홍성에서 군민들의 호응이 있다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4년간의 평가를 점수로 환산하면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로 평가한다”며 “여전히 현장에 맞지 않는 정책이 많고, 각종 법 관련 개정도 쉽지 않았기 때문에 60점 정도로 책정했다”며 “앞으로 우리 한돈산업은 정부 정책자 주도의 산업에서 농가 주도로 재편돼야 현장에 맞는 정책이 양산, 그래야 성장하는 한돈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돼지 키우기 좋은 세상, 농가가 주인되는 한돈협회’가 될 수 있도록 농가 및 관련업계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