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타초대석] 한돈 전문경영인 ‘한국형 파이프스톤’ 시대를 열다

양돈컨설팅 전문 동물병원 개원 국내 최초로 PRRS 청정화 성공 현대화돈사 설계부터 책임 시공도 美 파이프스톤 시스템 국내 도입 ‘소유’‘경영’ 분리 수익 분배 개념 2개 농장 운영 시스템 이식 성공적 위탁 경영 새로운 양돈 모델 제시 개인 위주 경영 아닌 ‘경영체’ 구축 “위축된 한돈업에 활기 불어넣을 터”

2025-07-02     김현구

충남 홍성에 거점을 두고 있는 ‘돼지와 건강’은 2006년 양돈 컨설팅 전문 동물병원으로 시작됐다. 병원을 개원하자마자 고객 농장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최초 PRRS 청정화에 성공하면서 실력을 입증했다. 이 때 만들어진 기술인 1두 1침, 피트 청소, 돈군 폐쇄 등은 우리나라 PRRS 청정화 및 질병 컨트롤의 기준이 되고 있다. 2008년에는 돼지와 건강이 주도해 충남 예산군 소재 고객농장에 현대화된 설계된 돈사를 시공했다. 설계도 뿐 아니라 위생, 환기, 관리자 동선, 외부 방역 등 모두 책임지고 설계한 결과 현재까지 이 농장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다 2010년 돼지와 건강은 직접 농장을 매입,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운영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미국의 파이프스톤 시스템의 영감을 받아 한국식으로 변용한 것. ‘파이프스톤 시스템’은 돼지 사육농가가 공동출자해 번식 전문농장을 설립하고 전문가 집단에게 농장 운영을 맡긴 후 생산된 새끼돼지를 농가가 비육·출하하는 양돈 생산체계다.

돼지와 건강이 도입한 파이프스톤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어 경영을 잘하는 자에게 농장을 맡기고, 주주들은 수익을 분배하는 개념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양돈 컨설턴트로 설립된 ‘돼지와 건강’ 회사에 경영을 맡길 농장은 없었다. 이에 신개념을 몸소 실현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직접 농장을 설립한 것이다. 당시 지인 몇몇과 공동 출자해서 농장을 구매, 주주 중 경영주를 파견하고 이사진을 중심으로 농장을 운영해 나갔다. 잘 운영됐고, 적절히 수익도 벌었고, 견실하게 운영됐다. 이후 1호 농장의 주주들이 2호 농장의 설립을 요청, 2017년 또 하나의 농장을 운영하면서 한국형 파이프스톤 시스템을 체계화시켰다. 즉 미국의 파이프스톤 방식을 변형한 돼지와건강 방식 양돈 모델을 국내에 정착시킨 것이다.

김경진 돼지와 건강 대표는 이 시스템에 대해 ‘소유’와 ‘경영’ 분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영을 잘하는 인재들이 경영, 소유주는 수익에 대한 배분을 통해 지속 가능한 경영체를 만들고 있다는 것. 이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아가면 궁극적으로 은퇴한 분들이나 고령화 및 후계자가 없어 경영이 어려운 농장을 위탁 경영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이러한 양돈 경영 방식은 수익보다는 지역에서 떳떳하고, 지속 가능한 양돈을 하기 위해서 구상했다고 강조했다. 2010년 전남 강진에 부도가 난 일관 사육 농장을 매입, 돼지와건강의 첫 농장이 시작됐다. 이 농장에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 각종 신기술과 양돈 컨설팅 노하우가 적용된 양돈장을 통해 생산성은 MSY 12두서 MSY 24두 농장으로 변모 시켰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주주들은 추가 농장 매입을 요청, 이에 2020년에는 충남 홍성에 제2호 농장이 설립된다. 이 때 매입한 농장 역시 부도 나기 직전의 농장으로, 매입 이후 1호 농장과 똑같은 경영 구조를 통해 다 죽어가던 농장을 인공호흡하며 살려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시행착오도 톡톡히 겪었다. 김 대표는 “첫 번째 농장의 경우 MSY가 20두를 넘는 등 초창기 눈부신 성적과 이에 따른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지만, 뜻하지 않는 난관을 만났다”며 “농장 책임 경영자가 농장 운영을 점점 방관하는 행태가 되면서 수익성도 급감, 결국 회사 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회고했다. 이에 첫 번째 농장의 경우 시스템 복구에 큰 어려움이 예상, 과감하게 농장 경영을 포기하고 매각을 실시했다. 실패를 교훈 삼아 첫 번째 농장을 매각한 자금으로 홍성에 또 다른 농장을 매입하면서 현재 이 시스템을 이식하는 과정에 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돼지와건강 방식의 경영체 장점은 이렇다. 그는 “농장의 누군가 특출난 직원이 생산 성적을 좌우하면 그 농장은 부침을 겪는다”며 “사업이 잘 되려면 업무 시스템이 중요한데 생산파트와 지원파트 등 효율적인 업무 시스템 분장을 통해 누가 빠져도, 몇 달간 부재해도 운영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각 역할별로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서로 크로스 체크 되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각 직능‧직급별 업무 분장에 대해 개인이 아닌 팀으로써의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돼지와건강 양돈장의 투자자이며, 운영 방식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김 대표는 “생각보다 주주가 많다. 현재 홍성군 양돈농가들이 십시일반 투자하고 있으며, 현업의 축산 수의 전공자 및 일반 투자자 등 다양하다”며 “주식회사와 거의 동일하게 투자자를 대표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표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이사회에서 주요 결정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돼지와건강 양돈장은 ‘경영체’의 개념으로 일선 경영을 총괄하는 자를 한 사람이 아닌 조직에 맡겨 대표 권한을 분산시키고, 실무를 나누고 서로 점검하는 과정을 통해 실수를 줄이는 경영체로 거듭나고 있다.

돼지와 건강은 현재 충남 홍성에 2개 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3년에는 그간 분리되었던 사업 기능들을 모두 통합한 회사 사옥을 건립했다. 이 사옥은 돼지가 가장 많은 홍성군에 위치해 있지만, 방역을 고려해 사료차 및 출하차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은 곳을 발품한 결과 최적의 장소에 현재 사옥을 건립했다. 특히 돼지와 건강은 여전히 양돈 컨설턴트가 주업무이기 때문에 양돈장에 가는 수의사, 업무 직원들의 용도에 맞도록 각종 첨단 방역 설비들이 모두 갖추어진 사무실로 설계됐다.

김 대표는 “지난 10년 첫 농장 설립 이후, 결과적으로는 한 차례 실패가 있어지만 2개 농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양돈 경영 모델이 잘 정착하고 있다”며 “성공 비결은 적절하고 지속 가능한 배당 정책, 평균 이상의 지속 가능한 급여와 복지 정책과 구성원간 치열한 논의를 위한 토론과 토의 문화로 투자자와 경영자간 윈-윈 할 수 있는 토대가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생산의 목표는, 1등 농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산 성적을 기록할 수 있도록 상위 30% 이내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 지향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이 구조가 한돈산업에 확산되면 젊은 인재들이나 일반인들도 한돈업에 큰 관심을 갖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은퇴하는 개인농장, 사정상 현업을 못하는 농장 대신 경영하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는 향후 점점 위축되고 있는 양돈업의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

김 대표는 “누군가는 벼농사 짓고, 누군가는 소를 키우고, 누군가는 우리 같이 돼지를 키워야 한다. 기왕에 그렇다면 한돈업이 혐오산업이 아닌 사회가 인정하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며 “돌이켜 보면 지난 15년간 돼지와건강 방식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전문 경영을 통해 실수를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의 한 모델이 된 것 같다”며 “경영과 소유가 분리된 구조가 안정화된다면 한돈산업도 젊은 인재 및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 산업 자체가 활기를 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