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신년특집②-프롤로그] 불확실성의 시대 양돈업 기본으로 돌아가자
역대급 폭염, 이례적 늦더위, 기습적 폭설 돼지 죽고 안 먹고 안 크고…시장도 혼란 예상 불가능한 극한 기후 더 잦아질 듯 자연의 영역, 예측 불가 대비도 어려워 규제‧전염병만큼 한돈 미래에 위협적 트럼프 2기 출범, 세계 질서 재편될 듯 韓 양돈업 들쑤셨던 미중 분쟁 재현 예고 국내 정치 불안 가세, 달러 초강세 지속 경제 전망 암울 소비 살아나기 어려워 예측 불가한 미래, 투자도 계획도 어려워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을 기초 중요 탄탄한 한돈 기본기, 이 시대 최선의 전략
지난 2024년 양돈업은 여러모로 기록적인 한해로 남게 됐다. 줄거라던 돼지 출하와 수입량은 모두 사상 최대 규모로 쏟아졌으며 그러면 당연히 떨어졌어야 할 돼짓값은 되레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게 됐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가장 중요한 돼짓값이 나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싶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냥 다행으로 넘길 일은 아니다.
돼지 출하는 최악의 폭염에 여름은 물론 가을 이후까지 예측을 빗나갔고 국내 시장 여건만 보면 늘기 어려울 것으로 믿었던 수입 돼지고기는 당황스러울 만큼 쏟아져 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이 됐다. 경기 침체와 소비 절벽 속에 지난해 양돈업은 뭐 하나 예상대로 전개되지 않았던 한해였다. 그러다 보니 생산 현장도, 시장 흐름도 예상이나 예측은 의미가 없어지고 뒤늦게 해석하기에도 벅찬 상황들이 이어졌다.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만 가득한 미래라면 결국 미래에 대한 전망과 이를 토대로 한 계획과 대응 노력들은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높은 불확실성은 그 자체로 양돈업에 악재일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다. 더구나 당장 내일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면 과연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능하기는 할까?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지난 2024년은 향후 더욱 높아질 불확실성에 대한 예고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이 넘실대는 양돈업에서 단 하나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은 바로 불확실성은 앞으로 더 높아지고 심화될 것이란 점, 그것 하나다. 동시에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들을 들여다보면 결코 미래 양돈업에 우호적인 미래를 그리기 어렵다는 점이 더 문제일 수 있다.
■기후변화의 한복판으로=지금 양돈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가장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기후변화다. 전 지구적으로, 그리고 한반도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양돈업은 생명인 돼지를 길러내는 산업인 만큼 역시나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을 수밖에 없다.
작년 양돈업은 기후변화의 위력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한 한해였다. 여름(6~8월) 평균 기온은 기상 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높았으며 열대야 역시 가장 길었다. 그런데 지난해 더위는 단순히 지독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한여름에나 볼 법한 폭염과 열대야가 9월 중순까지 이어졌고 9월까지 이어진 한여름 더위도 모자라 10월, 11월까지도 예년보다 높은 기온이 계속됐다.
그런데 채 가을을 느낄 새도 없이 11월도 지나가나 싶었는데 첫눈이, 그것도 폭설이 내렸다. 양돈을 비롯한 농업계는 아무런 준비도 못 한 채 폭설에 비닐하우스나 축사가 붕괴되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11월 폭설로 인한 농업 피해로는 역대 최대 피해가 집계됐다.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이상기후는 단순히 이전보다 여름이 더 더워지는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이처럼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폭염, 폭우, 폭설 등 극한 기후의 빈도는 더 잦아지고 강도는 더 세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작년은 이렇듯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계절들을 경험했던 시기다. 그리고 양돈산업 역시 기후변화와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점도 어느 해보다 절감할 수밖에 없었던 한해였다. 9월 19일까지 신고된 폭염 폐사 두수는 10만5천마리로 역대 최대치였다. 여기다 지난해 돼지 출하 두수와 출하 체중을 보면 더위 피해가 폐사만 따질 문제는 아니었다. 즉 폐사는 피했다고 하더라도 더위 후유증으로 출하가 지체되고 잘 먹지 못해 덜 큰 체 출하됐으며 해를 넘겨 양돈 현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쯤되면 기후변화는 양돈 생산 현장의 각종 규제들이나 악성 전염병과도 견줄만한 악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정확한 예측도,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도 없는 자연 현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미래 그 어떤 난관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기후변화와 이에 따른 이상기후는 손 쓸 수 없는 재앙이 돼 양돈산업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
■우려했던 트럼프의 귀환=지금 세계는 이달 출범하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2기 미국은 세제, 무역, 산업, 이민, 에너지, 외교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정책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그 영향은 미국 내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전쟁을 더 격화시키고 그 여파는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트럼프는 당선 직후 이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히며 심화될 미중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의 여파는 우리 농업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돼지고기는 이전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갈등의 불똥이 튄 대표적인 피해 품목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당시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어쩌면 1기 때보다 상황은 더 나쁘다.
그런데 비단 돼지고기 수입량으로만 트럼프 2기의 위험을 한정할 수 없다. 트럼프의 귀환을 가장 먼저 알린 지표는 환율이었다. 지난달 내내 원/달러 환율은 1천400원대를 웃돌았다. 비상 계엄과 탄핵 등 국내 정치적 불안이 불을 지폈지만 그 이전에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환율 강세는 뚜렷해졌다. 환율 상승은 국내 양돈업계 생산비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 인만큼 돼지고기 수입량 증가 못지않은 악재다.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한돈 소비도 위협할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등의 여파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그 어느 나라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도 평탄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높은 가계 부채와 이로 인한 가계 소비 여력 저하 속에서 소비 침체가 더 심화될 우려를 거두기 어렵다.
여기다 트럼프 2기 출범과 더불어 최근 본격화되고 있는 세계 양돈시장의 지형 변화도 우리 양돈산업에 어떻게 작용할지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또 코로나 19 이후 고물가와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먹거리 선택 기준도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여기다 국내 정치까지 격랑 속에 놓이게 됐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상황이 가져온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래는 언제나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미래가 짙은 안개 속에 숨어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불확실성은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그밖에 우리 미래가 놓여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안겨준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할 과제는 더욱 명확해진다. 불확실성을 이기는 힘은 한돈의 기초체력, 즉 높은 생산성, 더 맛있는 한돈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모른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일, 그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최선의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