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신년특집③-수입육과 한돈] 고래들 싸움에 한돈 시장은 ‘풍전등화’

18년 수입육 폭탄 원점은 미중 분쟁 트럼프 이번에도 中 관세 부과 예고 EU도 中과 분쟁에 돈육 수출 위태 USDA, EU 돈육 中 대신 韓 향할 것 中 생산 안정되며 수입육 수요 감소세 美-EU-中 세계 시장 불확실성 키워 韓 수입육 시장 美‧EU산 75% 절대적 美‧EU 동시 韓 시장 밀려올 가능성도 경쟁력 있는 한돈으로 한돈시장 지켜야

2025-01-03     임정은

지난해 국내외 정치‧경제적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그 수많은 뉴스들 가운데서도 양돈업이 가장 주목한 것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었다. 트럼프 2기에 대한 전망은 대체로 일하는데 그 중에서도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트럼프 1기에 이어 이번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로 인해 양돈업이 가장 우려해야 하는 것은 수입 돼지고기의 공세다.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한국의 돼지고기 수입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트럼프 1기 때 경험했기 때문에 걱정은 더 크다.

그런데 중국과 분쟁을 벌이는 게 미국만은 아니다. EU(유럽연합)가 지난해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며 대 중국 돼지고기 수출이 순탄치 못할 위험에 처했다. EU 역시 중국 수출 감소분을 다른 시장에서 소화해야 할 경우 한국은 유력한 후보지로 지목되고 있다.

세계 돼지고기 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미국‧EU‧중국의 다툼이 자칫 한국 시장에 수입육 폭탄으로 돌아올 위험이 고조되는 중이다.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1기 때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어쩌면 이들 강대국들의 분쟁이 현재 한국 돼지고기 시장의 최대 위험 요소일 수 있다.

캐나다산

 

■트럼프 1기의 재현?=트럼프 2기를 우려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무엇보다 미산 돼지고기와 쇠고기의 수입 증가 위험이다. 미국 새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축산물뿐만 아니라 미국산 농산물 수입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국은 농산물에 있어서는 미국에 대해 무역 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전체 무역에 있어서는 흑자를 보고 있으며 최근 흑자폭이 계속 커지는 추세였다. 이에 미국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농축산물 수입을 더 강력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와 쇠고기는 이미 수입산 가운데 미국이 최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물량을 더 늘리고 비관세 장벽 제거(쇠고기)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1기 때를 떠올리면 실제 수입 증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18년 당시 돼지고기 수입량은 46만3천톤으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역대 최고치이며 미국산이 수입량 증가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때 당시 중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중국으로 수출될 수 없었던 미국산 돼지고기가 한국으로 방향을 돌린 때문이다. 18년 전체 돼지고기 수입량이 전년 대비 25% 증가한 가운데 미국산이 37% 급증한 것은 이 같은 배경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취임 직후 중국에 10%의 추과 관세 부과를 예고한 데 이어 최근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트럼프 1기 당시 대 중국 고율 관세 부과에 관여한 제이미슨 그리어를 지명하면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트럼프 2기 우리 농업 부문 전망과 대응 과제를 다룬 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미국의 무역 분쟁으로 한국이 대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중국은 미국의 최대 농산물 수출 시장으로 트럼프 1기 당시 관세 전쟁으로 미국의 대중 농산물 수출이 50% 이상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미국이 중국과의 분쟁으로 농산물 대중 수출이 줄면 대체 시장을 모색할 것이며 우리나라가 유력한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이 더 어려울 수도=그런데 돼지고기는 1기 때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다. 중국의 상황이 그때와는 또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18년 ASF가 발생하면서 19년부터 돼지고기 수입을 늘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한국의 대체 시장 역할은 오래가지 않았다. 즉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18년 146만톤에서 19년 245만톤으로, 그리고 2020년 528만톤으로 급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분쟁 중이던 미국으로부터도 돼지고기를 들여와야 했고 그 결과 우리나라 돼지고기 수입량은 19년 42만1천톤, 20년 31만톤으로 연이어 감소하며 대체 시장의 역할이 일찍 종료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미국 돼지고기 시장 가운데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다. 대 중국 수출이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은 두번째로 큰 시장을 잃게 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번에는 ASF와 같이 중국이 어쩔 수 없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다시 늘릴만한 변수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미국과 중국과의 분쟁의 결과로 한국이 대체 시장을 하게 될 경우 더 많은 돼지고기가 더 오랜 기간 한국 시장을 대체 시장으로 삼을 위험이 높아진 셈이다.

■EU도 가세한 위기=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중국은 EU와도 무역 분쟁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중국은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의 돼지고기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돼지고기를 통해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이에 따라서 자칫 EU도 중국에 대한 돈육 수출이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돼지고기 가운데 75%를 미국과 EU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EU산 돼지고기에 있어서는 ASF가 발생해도 수입이 가능하다. EU가 중국과의 무역 분쟁으로 대 중국 수출에 차질을 빚거나 혹여 주요 수출국에 ASF가 발생할 경우 EU산 돼지고기도 한국 시장에 밀고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12월 발표한 EU 돼지고기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은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EU의 돼짓값은 하락하면서 다른 수출 목적지로의 물량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한국은 유력한 수출 확대 후보지로 지목됐다.

최악의 경우, 한국은 미국과 EU 양쪽에서 중국 대체 시장의 역할을 요구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물론 최악의 경우다. 또 다른 수입국으로도 분산될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할 때 수입 돼지고기의 위협은 더 높아졌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의 상황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수입국이던 중국이 향후 세계 시장에서 차츰 그 비중을 더 줄여갈 조짐을 보여서다. ASF 이후 세계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쓸어 담아 가던 당시의 중국과 현재의 중국은 전혀 딴판이다.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돼지고기 수입은 지난해 전년 대비 35% 가량 감소했다. 경기 침체와 소비 문화의 변화로 수입량이 이전처럼 다시 증가할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점쳐지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세계 최대 돼지고기 시장 자리에서 내려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바로 이 같은 배경 때문이었다.

수입 돼지고기 시장은 국내 한돈 수급 상황만큼이나 세계 시장의 흐름에 의해서도 좌우돼 왔다. 그리고 지금, 세계 시장만 보자면 수입육의 공세를 그 어느 때보다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돈의 경쟁력 제고는 언제나 가장 중요한 과제였지만 지금 한번 더 강조해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결국 한돈 시장을 지키는 것은 한돈 그 자체의 경쟁력이 가장 믿을만한 방패이자 버팀목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