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신년특집④-경제위기 속 한돈] 아슬아슬 한국 경제, 한돈 벼랑 끝 몰리나

환율, 생산비‧소비 동시 위협…최대 악재 금융위기 08년에도 환율이 사료비 올려 정치 불안 속 당분간 강달러…농가 근심 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상황 엄중 소비자 53% 씀씀이 줄일 것…고물가 탓 저렴한 수입육 치고 들어올 여지 높아 불확실성 높을수록 한돈 과제는 분명 한돈 생산‧소비 기반 사수 더 매진해야

2025-01-03     임정은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23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경영계획을 세운 기업의 49.7%가 경영 기조를 ‘긴축’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기업 가운데서는 절반이 훌쩍 넘는 61%가 긴축을 계획했다고 답했다. 내수 부진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암울한 때문이다. 실제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근래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연말 치솟은 환율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위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다.

양돈업 역시 이 같은 경제 상황을 보며 걱정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소비에 미칠 경기 침체의 영향이 우려스럽고 동시에 생산비를 끌어올릴 수 있는 환율에 대한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환율, 새해 최대 악재=지금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환율이다. 11월 미국 대선 이후 시작된 원/달러 강세는 12월 국내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속에 무섭게 치솟았다. 급기야 지난달 19일 16년여만에 1천450원대에 올라선 환율은 이후 내려오기는커녕 더 오르며 24일에는 1천464.8원까지 뛰었다.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천460원대를 뚫은 것이다. 설마설마했던 수치가 현실화되면서 1천500원대까지 치고 오를 수 있다는 경고도 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경고가 나오는 것은 환율을 끌어올린 배경 때문이다. 1천450원대 진입은 미국의 매파적 금리인하가 결정적이었지만 고환율을 지속시키는 주된 원인은 국내 정치적 불안으로 꼽히고 있다.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정치적 불안은 그 자체로 위험 요소인 셈이다. 또 곧 시작될 트럼프 시대도 강달러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당분간 고환율은 우리 경제가 끌어안고 가야 할 짐으로 지목되고 있다.

고환율이 걱정스러운 이유는 국내 물가를 자극해 소비 침체를 더 부추길 수 있는 원인인 동시에 사료 원료를 대부분 수입해서 사용하는 양돈업계로서는 그 자체로 생산비 상승 원인인 때문이다. 사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국제 곡물 가격이지만 환율과 해상운임도 못지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과거 국제 곡물가격보다 환율이 사료 가격을 좌우했던 사례도 없지 않다.

금융위기로 지금처럼 환율이 불안했던 08~09년을 보면 그렇다. 국제 곡물가격 지수는 08년 3월 163.3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하락세로 반전, 12월에는 95.1까지 떨어졌다. 최고 대비 42% 가량 낮아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수입 가격은 계속 올랐다. 당시 양돈용 배합사료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07년 12월 60.4(2020=100)이던 물가지수는 08년 내내 계속 오르기만 해 12월에는 94.07까지 치솟았다. 국제 곡물가격은 이후로도 내내 하향 안정세를 보였지만 사료 생산자물가지수는 09년 3월까지도 90 이상 강세를 보였다. 국제 곡물시장의 흐름이 국내 도입 시차로 인해 바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당시 고공행진했던 환율을 빼놓고는 설명이 안 된다. 07년 12월 930원대이던 환율은 08년 빠르게 상승, 연말에는 1천390원대까지, 그리고 09년 3월은 한달 평균 원달러 환율이 1천462원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지금, 환율이 당시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언제 다시 이전 수준을 회복할지 지금으로서는 알기 어렵다. 이는 곧 양돈농가의 경영 불안도 계속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비관적 소비 여건=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 한돈 소비도 낙관하기는 어렵다. 돼지고기 소비 시장을 전망한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쉽지 않다. 코로나 19 시기처럼 겪어보기 전까지는 어떤 변수가 한돈 소비에 호재인지, 악재인지 예단하기 어렵고 소비 시장은 계속 변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변수들이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인 때문이다.

그럼에도 향후 소비 시장에 대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가 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 한돈 소비에 불리한 국내 인구 구조의 변화는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경제 전망도 먹구름만 가득해서다.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25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9%로 발표했다. 직전 전망치 2.1%에서 0.3%P 하향 조정한 수치인데 최근 이마저도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경제 경영학과 교수 등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한은의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는 응답이 73.3%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도 씀씀이를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급락했다. 비상 계엄 선호와 탄핵 사태가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시킨 것이다.

동시에 물가까지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서다. 고환율은 돼지고기 수입에는 방패막이 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수입 물가를 끌어 올려 국내 소비 침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는 악재다. 11월 수입물가 지수는 139.3으로 10월보다 1.1% 올랐으며 주요 원인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지목됐다. 그런데 12월 환율은 더 올랐으며 향후 고환율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오면서 국내 소비자 물가에도 추가 상승 요인이 돼 소비는 더 위축될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실제 많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일 계획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연협회가 지난해 11월 전국 1천명을 대상으로 2025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3%가 소비 지출을 24년보다 축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고물가 지속(44%)과 소득감소‧실직 우려(15.5%) 등이 지출을 줄이는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이쯤 되면 아무리 경기 침체 속에 집밥 소비가 늘 여지가 있다 해도 한돈 소비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특히 이 같은 고물가 속 씀씀이를 줄이려는 소비자가 더 늘어나면 최근 급증 추세인 수입 냉장 돼지고기에는 더 유리한 소비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새해, 한돈산업을 둘러싼 경제적 환경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자칫 침체될 수 있는 한돈 소비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는 일부터 고환율로 인한 농가경영 불안에 대한 대응책 마련까지, 위기가 큰 만큼 해야 할 일도 많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아무리 높아도 지속 가능한 양돈업을 위한 과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바로 한돈의 생산‧소비 기반을 지켜내는 일, 그것이 불확실성 속에서 어느 때보다 분명해진 한돈산업의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