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신년특집⑥-기후변화와 양돈업] 기후 변화 시대 한돈 ‘안전지대’ 아니다
‘기후플레이션’ 유발, 미래 식량 위기도 정부에 전담팀, 이상 기후 대응 본격화 축산업도 기후 변화 대응 정책 나와야 작년 최악 폭염에 폐사 최고, 체중 급감 고온 스트레스에 면역력 약화, 번식 저하 출하 들쑥날쑥…농가 경영 안정 어려워 기온 오를수록 축산 농가 수익은 감소 시장 변동성 확대, 수입 확대 구실 위험 이상 기후 대비 사육 환경 개선 필수 적응력 뛰어난 품종 개량도 고려해야 기후 요인 최소화할 스마트 양돈 주목 축산업, 기후변화 피해 산업이자 책임도 '기후스마트농업'관점서 기존 생산틀 바꿔 생산성 제고와 온실가스 저감 동시 추구를 지구 온난화 억제 동참 노력 더 중요해져
갈수록 심화되는 이상 기후는 농축산업의 최대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이상 기후로 농작물 작황이 좋지 않아 밥상 물가가 뜰썩이는 일이 잦아졌다. 이에 정부도 농업 분야 이상 기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농식품 수급안정지원단을 신설했다. 기후 변화 여파로 농산물 수급 불안이 반복되면서 주요 종식품 수급과 가격 동향을 관리하기 위한 전담 관리 조직을 설치한 것이다. 농업 분야도 이상기후에 대한 대응 체계를 본격적으로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농업 분야 기후 변화 영향에 대한 분석과 대응 노력 모두 농작물에 집중되고 있다. 농작물 작황에 미치는 기후의 영향이 더 직접적이고 그 여파도 두드러진 때문인데 축산업도 기후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여름 더위가 가축 건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려진 바다. 또 이로 인한 축산농가의 경제적 피해도 상당하며 더 나아가 축산물의 공급에도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더욱이 앞으로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극한 기후 상황이 잦아진다고 할 때 날씨로 인한 피해 역시 그럴 수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얘기가 아닌 현실의 문제로 인식해야 할 때다. 양돈산업도 마찬가지다. 지속 가능한 양돈업을 위해 기후 변화에 대한 대비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것이다.
■기후변화의 영향=매년 기상청이 발표하는 이상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이상 기후의 여파는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농업 분야는 그 피해가 두드러진다. 기후변화에 따른 물가 상승을 뜻하는 ‘기후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2023년 보고서를 보면 23년에는 1~2월 대설과 한파, 3~4월 이상 저온, 5~9월 집중 호우와 태풍, 6월과 10월 우박 등 자연 재해가 연중 지속되며 농작물과 가축 피해가 발생했다. 그리고 이 같은 피해는 매년 반복되고 있으며 그 빈도와 피해 정도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이상 기후는 미래 식량 위기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매년 발표하는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24년 농업인들은 농업 경영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과 재배 여건 변화(20.0%)를 꼽았다. 전년도 3위였던 기후변화가 1위로 올라온 것이다. 기후 변화는 이미 농업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최대 위험 요소라는 뜻이다. 실제 최근 3~5년간 기후변화로 인해 영농활동에 영향을 받았다는 농업인이 88.4%에 달했다. 대부분의 농업인들이 그 피해를 실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농촌진흥청에서 실시한 ‘농업분야 기후변화 실태조사 및 영향·취약성 평가 종합보고서 1단계(2016년~2020년)’에서는 기후변화의 결과로 맥류의 재배한계선 북상, 과수의 재배면적 감소, 북방형 목초 재배적지 증가,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이 증가 등이 나타났으며 축산의 경우 가축 스트레스지수 값이 상승하고 생산성은 저하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많은 농업인들이 느끼고 있는 것처럼 이미 기후 변화는 우리 농업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으며, 그리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양돈업과 기후변화=양돈장도 기후변화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온난화에 따라 더 심화되고 있는 고온 현상은 이에 노출된 가축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돼지만보더라도 한 여름철 사료 섭취가 감소해 성장이 지연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데 그뿐만 아니라 생산과 번식 효율성과 관련된 생리적 기능도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후 변화가 독을 생산하는 곰팡이의 증가를 가져오며 기온 상승으로 신종 질병 발생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들을 보면 면역력과 성장‧번식 등 돼지의 생산성 전반에 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온도가 올라가면 백혈구 수치가 감소해 질병에 취약해지는 것은 물론 고온 스트레스로 인해 사료 섭취량은 적온기 대비 17~22% 감소하고 이에 따라 일당 증체량이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발표된 바 있다. 또 고온 스트레스가 난모세포의 성장과 질에 영향을 미쳐 번식을 저하시키고 특히 모돈의 경우 33℃ 이상의 기온에 노출될 경우 사망률이 5~6배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실제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폐사한 돼지가 10만마리를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이처럼 더위가 가축의 직접적인 사망률 증가의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 피해는 폐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철 돼지 출하 두수와 체중에는 더위 흔적이 역력했다. 증가세를 보이던 돼지 출하두수는 여름철(6~9월, 565만5천마리) 전년 대비 2% 이상 감소했으며 동시에 출하체중도 줄었다. 7~9월 평균 출하체중은 112.9㎏으로 일년전 113.2㎏ 대비 0.3㎏ 감소했다.
특히 9월(111.77kg)은 지난 2010년 11월(110㎏) 이후 최저치로 줄었다. 이례적 폭염에다 여름 내 고온에 시달린 여파가 누적된 영향이다. 이에 그 후유증이 남아 10월은 작년 동월보다 무려 1.4㎏ 적은 114.7㎏을, 또 11월도 0.34㎏ 가벼운 115.9㎏을 기록, 여름 폭염의 후유증이 가을 이후로도 계속됐다. 사료 섭취도 크게 줄고 동시에 영양소 소화 이용률도 저하돼 성장이 제대로 안된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 폭염의 후유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여름 번식 성적 저하는 다음해 고돈가 시기 출하물량에 결정적 악재다. 특히 다산성 모돈은 더위에 더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돼지 폐사 증가와 출하 체중의 감소, 출하 지연 등은 그 자체로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지만 더 나아가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둘쑥날쑥한 출하와 널뛰는 돼짓값이 양돈농가의 안정적 경영에 득이 될 리 없다. 자칫 수입 돼지고기에 길을 열어주는 구실이 될 위험도 있다. 모든 것을 기후 변화에 원인을 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 기후 변화가 심화될 미래에는 그로 인한 위험과 피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0년에 발표된 ‘기후변화가 축산업에 미치는 경제효과’라는 논문에 따르면 축산농가의 수익이 평균 기온에 민감하게 반응, 기온이 오를수록 농가 수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여름철 평균 기온인 25.4℃에서 한계적 영향을 계산한 결과 여름철 평균 기온의 한계적 상승은 농가의 두당 평균 수익을 2.48% 감소시켰다. 그리고 온도 상승폭이 커질수록 수익 감소폭도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축종별로 기온 변화에 따른 반응도 달라 이를 돼지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물론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여름 평균 기온 상승은 축종과 상관없이 수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분명하게 밝혀졌다.
이에 논문에서는 점차 지구 온난화가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지금, 그 영향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요구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축산분야의 장기적인 기후변화 대책 방안이, 또 생산 현장에서는 고도화된 정보와 기술을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후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바로 그것이다.
■기후 변화, 어떻게 준비하나=날로 더워지는 여름 더위와 변화무쌍한 날씨, 극한의 기후가 지속되는 환경을 고려할 때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보다 사육 환경의 개선에 있을 것이다. 여름철 폭염은 기후 변화의 여러 측면 가운데서도 돼지 생산성 저하에 가장 지대한 악영향을 미친다. 이에 환기, 급수, 냉장 시설 등의 개선을 통해 고온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사료 섭취량을 유지하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또한 농작물과 같이 돼지 또한 품종 개량도 중요하다. 품종 개량에 있어서 더위에 강한,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뛰어난 품종 등 기후변화의 시대에 맞는 품종이 보급된다면 생산성 저하를 막는 중요한 대응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양돈 등 축산업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고려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측면이 있다. 양돈 등 축산업이 이상 기후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산업인 동시에 기후 변화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배출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의 원인으로서 축산업의 기여 정도가 실제보다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해도 무시할 수 없는 책임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인류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며 완화 노력이 더 강조되는 이 시대, 축산업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데 기여해야 하는 책임이 더욱 무거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후 변화 시대 양돈업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2010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농업 식량안보 및 기후변화에 관한 헤이그 회의에서 처음 제시된 기후스마트 농업’이 바로 그 개념이다. ‘생산성 및 기후변화 적응을 지속가능하게 향상하고 온실가스를 감축‧제거하면서 국가 식량 안보 및 개발 목표를 달성하는 농업을 뜻한다. 즉 기후 변화 하에서 생산성 향상, 기후변화 적응력 증대,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기존의 농업 생산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는 스마트 농업과도 다른 개념이다. 다만 스마트 농업은 기후스마트 농업에 있어서 중요한 기술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즉 스마트 양돈을 통해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후스마트 농업의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 양돈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있어서의 역할은 더욱 직접적이고 분명하다. 인공지능과 센서 등을 통해 돼지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돈사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줄 수 있는 기술을 통해 기후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를 통해 여름철 더위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사료 섭취량 저하를 막고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스마트 양돈장이 기후 변화 시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처럼 스마트 양돈을 통해 이상 기후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돼지의 MSY를 17.9두에서 22.5두로 향상시킬 때 모돈 20만마리를 감축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온실가스는 3만1천톤CO₂eq 가량 줄일 수 있다. 물론 모돈을 감축해도 동일한 양의 돼지고기를 생산할 수 있으니 식량 안보와 기후변화, 생산성,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스마트 양돈의 확대는 분명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 양돈의 도입을 통해 기후 변화 시대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데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기후 변화, 이상 기후의 객체로만 역할을 한정해서는 안 된다. 기후 변화가 더 심화될 미래,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것만큼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한 책임도 우리 양돈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건이 될 것이란 점이다. 그것이 기후변화 시대, 양돈산업이 지속 가능성의 길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